(제 66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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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편 무장소조는 탄우에 쓰러지는 수풀과 꺾어져내리는 나무가지들에 묻히며 퇴각하였다. 적이 바싹 따라왔을 때에만 대응사격을 하였다.

김창억은 한쪽다리를 질질 끌며 뒤따라갔다.

그는 적의 기마대가 들이닥칠 때 현관문을 차고나와 건물의 모퉁이를 돌다가 총탄에 다리를 부상당하였던것이다.

장룡산중대장이 림기웅변으로 세운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무장소조의 네명은 뒤산의 유리한 위치에 매복한다. 나머지 한명은 방안에서 기다리다가 적이 오면 황급히 뛰여나가 발견되면서 놈들을 산으로 유인한다.

창억은 그 임무를 자기에게 달라고 청원하였다. 그리하여 창억은 현관안에 홀로 남게 되였다.

그는 현관문의 창유리를 통하여 밖을 내다보고있었다. 밤의 고요를 뒤흔드는 말발굽소리에 창유리가 드릉드릉 울리고 기마대의 선두대렬이 국경경비도로로부터 이쪽으로 들어오는 갈림길에 들어선 다음에도 그는 배심이 좋게 다리를 떡 뻗딛고 서있었다.

장룡산은 적이 2백메터지점에 나타나면 탈출하라고 지시하였었다.

그러나 창억은 기마대가 그 지점을 넘어섰을 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적이 더 가까이 온 다음에 뛰여나가 발견될수록 전수원의 보고에 더 진실성을 부여할수 있기때문이였다.…

창억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숲속을 누벼가면서 뒤따르는 놈들에게 총을 쏘아댔다.

그는 목구멍에서 불이 일고 상처의 아픔이 골수에까지 지끈지끈 사무쳐왔으나 이를 사려물고 걸음을 다그쳤다. 그는 장군님께서 그처럼 관심을 두고계시는 반유격구창설의 기초를 마련하는 일에 자기의 피방울도 떨어져들어가고있다는것을 생각할 때 아픔보다도 자랑이 더 컸다. 그리하여 장룡산이 달려와서 견딜수 있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괜찮다고 대답하였다.

후에 안 일이지만 적들은 온성의 경찰과 수비대무력뿐아니라 경원에 집결하여 훈춘으로 넘어가려고 하던 보병 한개 대대까지 이 수색전에 동원하였다.

그리하여 온 산발들과 골짜기들에 적의 총성과 호각소리, 꿱꿱 불러대는 소리들이 가득차서 메아리쳤다.

무장소조는 도처에서 맞다드는 수색병들을 쏘아눕히며 퇴각했다. 그들은 위험한 고비들을 여러번 넘기면서 깊은 수림속으로 들어갔다.

새벽녘에 그들은 시야가 환히 트인 높은 산마루에 이르러 숨을 돌리며 요기를 하였다. 적은 수색을 단념한것 같았다. 사위가 고요했다. 날이 훤히 밝아왔다. 뒤쪽에 병풍처럼 둘러선 산봉우리들, 우에 비낀 희푸르스름한 하늘에서는 새별이 반짝이였다. 저아래에 굽어보이는 두만강우에서 흐르는 젖빛안개가 산골짜기들을 따라 기여올랐다.

요기를 끝낸 다음 두 대원이 골짜기로 물길러 내려갔다.

장룡산은 창억이 내의를 찢어 상처를 싸매는것을 도와주고는 일어나서 바위우에 올라갔다. 그는 허리에 두손을 올려놓고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살피며 어느 골짜기로 빠져나가서 두만강을 건늘것인가를 궁리했다.

창억은 바위에 등을 붙이고 기대여앉아 저려나는 다리를 주물렀다.

그는 온성에 나왔다가 일이 맹랑하게 되여 처가집에도 못 들렸다고 중뿔난 생각을 하며 시무룩 웃었다. 그러자 보금이 못견디게 그리워나며 마음이 언짢아졌다.

바위우의 장룡산이 그를 내려다보며 나직한 소리로 물었다.

《우리가 이거 경원땅에 들어선게 아니야?》

《아니요, 온성이요!》 창억은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아-니, 군계를 넘어섰어.》

《챠, 내가 온성땅을 모르겠습니까?…》

그들이 이렇게 옥신각신하는데 두 대원이 내려간 골짜기밑에서 총소리가 련거퍼 울렸다. 새벽의 고요를 깨뜨린 총소리는 산들에 요란하게 메아리쳐 하늘에서 굴러가는 우뢰소리처럼 온 산발들을 들었다놓았다.

《왜놈이다- 피-하-라-》

골짜기밑에서 이런 웨침소리가 터져올랐다.

바위에서 뛰여내린 장룡산이 권총을 빼들고 골짜기밑으로 날아내려갔다.

창억은 번개같이 총에 장탄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뒤에서 버스럭소리가 났다. 그는 선뜩한것이 뒤더수기를 치는것 같아 홱 돌아보았다.

두개의 검은 그림자가 바위에 붙어서 살금살금 기여나오고있었다.

그는 놈들을 향하여 발사하고는 릉선의 반대쪽경사를 따라 냅다 뛰여내려갔다. 돼지멱따는것 같은 놈들의 고함소리와 총소리들이 뒤따라왔다.

탄알이 날아가는 비명이 귀전과 머리우를 스쳤다. 나무가지들이 얼굴을 후려쳤다. 눈앞에서 시퍼런 번개가 펀뜩거렸다. 그는 자기가 어디로 해서 어느 방향으로 뛰여가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적을 달고 동무들한테로 뛰여가서 한데 몰킬것이 아니라 놈들을 분산시켜야 하겠다는 생각뿐이였다.

미끄러져내리기도 하고 딩굴기도 하면서 뛰고 또 뛰던 창억은 자기 몸이 캄캄한 어둠속으로 날아떨어진다는것을 느끼는 순간 (낭떠러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악소리를 내질렀다. 의식이 혼미해졌다. 밑에서 부드러운 물체가 머리며 등을 때려올려 훈훈한 안개바다속으로 내던지는것 같았다. 그리고 몸뚱이에서 벗어져나온 자기 마음이 그 안개바다속을 유유히 날면서 그지없이 편안한 안식을 누리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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