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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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락에는 해볕이 따스하게 들었다.

퇴마루에는 사령관동지의 신발과 국제당파견원의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방안에서는 말소리가 도란도란 흘러나왔다. 장군님께서는 대왕청쪽에 나가 토지개혁을 통하여 혁명적기세가 앙양된 근거지인민들을 영농사업에 적극 동원하며 구정부와 공청, 반제동맹, 부녀회 등 대중단체들의 사업을 지도하실 계획이시였는데 그 일들을 모두 뒤로 미루시고 국제당파견원을 만나주신것이다.

차관에 시원한 샘물을 떠가지고 마당에 들어선 전령병 리성림은 좀 뾰로통해진 얼굴로 국제당파견원의 목구두를 흘겨보았다.

그는 국제당파견원이 자기보고 어쩌지 않는데도 공연히 속이 꼬였다.

첫째로는 그가 너무 파고드는듯 한 눈길로 자기의 군복, 신발, 총 등의 차림새를 살펴보는것을 비롯하여 근거지의 모든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호기심을 드러내는것때문이였다. 둘째로는 자기가 마음속으로 언짢게 여기는 권일균이와 각별한 사이인것 같아서였다. 국제당파견원이 몇해전에 녕안쪽에 나왔다가 적들의 추격을 받은 일이 있는데 그때 권일균이 필사의 엄호사격으로 그의 생명을 구원해주었다는 소문이 사람들속에서 수군수군 돌아가고있었다.

그는 장군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통하여 국제당에 대하여 약간의 상식을 가지고있었으므로 우선 저 사람은 먼곳에서 왔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저명한 활동가들과 한데 어울려 살았을것이며 토레즈와 꾸씨넨이나 가다야마 센과도 친교관계가 있을지 모르며 어찌하면 이오씨프 쓰딸린도 만나보았을것이다.

(그런데 남의 눈은 왜 그렇게 빤히 들여다보는가? 체면없이, 쳇!)

리성림이 퇴마루로 올라서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농민복차림의 김중권이 뜨락으로 황급히 들어오고있었다. 봄바람에 검스레하게 탄 그의 얼굴에는 초조한 빛이 어려있었다.

사령관동지께서 계시오?》

김중권은 속삭이는 소리로 물었다.

리성림은 그를 반겨 방긋 웃었다.

《온성에서 들어오는 길입니까? 국제당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국제당에서?》

김중권은 퇴마루의 낯선 목구두를 내려다보고는 좀 난감해진 얼굴로 전령병을 쳐다보았다.

《가있으십시오. 손님이 가면 제가 알리지요.》

《부탁하오!》

방안에는 심각한 기운이 가득차있어 발을 들여놓을 틈조차 없는듯싶었다.

장군님께서도 리기동이도 심각한 얼굴로 마주앉아있었다. 성림이 들어서자 국제당파견원은 하던 이야기를 중둥무이하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성림은 장군님옆에 있는 원다반에 물주전자를 소리없이 놓고는 얼른 물러서려고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그를 불러세우시였다.

《밖에 누가 왔더랬소?》

《김중권동지가 돌아왔습니다.》

《어서 들여보내오.》

《병실로 갔습니다.》

《온성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오?》

《모르겠습니다.》

《그 동무가 벌써 돌아온걸 보니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것 같소. 가서 데려오오!》

전령병이 나가자 사령관동지께서는 다시 국제당파견원을 돌아보시였다. 그는 얼굴인상부터가 진중한 사람이였다. 뒤로 약간 넘어질사 한 높은 이마에 얼굴이 보기좋게 기름한 그는 송구스러운듯 눈을 내리떴다.

동장영의 말에 의하면 본명은 리기동인데 반경유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반이란 성뒤에 만주성당위원의 직책을 략어로 붙여 반성위라 부른다고 한다.

《제가 시간을 너무 침범하는게 아닙니까?》

사령관동지께서는 시원하게 미소를 지으시였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만나기가 드문 일인데 시간에 구애되지 말고 띠를 풀어놓고 이야기합시다.》

그러시고는 차관을 들어 고뿌에 물을 부으시였다. 고뿌에 물이 떨어지는 쪼로록소리가 방안의 고요를 더욱 짙게 하였다.

반성위는 눈을 내리뜬채 모두숨을 조용히 내쉬였다.

《한마디로 말하여 유럽과 아시아에서 파시즘의 대두로 세계대전의 위험은 더욱 커졌고 국제공산주의운동앞에는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고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파쑈분자들의 거듭되는 쿠데타끝에 군부독재정권이 수립되여 세계제패와 대륙침공의 열을 미친듯이 올리고있습니다.

전세계 모든 대륙의 인민들 특히 약소국가인민들의 운명에는 엄중한 위험이 닥쳤습니다. 도이췰란드와 일본에서의 사태발전만 보아도 파시스트들의 첫째 공격대상이 공산주의운동이라는것이 명백하여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파시즘의 반공공세로부터 자기 대렬을 보존하고 그 전투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겠는가? 어떻게 하면 파시즘의 대두를 막고 세계대전의 참화에서 인류를 구원하겠는가? 오늘 국제공산주의운동앞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세울 절박한 과제가 나서고있습니다.

옳바른 전략과 전술이 없이 파쑈의 반공공세앞에서 대렬이 와해되고 변절하는자들도 생기고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하여 김일성동지와 충분한 의견을 나누고싶어 불원천리하고 찾아왔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저으기 감동되시여 미소를 지으시였다.

《고맙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하바롭스크까지, 하바롭스크에서 할빈까지, 할빈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먼길입니까? 정말 오시느라고 수고했습니다.》

《코민테른에는 김일성동지의 투쟁이 잘 알려져있습니다.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있습니다. 저는 조선사람으로서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올 때마다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제는 복도를 걸어도 머리를 뻐젓이 들고다닙니다. 이전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파쟁의 추태때문에 외국의 벗들앞에서 조선사람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웠습니다. 동지를 만나고싶었습니다. 몹시… 몹시…》

그의 눈에는 심각하고 진중한 그 무엇이 번쩍이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들여다보시였다.

《고맙습니다!》

반성위의 얼굴이 밝아졌다.

장군님께서는 조용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국제파시즘의 대두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생각해왔습니다. 우선 파시즘의 정치리념자체에 그자들의 멸망의 합법칙성이 내포되여있다고 저는 보아왔습니다. 얼마전에 한 신문을 보니까 히틀러가 나치스당의 한 간부회에서 이렇게 줴쳤습니다. <국민중에서 가장 우량한 두뇌의 소유자를 택하여 그에게 지도적지위를 주어야 한다.… 다수가결의 존재는 결코 우리가 허용할바가 아니다. 오직 책임을 진 개인이 존재할뿐이다.…> 보십시오, 제놈이 독재를 하겠다는 소리입니다. 히틀러는 이 연설에서도 제놈의 정치적야심을 로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국내의 모든 정치세력들과 인민대중을 무참히 짓밟는 무서운 독재의식, 민족적으로는 아리아족의 우월성을 광신적으로 주장하며 세계의 다른 모든 민족들을 짓뭉개놓고 노예화하려는 지독한 민족배타의식의 고취… 초인철학에 고무되고있는 바로 이런 열광에 파시즘멸망의 기본요인이 배태되여있지 않을가요? 일본의 파쑈군벌들도 조금도 다른 점이 없습니다. 아니, 봉건적인 사무라이정신에 뿌리를 두고있어 더 야수적입니다. 이에 대처하여 우리는 인민대중에게 그 어느때보다도 철저히 의거하고 그들을 반파쑈, 반침략투쟁에 적극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로동계급과 그의 동맹자인 농민뿐아니라 각계각층의 광범한 인민대중을… 정견, 신앙, 재산정도, 민족별의 차이를 불문하고 각계각파의 모든 력량을 반침략, 반파쑈전선에 묶어세워야 합니다. 이것을 해내는가 못해내는가에 따라 우리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 근거지에서도 좌경적인 쏘베트로선을 비판하고 광범한 인민대중을 묶어세울수 있는 인민혁명정부로선을 관철하고있습니다. 우리는 이번에 토지개혁을 하면서도 친일매국적인 지주들의 토지만 몰수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사상이 다른 민족주의군대인 중국인반일부대들과도 련합전선을 형성하려고 합니다.》

김일성동지, 저… 쏘베트로선을 비판하신데 대해 설명을 좀 해줄수 없겠습니까? 좀… 약간한 몰리해가 생겨서 그럽니다. 일부 사람들속에서…》

《무슨 일이 있은게로군요.》

《코민테른기관지 <공산국제>에 실리는 여기 유격근거지에 대한 기사들을 읽으셨겠지만 여기서 벌리시는 시책들은 커다란 감명을 불러일으키고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당황케 한 얼마간의 통보자료들과 무기명서한이 날아들었습니다. 무기명서한은 훈춘쪽에서 보낸것 같습니다. 거의 백서의 성격을 띤 장문의것이였는데 그 서한의 필자는 여기 근거지에서는 사실상 로씨야사회주의혁명의 경험을 비판하고있다, 유격대는 혁명의 국제적임무를 저버리고 국내진출부터 단행하고있다, 토지의 개인소유를 장려함으로써 자산계급의 부활을 조장시키고있다… 이렇게 썼습니다.

일부 사람들속에서 그 서한이 충격으로 되여 론쟁이 생겼습니다. 어떤 사람은 필자가 무기명으로 서한을 쓴것은 자기의 신변보호를 위한것이라고 추측하고있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으나 침착하신 안색으로 물고뿌를 그의 앞으로 밀어놓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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