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제 4 장

2

(1)

 

《새별눈》은 아이들을 막아낼수 없었다. 한 아이에게만 장군님께 꽃다발을 올리라고, 다른 아이들은 모두 유격대지휘관들과 대원들에게 골고루 꽃다발을 안겨줘야 한다고 거듭 일러두었건만 동구앞에 유격대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대오의 앞에서 걸어오시는 장군님께로 왁 하고 달려갔다. 엎어진 아이를 뛰여넘으며 서로 부딪쳐 비칠거리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달려갔다.

철없는 그것들은 꽃다발을 올리는것도 가맣게 잊고 장군님을 에워싸고 깡충깡충 뛰여오르며 마구 매달렸다. 이런 경사날, 이런 격동속에서 무슨 례법이며 격식이 제대로 잡히랴만 그것들이 너무 철없이 굴어 박현숙은 울상이 되여 발을 동동 굴렀다.

근거지에 남아있던 유격대원들과 인민들은 처음에는 길옆에 담장을 이루고 서서 목청껏 만세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목에 바줄같은 피줄을 살리며 외마디 환성을 지르면서 환호하다가 와- 달려가 대오와 한데 어울러졌다. 어른들도 아이로 되여버렸다. 그들은 유격대원들의 손을 잡아흔들고 목을 그러안고 돌아가고 번쩍 안아올리기도 하였다. 업고가자고 등을 들이미는 로인도 있다. 웃음, 눈물, 환성…

이 끓어번지는 환호속에서 장군님께서는 아이들을 한아름에 가득 안고 큰소리로 물으시였다.

《얘들아- 잘- 있었느냐? 공부랑도 제대로 하고?》

장난군얼굴의 사내아이가 버들강아지같은 코를 훌 들이끌며 우쭐해서 대답했다.

장군님, 우리는 학교를 찾았습니다!》

《학교를?…》

《예…》

그 아이는 김진세의 손자 봉남이였다.

어느틈에 장군님의 팔곁으로 다가선 오돌차게 생긴 처녀애가 동그란 눈에 웃음을 담뿍 담고 책을 읽듯이 또박또박 끊어서 챙챙한 목소리로 묻지도 않는 말을 하였다.

《유격대가 새 병실에 나가고 구정부는 유격대자리에 갔습-니다. 우리는 구정부자리에 왔습-니다.》

《오- 그래- 잘됐다-》

장군님께서는 그 애를 덥석 안고 일어서시였다.

장군님께서 걸음을 떼시였는데도 그 애는 그이의 목을 꼭 그러안고 얼굴을 어깨에 묻은채로 내리려고 하지 않았다.

감자만 한 발끝에서 짚신이 벗겨지려고 데룽거렸다.

장군님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밀려가면서 박현숙은 애끊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삼녀야! 삼녀야! 그만… 그만… 내려라!》

그러나 처녀애는 장군님의 품에서 떨어지기 싫어 죽은듯이 그이의 가슴에 붙어있었다.

장군님께서는 한손으로는 처녀애를 안고 다른 손을 높이 들어 흔드시며 환호하는 군중들의 물결속을 누벼나가시였다.

봉남이는 장군님의 옷자락에 매달려 따라갔다. 그이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봉남에게 물으시였다.

《할아버지랑도 잘 계시냐?》

《옛!》 봉남이는 깡충 뛰여오르며 힘차게 대답하였다.

산꼭대기의 망원초들에서도 적위대원들이 이쪽을 향하여 총을 높이 들어 흔들기도 하고 모자를 벗어 흔들기도 했다.

장군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그들에게 손을 높이 들어 흔들어주시였다.

인민들은 부상병을 눕힌 담가를 맞들기도 하고 로획물자들을 받아메기도 하면서 대오와 한덩어리가 되여 마을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받아들것이 없는 로인들과 아낙네들과 조무래기들은 길량옆에서 대오를 따라 밀려가며 웃고떠들고 만세를 불렀다. 이 열광의 흐름속에서 물면을 튕기며 날아가는 팔매돌과도 같은 충격적인 말들이 앞뒤로 날아다녔다.

《온성에까지 나가셨다우.》

《조선에?》

《경원 류다섬에두 나갔대.》

《큰 회의를 하시구 국수대접까지 받구 돌아섰다누만!》

《조선땅이 들썩했다우.》

《야-》

조국땅을 밟았다는 그 한마디에 사람들의 환호는 절정에 이르렀다. 쓰거운 타관밥을 먹으며 이날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이국의 하늘밑에 묻히기가 제일 억울했던 로인들은 온성과 경원이라는 그 두마디의 말에 눈물부터 훔치였다. 환호하는 사람들의 물결속에는 김진세며 림성실의 얼굴도 보였다. 최형준은 담가옆에서 걸으며 한쪽채를 잡아주기도 하면서 부상병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는 셋째섬쪽에 나갔다가 거기서 유격대를 만나 내내 같이 왔던것이다. 중대와 함께 근거지에 남아있은 김창억이도 마중하러 달려나와 대오의 후미에서 오판단이를 끼고 걸어왔는데 그들의 모습이 제일 볼만하였다. 그들은 그냥 반갑고 좋아서 마주보며 껄껄 웃어대기도 하고 어깨와 잔등을 툭툭 때려주기도 하였다. 창억은 제 모자로 짝패의 얼굴에서 땀을 훔쳐주는가 하면 훨훨 부채질도 해준다.

그 모습이 대견스러워 입을 하 벌리고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김창억은 열기에 번쩍이는 눈으로 그를 돌아보며 주먹을 내흔들었다.

《<토벌대>놈들은 몽땅 녹아났네. 마지막번에는 냅다 공격을 들이댔지. 왜놈이라는게 속은 텡텡 빈것들이야. 줄행랑을 놓는다는데 야, 쫓아가기 뻐근하데. 그 좋은 무장을 가지구 자식들, 하하하… 몽땅 잡아치웠네!》

오판단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총도 왕청장작단으로 서너단이 될만하게 걷어왔어. 체코스나 토퉁따위는 없구 말짱 38식인데 총신이 유리구멍처럼 알른알른해서 한참 들여다보니 머리가 핑 돌더라, 하하하…》

그 소리에 오판단은 입이 딱 벌려졌다.

창억은 그사이 근거지에서 적의 《토벌》을 물리친 이야기를 하는것이다. 그가 어찌나 큰소리를 탕탕 쳤던지 오판단은 조국진군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이면서도 부러운 눈매로 동무를 쳐다봤다.

오판단은 그의 말을 듣다말고 앞쪽을 빤히 내다봤다. 사람들의 물결속에서 아기를 업은 웬 녀인이 장군님께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는것이 보였다.

《저게 누구야?》 하고 물으니 창억이도 턱을 쳐들사하고 그 녀인을 바라보았다.

《태평촌에서 온 녀자라는데 사흘째 부녀회장방에 묵고있어. 부녀회사업때문에 온 모양이거던.》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1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