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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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이 열리며 김일성동지께서 들어오시였다.

그이의 온몸에는 생기와 열정이 넘치였다. 머리칼이며 어깨에서 녹고있는 눈송이들은 젊음이 넘치는 안색이며 눈정기를 더욱 돋우는듯 하였다.

그이께서는 경례를 붙이는 김중권을 보자 기쁨에 넘쳐 크게 말씀하시였다.

《중권동무, 벌써 왔소?》

그러시고는 그의 손을 뜨겁게 잡으시였다.

《그래 어떻소? 뚫고나갈만 한 통로가 있소?》

김중권이 정찰결과를 보고하기 시작하자 그이께서는 야전가방에서 지도를 꺼내시여 탁자우에 펴놓으시고 고려령을 가리켜주시였다.

《여기가 고려령이요.》

《고려령일대에는 적의 움직임이 거의 없습니다. 적은 왕청과 백초구에 <토벌>지휘부들을 두고 그 주변의 농촌들에서 숙영준비를 하고있습니다. 우리 근거지주변의 산간마을들에는 놈들의 기마정찰들이 싸다니고있습니다. 여기 지형이 생소해서 라침판을 꺼내놓고 방향판정하는 놈들을 길에서 자주 만났습니다.》

사령관동지께서는 그의 보고를 들으시고는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수고했소. 우리가 예견했던대로요. 고려령 서남단을 넘어 국경지대로 진출해야 하겠소!》

김중권은 그이의 뒤에 서있는 한흥권이와 최춘국, 장룡산의 얼굴들을 곁눈으로 훔쳐보았다. 그들의 얼굴 한구석에도 우려의 그늘이 비껴있었다.

최춘국은 얼마전까지만도 반유격구창설문제로 석현에서 활동하다가 장군님께서 유격구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돌아왔기때문에 적통치구역의 실태를 어느 정도 알고있었다.

그래서 감출수 없는 불안을 안고 김중권을 뚫어지게 건너다보았다. 김중권이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최춘국의 눈에서는 섬광과도 같은 빛이 펑끗거렸다. 김중권이 그 뜻을 깨달은듯 저도모르게 입을 열었다.

사령관동지!》

사령관동지께서는 미소를 거두시고 의아하신 안색으로 그를 쳐다보시였다.

《무슨 일이 있었소?》

《오다가 최형준동무를 만났습니다.》

《최형준이를?…》

김중권은 그가 표시한 우려를 그대로 말씀올렸다.

《중권동무,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우려하고있소. 큰 적을 앞에 두고 력량을 둘로 가르는건 위험한 일이요. 위험한건 사실이요.… 그러면 어떻게 하겠소? 피동에 빠져 방어만 한다는건 패배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들어가는것이요. 이건 또 적들이 바라는것이요. 설사 위험하다 하더라도 빨리… 한시라도 빨리 적통치구역으로 달려나가 넓은 지역에 반유격구를 꾸려야 하오. 이건 군사적인 측면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봐도 그렇소. 놈들은 근거지를 군사적으로 포위할뿐아니라 경제적으로 완전히 봉쇄하려고 접어드오. 경제적으로 봉쇄되면 근거지를 어떻게 유지하오? 숱한 인민들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살아가오? 내가 알아본데 의하면 여기 마촌에서만도 지난 가을 소금이 없어 김치를 담그지 못한 집이 여러 집이요. 놈들은 근거지에 소금이 들어가는걸 막기 위해 염치관이란걸 국경일대와 근거지주변 도처에 설치했소. 사람이 살아가자면 소금도 있고 바늘도 있고 실도 있고 다 있어야 되오.… 놈들의 경제봉쇄선을 뚫고 후방물자를 보급받을수 있는 믿음직한 통로를 개척하자고 해도 빨리… 한시빨리 반유격구를 꾸려야 하오. 이건 어느 누구의 주관적욕망이 아니요. 정세의 절박한 요구요. 근거지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구요.

거의 모든 동무들이 우리가 국경일대로 진출하는것을 우려하고있소. 그건 다 진심에서 나오는 우려고 그럴만 한 근거도 충분하오. 그러나 개중에는 우려의 외피속에 그릇된 사상관점으로부터 절대 반대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소. 그런 사람들은 우리가 근거지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그 어떤 지지성원도 받지 못하고 고립되거나 사처에서 득실거리는 밀정들한테 걸려들어 참혹한 손실을 보리라고 믿고있소. 그런 사람들은 적통치구역인민들을 량면파군중이라고 보고 믿지 않는데로부터 그렇게 생각하오. 이건 아주 위험한 사상이요.》

김중권은 머리를 숙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다른 지휘관들을 둘러보시였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부드러운 말로 우려를 표시하지만 속으로는 1국1당제원칙을 위반하는 민족주의적경향이라는 말을 들을가봐 겁을 먹은데로부터 반대의사를 고집하고있소. 동무들의 우려가 그들에게 장단을 맞추는것으로 돼서야 되겠소? 우리가 이번에 국경일대로 진출하는건 이건 다른 의미에서는 쏘베트좌경로선의 후과를 가시는 로선투쟁의 연장이기도 하오. 지금은 반대하는 사람들도 후날 반유격구가 은을 내게 되면 우리가 얼마나 옳았는가를 깨닫게 되리라고 믿소.》

지휘관들의 얼굴에는 심각한 결심이 어리였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다시 지도를 짚으시며 두만강국경지대에로의 진출로를 확정하시였다. 가느다란 붉은선이 고려령의 서남단을 가로질러 청구자령을 넘어 두만강기슭의 한 촌락에 가닿았다.

《여기로 해서 빠져나갑시다. 동무들, 너무 우려할건 없소. 적구로 나가면 인민들이 우리를 열렬히 환영하며 적극 도와나설게요. 거기에는 우리가 이미 파견한 공작원들도 있고 지하조직도 있소.》

김중권은 여기에서 더 참지 못하고 온성일대의 지하조직들이 애로를 겪고있는데 대하여 말씀드렸다.

방안공기는 무거웠다. 온성일대에는 사령관동지께서 유격대를 창건하시기 전부터 품들여 키워온 혁명조직들이 있다. 근거지에 찾아왔다가 밀정으로 몰려 랭대를 받았다는 전장원은 그이께서 직접 온성지구 첫 당조직성원으로 받아주신 핵심성원이다. 그동안 륙읍지대에 대한 놈들의 탄압과 경계가 심해진데다가 유격근거지에서 실시된 좌경적인 로선으로 하여 적통치구역의 혁명조직들도 심히 약화되였다.

김중권은 이 모든 손실이 자기의 불찰에서 생긴것 같아 머리를 떨구었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뙤창쪽에 돌아서신채로 조용히 물으시였다.

《전장원동무는 지금 어떻게 하고있다오?》

《그 동무는 지금 고초를 좀 겪는것 같습니다. 그가 근거지쪽에 다녀온것이 탄로되여 순사놈들이 집에 달려들어 수색을 하고 악착하게 심문도 하다가 얼마전에는 그가 세운 학교에 불까지 질렀다고 합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그 동무의 안해는 해산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답니다. 온성지구의 다른 조직들도 놈들의 탄압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지하로 깊이 숨어들어간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괴로운 안색으로 한동안 침묵에 잠겨계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전장원동무는 룡정동흥중학교 중퇴생인데 가정사정으로 공부를 계속할수 없어 온성철도공사장에 나가 일하다가 길회선철도부설공사에 참가했던 로동자들로부터 혁명적영향을 받은 동무요.

그 동무에게 면장을 하는 친척이 있는데 그때문에 일부 동무들은 그를 당조직에 받아들이는것을 꺼려했지. 그러나 우리는 그를 믿고 그에게 적통치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혁명적인 영향을 주어 우리 일을 도와나설수 있게 해보라고 과업을 주었댔소. 그런데 그 일도 잘 안되는 모양이구만.…

온성일대의 혁명조직들을 복구하고 국내인민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측면에서도 이번 원정은 꼭 단행해야 하오.》

순간 장군님의 안광에 무엇인가 단호한 빛이 번쩍이였다.

《이번 출정대는 내가 인솔하겠소.…》

조용하나 철석같은 결심이 어린 그이의 음성이 방안에 가득차서 울렸다.

그이께서는 놀라워하는 지휘관들의 옆을 지나 밖으로 나가시였다.

우뢰가 지나간 뒤의 적막과도 같은 고요가 방안에 흘렀다. 제자리들에 바위돌로 굳어진듯 까딱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한흥권이와 최춘국, 장룡산은 난감한 얼굴로 김중권을 바라보았다. 모두 그이의 신변이 우려되여서였다.

김중권은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는 자기의 보고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는 장군님의 뒤를 따라 황황히 밖으로 나갔다.

장군님께서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마당가에 서서 먼 두만강쪽하늘을 바라보고계시였다.

김중권은 그이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서서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저희들이 먼저 나가서 활동지역을 개척한 다음 사령관동지께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이께서는 그 말을 전혀 못 들으신듯 두만강쪽하늘만 바라보시다가 이윽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렇게 물으시였다.

《봄눈이 내리는걸 보오. 이제 좀 있으면 두만강얼음이 풀리겠지?》

《예…》

김중권은 억이 막혀 목소리가 더 나가지 않았다. 그는 난감해진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넓이와 높이를 가늠할수 없는 아득한 재빛공간에서는 수억만개로 헤아려지는 눈송이들이 아물아물 날아돌며 떨어져내려와 그의 얼굴을 선뜩선뜩 적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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