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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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모도의 조선출장에 대한 사또의 의혹은 이틀뒤에야 완전히 풀렸다.
이튿날 밤중 사단으로부터 전 련대에 비상소집명령이 하달되였다.
련대는 중무장들은 본영에 둬두고 경무장만 갖추고 달려나와 대대와 중대별로 산개하여 회령으로부터 남양에 이르기까지의 철도연선의 산들과 마을들에 대한 일대 수색작전을 벌리였다. 수색이 지나간 모든 마을들이 황페화되였다. 산에서는 하나의 봉우리, 하나의 골짜기를 산개대형으로 둘러싸고는 올가미처럼 죄여들면서 그안에 든 모든것을 박멸해버릴 기세로 샅샅이 뒤지였다.
처처에서 수많은 나무군들이 도끼와 지게를 산에 버린채 헌병대로 끌려갔으며 허가를 받은 사냥군들과 그 몰이군들도 가차없이 취급되여 렵총들을 회수당하고 일단 헌병대에 끌려갔다.
회령이남에서는 다른 부대가 이런 수색작전을 벌리였다.
이틀후에는 전 련대가 아침부터 철길을 따라 두줄로 늘어서서 위병을 섰다.
이제 와서는 도꾜나 경성에서 수뇌급의 인물이 오는것이 분명해졌다. 장교들은 동료들끼리 모여서기만하면 누가 오느냐고 수군거리며 라남의
19사단장이나 룡산의 조선군
정각 12시, 개미 한마리 얼씬못하게 엄중단속한 역의 좁은 홈에는 의장병대렬이 서있었다. 살아숨쉬는 모든것이 숨을 끊은듯 한 적막속에서 례복차림에 번쩍거리는 식도를 찬 쯔루하라대좌가 의장병대렬의 좌익에 부동의 자세로 서서 저 멀리 산굽이에 사라진 철길쪽만 바라보고있었다. 그의 옆에는 어디서 언제 나타났는지 조선과 만주의 관리들 십여명이 초긴장의 얼굴로 서있었다.
구니모도각하만이 의장병대렬앞에서 뒤짐을 지고 왔다갔다하다가는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구니모도는 쯔루하라의 다음자리에 서있는 사또옆을 여러번 지나갔으나 한번도 그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저쪽 산굽이에서 짤막한 기적소리가 울려오고 먼 차바퀴소리에 선로가 울리기 시작하자 역의 공기는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끓어번졌다.
산굽이에 시커먼 기관차대가리가 불쑥 나타나는것 같더니 어느사이에 벌써 특별차는 홈에 들어서며 흰김을 의장병들에게 들씌웠다.
쯔루하라대좌의 멱따는듯 한 구령소리가 모든 소음들을 누르며 하늘을 찔렀다. 대좌는 무릎을 높이 들며 승강대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손에 받들리운 군도가 해빛에 번쩍번쩍 빛났다.
승강대에서 얼굴이 해말쑥한 안경쟁이중좌가 뛰여내려 대좌에게 손을 홰홰 저어보이면서 의식을 중단하라고 일렀다. 중좌가 승강대앞으로 놀라서 달려간 구니모도며 고위관리들에게 무엇이라고 짤막하게 이르는것 같더니 모두 옷매무시를 바로잡으며 렬차칸으로 밀려들어갔다. 군도를 끌러 사또에게 맡기고 맨나중에 렬차칸에 들어갔던 쯔루하라대좌가 이윽고 밖으로 나왔다. 승강대에 내려선 대좌는 손수건을 꺼내여 눈에 가져가며 허리를 구붓하고 소리없이 흐느꼈다.
뒤따라 구니모도를 제외한 모든 관리들이 승강대로 밀려나왔다.
번쩍거리는 특별렬차는 인차 역을 떠나 만주쪽으로 넘어갔다.
사또는 이름할수 없는 감동에 사로잡혀 아직도 홈에 서있는 쯔루하라대좌에게로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직이 불렀다.
《대좌님!…》
쯔루하라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 누구를 원망하고 비난하는듯 한 어조로 말했다.
《페하께서… 페하께서는 시종무관 가와기시륙군소장을 이쪽에 특사로 파견하시였네. 알았는가? 페하께서는 간도와 두만강연안에 조성된 형세를 깊이 우려하고계시네. 알았는가?》
한달후 회령과 라남, 함흥과 평양, 경성의 룡산사이에 의미심장한 병력이동들이 있었다. 그에 따라 인사이동도 벌어져 일본과 조선군사령부들에서 내려온 끌끌한 장교들로 결원이던 자리들이 메꾸어지고 자기 편제상의 군사관등급을 받지 못했던 위관이나 좌관들이 별들을 받게 되였다. 후방보급이 급격히 개선되여 일선부대와 같은 대우를 받게 되였다.
간도림시파견대들이 새로 편성되여 행동을 개시하였다. 매일밤 파견대의 지대들이 박격포와 곡사포, 치중마차들을 덜커덩거리며 두만강다리를 건너갔다. 낮이면 쌍엽정찰기들이 저공비행으로 두만강연안의 산발들을 샅샅이 뒤지다가는 멀리 훈춘과 왕청쪽하늘로 날아가서 선회하는것이였다.
군대안에서 제일 영민한 참모장교들로부터 제일 우매한 치중대의 사마병에 이르기까지 누구나가 다 이 급변을 《천황》특사의 시찰과 결부하여 생각하였다.
2월도 다 지난 어느날 저녁무렵, 길철령을 강행군하여 넘어가는 파견대의 긴 행렬속에서는 말을 타고가는 사또소좌의 긴장된 얼굴도 보였다.
그들은 《적색구역봉쇄》를 위하여 백초구일대에 포진하게 된것이다.
우불구불한 령길을 따라 기마병들이 기세좋게 달려내려왔다. 먼저 령을 넘어간 부대의 기마병인것 같았다.
사또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오이, 저쪽은 어떤가?》
성에가 허옇게 불린 털모자를 푹 눌러쓴 기마병들은 그의 직급을 알아보고 말을 멈추었다.
사또는 다시 물었다.
《저쪽은 어떤가?》
기마병들은 무엇을 알고싶어하는지 몰라 빤히 쳐다봤다.
《교전은 없었는가?》
앞에 선자가 허리를 쭉 펴며 소리쳤다.
《없었습니다. 우리가 포진을 끝냈는데도 공산군은 그림자 하나 얼씬거리지 않습니다.》
《그런가?》
《눈속에서 동면을 하는지 공산구역은 고요합니다.》
《
《예… 화목이 많아 뜨뜻하게 지냅니다. 술도 있고 없는게 없습니다.》
뒤에 선자가 신이 나서 말했다.
《노루고기를 먹어봤습니다!》
사또는 그들을 지나보내고는 군마를 내몰아 길철령마루로 뛰여올라갔다.
그는 고삐를 힘껏 잡아당겨 사납게 갈개는 말을 멈춰세우고는 흩날려내리는 희뿌연 눈발속에 아득히 바라보이는 왕청오지쪽에 눈길을 던지였다. 페하가 우려하던 끝에 시종무관까지 특사로 파한 전선, 《공산구역소탕전》의 제일선에 서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후둑후둑 뛰였다.
그는 군도자루를 으스러지게 틀어잡았다.
(이제 저 산악들을 휩쓸 결사전에서 무공을 떨치리라. 그리고 도이췰란드로 가리라!)
군마는 머리를 쳐들며 투레질을 하고 선뜩선뜩한 눈은 기분좋게 얼굴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