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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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은 이제 광활한 대지에 펼쳐지게 될 반유격구의 면모가 저 하늘가에 비낀 황금노을밑에 신기루처럼 어른거려 가슴이 벅차올랐다.

돌아나올 땐 다감한 리성림이 김중권의 손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눈물이 그렁하여 말하였다.

사령관동지께서 철주동생을 돌려보냈어요. 형님을 따라가겠다고 허둥지둥 찾아왔는데 돌려보냈어요!》

《뭐요?》

어머님께서 그렇게도 고생하시며 내왔던 혁명조직들은 어떻게 하겠는가고… 남의 집에 가서 머슴살이도 하고 계절로동같은것도 하면서 공청사업을 추켜세우라고 하시면서… 언두부 두접시를 놓고 쓰거운 술잔을 나누며 가슴아픈 작별을 하셨어요. 아, 어머님을 잃고 의지가지할데 없는 동생까지 여기에 떨구시다니요!》

그 일을 생각하면 사령관동지의 전사로서 자기 임무의 중요성이 천만근의 무게로 가슴에 안겨들었다. 그래서 김중권은 량강구를 떠난 후 그이께서 주신 임무를 수행하려고 낮과 밤이 따로없이 뛰여다녔다.

두만강연안인민들의 혁명적기세는 상상했던것보다도 더 높았다.

추수투쟁과 춘황투쟁이후에 거듭된 왜놈들의 《토벌》에 가산을 잃고 부모처자들을 학살당한 인민들속에서는 일제에 대한 저주와 원한이 하늘을 찌르고있었다. 어느 마을에 가나 로인들로부터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김일성장군님의 존함을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장군님께서 유격대를 거느리고 빨리 쳐나와 왜놈들과 지주놈들을 내쫓고 자기네 마을도 해방지구로 만들어주실것을 바라고있었다. 백두산우에 떠오른 장수별에 대한 전설과 함께 세상에 널리 알려진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흠모의 정은 그이께서 파견하신 공작원인 김중권에 대한 환대에서도 그대로 엿보였다.

김중권은 어느 마을에 가나 사람들에게 에워싸였다.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그를 호위해나섰으며 로인들은 그를 스스럼없이 방안으로 끌어들였다.

로인들이 장군님에 대하여 묻는 말이란 오만가지였다. 이야기군이 못되고 말씨 또한 류창하지 못한 김중권은 어떻게 말꼭지를 떼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지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는 우선 카륜회의와 명월구회의에서 하신 장군님의 연설내용과 항일유격대의 창건, 그이께서 단행하신 남만진출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눈이 더 초롱초롱해져서 이야기를 듣고있는 사람들의 얼굴로 감격의 눈물이 줄줄이 흘러내릴 때도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난 로인들은 민족의 구성이신 장군님을 돕는 일이라면 무엇이나 아끼지 않겠다고 열에 떠서 부르짖었으며 청년들은 장군님을 따라 왜놈을 치는 싸움에 나서고싶다고 펄펄 뛰였다.

그러나 인민들의 이런 혁명적기세와 우국충정은 어느 마을에서나 거의 조직화되지 못하고있는 형편이였다.

근거지에 깊숙이 들어가배긴 현당의 일부 사람들이 적통치구역을 《백색구역》, 그곳 인민들을 《량면파군중》이라고 하면서 인위적인 장벽을 쌓아놓고 멀리하고있기때문이였다.

그리하여 혁명조직의 골간들은 근거지에 들어가버렸으며 혈기에 넘치는 청년들은 조직적인 지도가 없어서 왜놈들에게 무모하게 저항하다가 값없는 희생을 당하고있었다. 게다가 유격근거지들로부터 이런저런 경로를 따라 흘러나오는 쏘베트의 시책에 대한 소문들은 인민들속에서 혼란과 동요를 일으키고있었다.

김중권은 지방조직의 동지들과 함께 이러한 사태를 수습하고 반유격구형성의 터전을 마련해보려고 눈에 피발이 서서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무진애를 썼다. 온성에 건너가서는 놈들의 강화되는 탄압만행으로 하여 기를 펴지 못하고 수그러든 조직선을 찾아다니다가 그곳 당조직성원인 전장원을 만나 겨우 련계를 맺었다. 그리고는 두만강을 건너오다가 왜놈들의 추격을 받게 되였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놈들의 《토벌》을 당한 마을의 불타서 허물어져내린 어느 집 헛간밑에 숨어있다가 비칠거리며 그앞을 지나는 웬 청년을 발견했다.

그와 함께 놈들을 피하여 고요한 숲속에 들어간 김중권은 그의 아버지가 토지때문에 근거지를 뜨게 된 사연이며 아버지를 돌려세우려고 근거지에서 뛰여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마동호의 이야기까지 듣고난 김중권은 근거지에서 쏘베트시책을 바로잡음이 없이는 반유격구를 꾸리기도 어려워지리라는 생각을 굳게 가지게 되였다.

(그런데 나는 결국 그들에게 론박당한셈이 아닌가! 여기엔 심오한 리론적문제가 있다!)

그는 발을 자주 헛디디다가 길을 잘못 들어 새밭속을 헤매게 되였다. 세찬 바람에 새밭이 음산하게 물결치였다. 그 물결의 포말인듯 여기저기에서 희뿌연 솜털이 날아올랐다. 김중권은 문득 고독감이 엄습해들어 헉 느끼며 하늘을 쳐다봤다.

희붐한 하늘이 대지우에 낮게 드리웠다.

(아, 장군님! 어디에 계십니까!… 장군님께서 어서 오셔야 여기 일이 수습되겠습니다!)

김중권은 안타까와 몸부림을 쳤다.

그는 대왕청하와 소왕청하의 합수점에 이르러 불뭉치를 들고 모래기슭을 에도는 웬 로인을 만났다.

로인은 시커먼 물결이 소용돌이치는 소를 들여다보고있었다. 불뭉치의 불빛을 받아 소의 물결은 이따금 피빛으로 번들거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마촌에 들렸을 때 얼굴을 익힌 김진세로인이였다. 로인은 그를 알아보자 모래기슭의 바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아들과 며느리의 기막힌 사연을 이야기했다. 간밤에 며느리가 모진 마음을 먹고 집을 나갔는데 이 소옆에 앉아있는것을 본 사람이 있다는것이다.

《젊은이, 이 일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김중권은 뭣이라고 위로의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라 그옆에 머리를 숙이고있다가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분노에 팔다리를 우들우들 떨며 마촌쪽으로 걸음을 다그쳐가던 김중권이 다시 뒤를 돌아보니 며느리를 찾는 로인의 불뭉치가 어둠속에서 강가를 헤매고있었다.

그는 걸음을 뚝 멈추고 저도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였다.

(아, 김일성동지!… 어서 여기로 나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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