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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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얼마후 김중권은 권일균의 방에 들어가서 권일균, 홍병일이와 마주앉았다. 최형준은 겁에 질린듯한 눈으로 세사람을 둘러보다가 인차 방에서 나갔다.
몇가지 묻고 대답하는 일이 있은 다음 갑자기 어조가 신랄해지기 시작하여 격렬한 론쟁이 끓어번졌다.
김중권과 홍병일이 주로 열변을 내뿜었고 권일균은 량편의 의견을 편견이 없이 신중하게 듣는다는 자세로 중간조절자의 립장을 지켰다.
김중권은 마동호일가의 사건이 우발적인것이 아니라 농민문제, 토지문제를 잘못 취급하고있는 쏘베트의 그릇된 시책의 필연적결과라고 하며 근거지인민들과 적통치구역인민들의 반향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례증하면서 비판하였다.
홍병일은 얼굴이 해쓱해지다못해 파랗게 질려서 그를 쏘아보았다. 홍병일은 김중권이 혁명의 립장에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판단하는것이 아니라 농민적소소유자근성에 발을 붙이고 불평분자, 동요분자들의 감정을 대변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러자 권일균은 상대방의 의사를 리해하려고 할 대신 죄명부터 서둘러 씌우려 한다고 홍병일을 질책하며 김중권의 말을 더 듣고싶다고 했다.
김중권은 권일균을 똑바로 보며 쏘베트가 사회주의혁명을 하려고 무모하게 접어든데로부터 이 모든 후과가 생긴것이라고 지적하고 이것은 우리 혁명의
성격을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라고 천명하신
홍병일은 문을 차고 밖으로 뛰여나가 머리를 식히고 들어와서 방구석에 앉아있다가 다시 다가왔다.
권일균은 얼굴근육만 떨면서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갈린 목소리로 세상에 명성을 떨치고있는
그리고 혁명의 성격에 관한 문제는 심오한 리론적문제인바
《특수적으로는…》 하고 권일균은 커다란 손을 들어 허공을 내리치며 열을 내였다.
《유격근거지와 같은 특수한 환경과 유리한 력량관계가 조성된데서는 대중의 혁명기세를 고도로 앙양시키면 혁명의 한 발전단계를 뛰여넘어 즉시 사회주의혁명에로 대담하게 진출할수 있소.》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앞으로
김중권은 문득 머리속에서 혼란이 생기며 말문이 막혔다. 그는 웬일인지 화가 터져오르며 스스로도 자기 얼굴이 시뻘개진다는것이 느껴졌다.
그는 리론은 피하고 여기에 와서 본 사실들을 성급히 렬거하며 당신들의 로선이 옳다면 왜 인민들속에서 이런저런 여론들이 구구하며 마종삼의 도주와 같은 현상들이 생기는가고 부르짖었다.
그 말에 권일균은 아량이 있는 미소를 지으며 우여곡절이 많은 혁명의 길에서는 성공과 패배가 있을수 있는데 우리의 소소한 흠을 긁어모아가지고 그 무슨 로선상착오를 운운한다는것은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했다.
이렇게 론박하기도 하고 론박당하기도 하면서 끓어번졌다가는 식어잦아드는 론쟁은 여러 시간 계속되였다.
문득 권일균은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그 물음에 김중권은 또 말문이 막혔다. 량강구에서 헤여진 다음
권일균은 갑자기 공세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동무는 우리가 반유격구를 꾸리는 사업에 등한하다고 돌아가며 시비한다는데 우리가 백색구역의 량면파군중을 믿고 조직을 내왔다가 조직망이 다 드러나 엄중한 손실을 가져올 때에는 책임질테요? 우리는 우선 근거지에서 혁명을 추진시켜 그 위력을 강화하고… 그 세력에 눌려 백색구역의 량면파군중이 동요성과 이중성을 버릴 때에 근거지를 썩 확장하거나 반유격구를 꾸릴 작정이요. 지금은 믿을수 있는 소수 혁명가들의 지하세포를 잠복시켜두면 되오. 동무는 우리 의도는 알지도 못하고 시비부터 건단 말이요. 탈주병문제도 그렇소.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소. 우선 그 사건을 조사심의할 때까지 범인을 구류해두는것은 혁명의 규률이요. 그런데 동무는 탈주병, 변절자일지도 모르는자의 비렬한 자기 변호에 귀가 솔깃해서 우발적인사건이 아니라고 하면서 로선부터 걸고드는데 이거야말로 전도된 립장이고 심한 월권행위가 아닌가.
이 고장에 료해하러 왔으면 지방조직을 존중하면서 자기가 맡은 일이나 할것이지 무엇때문에 우리가 하는 혁명전반을 들추려드오?》
《로선상의 원칙적문제가 걸렸는데 월권행
《동무! 이건 도대체 무슨 무규률이고 무질서요? 동무가 로선문제를 검토할만 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요? 또 그런 리론적준비가 돼있소? 젊은
혈기려니 하고 참자고 하다가도… 나는 동무와는 할 얘기가 없소.
김중권은 격분이 지나쳐서인지 목구멍이 꺽 막혀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기까지 하였다.
권일균은 갑자기 년장자의 아량을 보이며 너그럽게 웃었다. 그는 동무도 우리 감정을 존중하고 우리도 동무의견을 참고하자고 하며 제 주장만 냅다 우기는 그 성미는 견결성이라고 하겠는지, 좌우간 특이하고 흥미있는 성격이라고 하며 쾌활하게 웃었다.
김중권이 떠날 때 권일균은 말까지 선선히 풀어주며 타고가라고 했다. 그는 뿌리치다싶이 사양하고 걸어서 길을 떠났으나 웬일인지 우롱당한듯 한 불쾌감이 가셔지지 않았다.
걸음마다 분격이 치밀어올랐다.
(저것들은 도깨비들이다! 마귀들이다.… 여기는 무슨 땅이길래 저런 미치광이열정가들이 지도적자리를 차지했는가?)
아침에 림성실이와 헤여졌던 오리나무까지 오니 하늘에서 저녁노을이 쇠물빛으로 타올랐다. 그 노을을 바라보니
김중권은 청년의 용모를 뜯어보며 누구인데 무슨 용건이냐고 물었으나 그는 그저 수집게 웃어만보이였다.
김중권은 가슴에 짚이는데가 있어 그를 안내하여주었다.
철주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고름을 달지 않고 단추를 채우게 된 나무군들의 덧저고리 비슷하게 만든 수수한 솜덧저고리였다.
김중권은
퇴마루에 자리를 잡으신
김중권은 앞집의 돌배나무가지들 저쪽에 띠처럼 가로 비낀 황금빛노을을 바라보며
그러시면서 반유격구의 형성과 그것이 완전유격구와의 호상관계에서 놀게 될 거대한 역할에 대한 구상도 펼쳐보여주시였다.
완전유격구주변의 광활한 지대에 펼쳐지게 될 반유격구는 적통치구역이면서도 완전히 우리의 영향하에 있게 되여 유격구에 적정자료와 후방물자들을 보내주고 유격구의 혁명적영향을 광범한 인민들속에 펼치여 인민대중을 하나의 혁명력량으로 묶어세우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수행하게 될것이였다. 반유격구는 정치적측면에서는 혁명력량을 전국적판도에 확대하여나가는 전초선으로 될것이며 경제적측면에서는 근거지의 믿음직한 후방보급기지로 될것이며 근거지방위의 측면에서는 완전유격구주변 수백수천리를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외성으로 될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