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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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친 모포구멍으로 흘러드는 실오리만 한 해빛이 던지는 눈부신 동그라미가 코방울옆에서 한들거렸다. 잠에서 채 깨나지 못한 권일균은 그것이 날아다니는 곤충의 장난인줄로 알고 시끄러워 쫓아버리려고 손을 몇번 젓다가 폭신한 닭털베개우에서 머리를 옮겨놓았다.

그는 얼굴이 부석부석해나도록 늘어지게 자고났으나 따스하고 폭신한 이부자리에서 기여나오고싶지 않았다.

그는 털이 부르르한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는 소왕청지구에 나갔던 일들을 더듬어봤다. 마촌의 밤에 홍병일이 리재명을 권총으로 위협하려고 했던 일이 문득 가슴을 쳤다.

그 사람은 이번 소왕청지구에 나가서도 왜 그토록 열광적으로 뛰여다녔는가? 사람들앞에서 자기를 내세우자는 수작인가?

사회운동자로서 볼 때 약간한 말재주와 미치광이같은 과단성을 빼놓는다면 그한테 무엇이 있는가?… 걸핏하면 팩해서… 인격도 없지.…

그러자 마음속에 은근히 품어오던 홍병일에 대한 경계심과 적의가 되살아오르며 목에서 피줄이 펄떡펄떡 뛰였다. 그가 사회주의혁명을 한다고 저렇게 광분하는것도 화요파의 두각을 나타내자는노릇이다. 저자는 언제인가는 나를 몰아내려고들것이다. 국제당의 배경을 움직여 치명적인 압력을 가해오든가 은밀한 모해공작을 펴서 불의에 나를 엎어뜨리려고들것이다. 뒤이어 홍병일에게 도전하던 리재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봐야 주대가 없던 그로서, 더우기나 사회운동자로서 아무런 지반도, 배경도 없는 무소속인사나 다름없는 그로서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것은 분명히 김중권의 작용과 관련된다.

회의에서 홍병일과 리재명 둘을 다 눌러놓은것이 잘한 일인가? 리재명이 김중권의 영향으로 그렇게 나섰다면 그에게 호의를 보이며 홍병일이만을 꾹 눌러놓을걸 그러지 않았는가? 내가 혹 잘못 처신한게 아닐가? 전략적으로는 옳으나 전술적으로는 잘못 처신한게 아닌가?

어쨌든 김중권의 출현은 리재명이 도전해나서는것과 같은 심상치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있다.

보름전에 왕청지구에 나타난 김중권은 중일촌의 권일균을 찾아와 김일성동지의 지시에 의하여 반유격구형성에 대한 실태를 료해하러 왔다고 인사하며 도움을 청하였다.

김중권은 첫인상부터가 썩 좋지 못하였다. 마음에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이는 그는 자기가 받은 임무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것 같았다. 그의 고향이며 혁명경력 그리고 교육정도와 사생활에 대하여 이것저것 물어보며 담화에 윤활유를 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는 될수록 대답을 적게 하거나 어색하게 웃어넘기면서 인차 사업이야기로 되돌아오군 하였다. 그때 권일균은 (윤택이 없는 친구이군.… 기름기가 적어.) 하고 속으로 웃었다.

김중권은 유격근거지주변의 광활한 지역에 반유격구를 꾸릴데 대한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왔다고 하면서 석현지구에 나간 최춘국이 언제 돌아오는가고 물었다. 유격대 정치지도원을 하면서 유격구주변의 적통치구역에 지하공작사업을 자주 나가는 최춘국의 활동을 시답지 않게 여기고있던 권일균은 모르겠노라고 퉁명스레 잘라 말했다. 그러자 김중권은 무슨 생각엔가 잠겨있다가 적통치구역에 들어가서 료해하고 와서 다시 만나자고 하고는 떠나갔다.

권일균은 김중권이나 최춘국이가 반혁명이 살판치는 백색구역에 들어가서 무엇을 료해하고있는지 알수 없었으나 앞으로 그들과의 심각한 론쟁은 불가피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목이 칼칼해지고 번열이 나서 이불을 가슴아래로 밀어내리며 굵은 두팔을 이불깃우에 던졌다.

밖에서 인기척과 함께 급한 숨소리가 나더니 문고리가 달그락거리고 누구인가 비상사태가 생겨서 왔노라고 말했다. 최형준의 목소리이다.

권일균은 들어오라고 소리치고는 이불을 대충 말아놓고 거기에 엇비스듬히 기대여앉았다. 최형준은 이부자리도 거두지 않은 방에 뛰여든것이 송구스러워 문가에서 머뭇거렸다.

《무슨 일이야?》 하고 권일균은 거칠게 물었다. 언제나 그와 단둘이 있으면 이런 투로 말이 나가는 권일균이였다. 그 말투에는 오히려 친밀감이 느껴졌다.

최형준은 눈이 시꺼매져서 숨을 씨근거리며 마촌에서 있은 탈주사건과 그후의 사태발전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홍병일이 마동호라는 탈주병을 혁명감옥에 넣으려고 했으나 김중권과 그에 합세한 리재명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들은 권총을 빼들게까지 되였다. 그러자 장룡산이 무장한 유격대원들을 끌고와서 그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는 이곳 쏘베트구역의 안전을 책임진 자기로서는 이러는 수밖에 없노라고 량해를 구했다는것이다.

《그러니 장룡산이도 리재명이와 단짝이 됐나?》

권일균은 주먹으로 이불을 내리치며 뛰여일어났다.

《이게 무슨 개판인가? 김중권이 월권행위로 간섭해드는걸 왜 가만놔두는가? 우리 대원을 우리가 처벌하겠다는데 제가 무슨 참견인가? 장룡산은 뭣이 어째? 정견도 없는 무식한 포수쟁이! 엑! 동무는 뭘했소?》

권일균은 방안을 왔다갔다하다가 벽에서 옷을 와락와락 벗겨입고는 문을 차고 뛰여나갔다.

이윽고 그는 매처럼 안장에 엎드려 말을 몰아 남쪽방향으로 내달리였다.

공기를 가르면서 달리던 말이 무연한 등판으로 날아올랐을 때 우불구불한 달구지길 저끝에 거먼 점 두개가 아물거렸다.

권일균은 말에 채찍을 계속 먹이였다. 먼지구름이 이는 길바닥이 말발굽밑으로 날아지나갔다. 그는 홍병일과 김중권의 얼굴이 앞으로 날아드는 순간 말을 돌려세우려고 고삐를 한옆으로 힘껏 잡아챘다. 말은 큰 원을 그리며 돌아치면서 두사람에게 누런 흙먼지를 들씌웠다. 그 먼지구름속에서 김중권이 뛰여나와 말의 자갈쇠를 움켜잡고 비틀었다.

《내리시오!》

그의 팔뚝힘에 말은 투레질을 하면서 뒤걸음질쳤다.

권일균은 그를 내려다보며 거칠게 소리쳤다.

《동무, 왜 월권행위를 하는게요?》

《그런게 아니요!》

《나도 보고를 다 들었소!》

《동지가 책임지고 사태를 바로잡으시오!》

《좋-소! 내 방으로 오시오!》

권일균은 말을 홱 돌려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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