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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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만이네 커다란 널대문으로 뻔질나게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이미 소문을 듣고있었지만 금방 그렇게 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던 마을사람들이 구경을 왔다. 박기남은 군복을 갈아입고 해가 잘 들고 아늑한 맨 맏웃방에 자리를 차지하였다. 양복장과 이불장이 으리으리하게 들어있고 벽에는 성모마리아의 초상이 커다란 액틀에 걸려있던것을 죄다 들어내쳤다. 전신을 볼수 있는 키가 한길이나 되고 량쪽다리에 사자발목처럼 조각을 해 세운 거울도 들어내였다.

《서국보동무! 사치하고 화려한것은 몽땅 들어내시오. 프로레타리아는 그런것과는 인연이 없으니까. 보기만 해도 고약한 부르죠아냄새에 구역질이 나오.》

이마가 번들번들한 박기남은 방마다 드나들면서 대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도 하고 무엇을 열렬히 설명하기도 하였다. 반제동맹 선전책임을 진 서국보는 땀을 흘려가며 방안을 정리하였다.

《이렇게 되고보면 조선독립도 멀지 않았지요, 박선생!》

서국보는 다 걷어내서 휑뎅그렁하니 비게 된 방안에서 무엇을 할지 몰라 서성거리다가 한마디 롱조로 말하였다.

《박선생.》

벽에다 전지 두장길이나 되는 조선지도를 걸고있던 박기남은 고개를 돌리며 낯을 찡그렸다.

《서국보동문 좀 혁명적인줄 알았더니 매우 고리타분한데가 있었군 그래?》

《어째서 그러십니까?》

서국보의 주눅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째 그런가구? 가만, 이거부터 좀 잡아주.》

박기남은 서국보에게 지도의 한끝을 불잡게 하고 못을 쳐서 조선지도를 죽 내리펴놓았다.

《자! 우리 조국이 얼마나 훌륭한가 보우. 기상이 장엄하고 아름답고…》

그는 서국보가 왜 고리타분한가를 설명할것을 잊어버리고 조국의 전모를 한눈으로 굽어보며 자못 행복한 감정에 잠겨들었다.

《여기에서 침략자들을 내몰고 공산주의를 건설한다면 얼마나 좋겠소. 하긴 그 위대한 사업은 벌써 시작되였소. 지금은 우리가 이 모양으로 지주냄새가 물컥물컥 풍기는 골방에 자리를 차지하고있지만 앞날에는 조선의 프로레타리아가 화려하게 일떠세운 대궁궐에서 일하게 될거요. 얼마나 좋소. 난 간혹 미래를 생각하는 날이면 너무 흥분해서 잠이 오지 않소.》

그는 뒤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도를 보면서 진정으로 환희에 겨워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서국보는 겨우 국문을 해득하는 정도여서 박기남이가 말하는것 같은 추상적인 사고에 관습되지 않아 그 뜻은 대체로 알수 있었지만 얼마간 어리벙벙해있었다.

지도를 걸어놓고나서 박기남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또 무엇이 필요한가를 잠간 생각하였다, 아직 무엇이 더 소용될는지 알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넓다란 방안에는 탁자가 하나 덩그렇게 놓이고 뒤벽에 붉은기가 드리우고 오른쪽에 지도가 걸린 그것이 전부였다.

《됐소! 이쯤하면 이 지구의 혁명본부답소.》

박기남은 껄껄 웃고있는데 서국보는 토목잠뱅이를 너풀거리며 물초롱을 들고 대문밖으로 사라졌다.

그때 대원 한명이 나타나 경례를 불이고 보고하였다.

《최덕만의 아들을 붙잡아왔습니다!》

《그렇소? 어디 숨어있었소?》

《뒤산 가둑나무밑에 까투리 배기듯 한것을 움켜왔습니다.》

《잘했소. 반항은 하지 않았단 말이지?》

《총을 들이대고 가자고 하니까 꼼짝 못했습니다.》

《총을 뺏었소?》

《네!》

《훌륭하오. 그것이 바로 프로독재라는거요. 독재는 우리 손에 장악 되여있소. 그래 그다음것들은 어떻게 했소?》

《이제 체포하러 떠나겠습니다.》

《여하튼 무자비하게 치시오. 소작을 준 일체 지주는 다 체포하시오. 땅이 많건 적건 관계없소. 문제는 량이 아니라 질이니까. 비록 단 한평을 소작주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빈고농을 착취한 적대분자들이요. 소위 인간성과 동정심 같은것은 다 집어던지시오. 무자비하고 랭철한 리성이 있을뿐이요. 일찌기 고전가들은 이렇게 말한적이 있소. 본래 정치적권력이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조직적폭력이다., 이렇게 말이요. 알겠소? 최동무! 아하, 그렇지. 동무는 최가였지? 한종씨라구 융화가 있지 않을가? 그래선 안되오.》

그는 이렇게 롱을 하면서도 점을 찍어야 할 요점은 놓치지 않았다.

《우린 최가는 최가지만 최덕만이와 본이 다릅니다.》

《그럼 됐소. 어쨌든 계급투쟁에서는 무자비해야 하오. 어서 가보우.》

최동무라는 유격대원이 물러서자 리광이 나타났다. 리광은 밤을 새워 큰골쪽으로 순찰을 갔다왔기때문에 얼굴에 피곤이 어려있었다. 그는 마루에 올라서서 방안을 들여다보고 아연해졌다. 동굴속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분위기였던것이다.

《어째 그렇게 놀랍니까?》

매양 자기가 하는 일에 신통한 평가를 주지 않는 리광이 또 무슨 의견이 있겠는가 해서 마음이 켕기는것이였다. 그러나 박기남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며 그동안 지주들을 체포한것이라든지 회곡쪽에 정찰 보냈던 통보를 정확하게 보고하였다.

《너무 감격해 그럽니다. 구태여 의견을 말한다면 이 집은 학교로 쓰는것이 어떨가 혼자 궁리해본적이 있지만 기왕 이렇게 된바엔…》

리광은 진한 눈섭을 치켜올리며 웃어보이였다.

《교육을 펴는것은 너무 이르지 않을가요? 우리는 이 지역을 아직 확고히 차지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절대로 그렇지 않소. 확고하게 차지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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