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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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찌기 전광식은 차광수와 마주앉았다.

전광식은 자기가 마을을 돌아본데 대하여서와 영희를 위해서 사령관동지께서 날이 어둡도록 풀숲에 계셨다는 자세한 내용을 말하였다. 차광수는 어제밤에 사령관동지에게서 식량과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대원들을 파견할데 대한 지시를 받고 그것을 준비하고있었다. 수첩에 무엇을 적고있던 차광수가 만년필을 놓고 고개를 들었을 때 전광식은 말을 계속하였다.

《우리가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령관동지의 지시대로 식량과 의약품을 구해다가 이곳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우리는 긴급히 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고 보는것입니다. 몇개의 공작조를 파견하면 곤난이 있기는 하겠지만 식량과 의약품을 얼마간 구해올수는 있을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마을형편을 보시고 그렇게도 상심하신 사령관동지의 걱정은 풀리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우리가 여기서 식량을 구하는데 그친다면 모름지기 사령관동지께서는 이 마을에서 출발하지 못하실것입니다.

부모를 잃고 매일 울고있다는 영희와 같은 어린것을 두고 어떻게 걸음이 떨어지겠습니까?》

좀체로 흥분을 나타내지 않던 전광식이건만 이때는 얼굴이 상기되여 씨근거리였다.

《그렇다면 전동무 생각에는 관동군놈들에게 끌려간 이 마을사람들을 찾아와야겠다는것이겠지요?》

허리를 꼿꼿이 일궈세운 차광수의 미간은 팽팽히 발려졌다.

《그렇습니다.》

이리하여 그들은 세걸이의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되였고 한개 중대인원을 파견해서 마을사람들을 탈환해올데 대한 작전을 짜게 되였다.

아침식사가 끝난 후에 예정했던대로 식량과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공작조들이 떠나갔다. 차광수와 전광식이 물방아간이 있는 개울을 따라 가지런히 서서 걸었다. 물가에는 흡사 남방식물같이 잎이 크고 윤택한 빛을 띤 옻나무며 구리대며 또 그와 비슷한 초목들이 잔뜩 자라고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걷고있던 전광식이 구리대잎을 뜯어 훌쩍훌쩍 부치면서 나직이 말을 떼였다.

사령관동지께 다시 말씀드려주십시오. 어떤 곤난이 있다 하더라도 꼭 임무를 수행하고 오겠습니다.》

《내가 부탁할것은 사령관동지께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무모한데로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겁니다. 거듭 주의를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역시 동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길을 걷지 않는다면 사령관동지께서는 두고두고 이 일에 대해서 후회를 하실수 있지 않습니까. 차동무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이의 전사된 우리의 임무란 무엇이겠습니까. 적을 많이 잡아 전과를 올릴수도 있을것이고 조직을 늘이고 군중을 각성시켜 어느 지역을 추켜세울수도 있을것입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우리 혁명과 우리 인민의 운명을 한몸으로 감당하고계시는 그이의 심려를 덜어드리고 걱정을 풀어드리는것이 우리가 해야 할 첫째 임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혁명투쟁은 우리들뿐만아니라 많은 동지들이 할수 있고 해야 할것입니다. 길림, 카륜시기부터 이날까지 그이를 몸가까이 직접 모시고있는 차동무나 나의 보람이 바로 이런데에 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차광수는 손을 들어올려 공연히 코등을 문질렀다. 평소에는 말이 적던 전광식이 일단 말을 떼기만 하면 어떤 수로든지 이렇게 심금을 울려놓고야만다. 앞서가는 대오가 산모퉁이를 돌아서게 되자 전광식은 손을 내밀었다.

《갔다오겠습니다.》

《좀더 걸읍시다.》

《아니요. 지체됩니다. 한가지 부탁할것이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굶고있는 소식을 들은 때로부터 사령관동지께서 식사를 잘하시지 않습니다.…》

《나도 알고있습니다. 그럼 떠나시오. 이걸 가지고 가시오.》

《뭡니까?》

사령관동지께서 전하시는겁니다.》

잠시동안에 그들사이가 멀어졌다. 재빨리 산모퉁이를 돌아선 전광식이 자그마한 개울을 훌쩍 건너뛰였다. 그때 보자기에서 미시가루냄새가 확 풍겨나왔다. 언덕에 올라선 전광식은 보자기를 안은채 오도가도 못하고 서버렸다. 되돌아가서 미시가루를 돌려주고 올것인가 이대로 가지고 가야 할것인가. 한홉의 식량이 금싸라기처럼 귀한데 이렇게 념려하시다니… 그는 전혀 기미를 알수 없게 한 차광수마저 야속스럽게 생각되였다. 전광식은 보자기를 부둥킨채 멍청히 서있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사령관동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찾아오고야말겠습니다.》

눈물이 글썽해진 그는 열마디, 백마디의 당부보다 더 무겁고 뜨거운 보자기를 안고 맹세를 다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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