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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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마을을 내려다보고있던 차기용이 자리를 차고 화닥닥 일어났다.

《전광식동지, 마을에서 떠들석하는 소리가 납니다.》

《뭐요?》

수첩을 무릎에 올려놓고 이곳 지형도를 그리고있던 전광식이 삑 돌아서서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아, 저게 웬일이요?》

그로서도 전혀 상상할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것이다. 집집마다에서 사람들이 떨쳐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고있다.

아래골짜기로는 아낙네들과 아이들이 허둥지둥 몰려나가고 이쪽마을 복판에는 쟁기를 든 남정들이 떼를 지어 웅성거리고있다.

《이상하오.》

《모두 피난을 가는것 같습니다.》

차기용이 당장 달려내려갈 자세를 취하자 전광식은 그를 급히 제지시키였다.

《좀 가만있소.》

전광식은 우선 까닭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그때 마을느티나무에서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하였다.

다급하고 앙칼진 종소리가 나자 철삼이네 마당에 모였던 사람들이 와 몰려 마을뒤로 올라왔다. 골짜기로 빠지던 아낙네들, 아이들이 아우성을 치며 숲속으로 급히 흩어져 들어간다. 잠시동안에 차기용이가 총을 메고 서있는 언덕으로 마을남정들이 괭이며 쇠스랑이며 걸이대 등을 비껴들고 윽윽 소리를 지르며 올라왔다.

《야, 이 왜놈의 개들아! 무엇이 모자라 또 왔느냐, 이놈들!》

《저놈들을 쳐 내쫓아라.》

《어서 물러가지 못해, 이놈들!》

거리가 가까와지자 군중들은 목이 터지게 고함을 지르며 한걸음씩 죄여올라왔다. 전광식은 밭가운데 우뚝 멈춰서서 떠들어대는 군중들을 잠시 지켜보았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서 납득시켜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과 가까이 마주서야 하기때문에 급히 맞받아 내려갔다.

《얘들아, 조심해라. 저놈한테 총이 있다, 총이 있어.》

철삼이 군중들에게 주의를 주는 소리가 들렸다.

뒤미처 돌이 날아왔다. 어떻게나 세차게 쥐여뿌리는지 머리를 들수 없었다. 전광식은 윙윙 날아오는 돌을 피해가면서 뒤에 따라오는 차기용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총을 내들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이쪽에서 주저하는 기미를 알아차린 군중들은 더욱더 기세를 올리고 돌을 던지며 발을 굴렀다.

접근하기 어렵게 되자 울상을 한 전광식이 하는수없이 권총을 떼서 차기용이에게 넘겨주고 천천히 군중을 맞받아 걸어나갔다.

《여러분, 내 말을 좀 들으십시오. 우리는 왜놈의 앞잡이가 아닙니다. 여러분! 좀 진정하고 제 말을 들으십시오.》

그는 돌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여러분! 우리는 반일인민유격대입니다. 왜놈군대가 아닙니다.》

서로 접근해가서 거리가 가까와지자 군중들이 함성을 지르며 와락 달려들어 전광식을 에워쌌다. 뒤에 따라섰던 차기용은 총을 멘채로 달려내려가면서 거듭 고함을 질렀다.

《여러분, 왜 이럽니까, 우리는 유격대올시다.》

전광식을 에워싼 군중들이 너무나 떠들어서 차기용의 말이 들릴리 만무하였다. 그런 가운데 군중들 일부는 차기용을 향해 또 올라왔다.

《이놈들! 너희 죽고 우리 죽고 해보자.》

《쏠테면 쏴라! 어서 쏴라! 이 왜놈의 개들아!》

그때 차기용은 군중들이 올라오는 그사이로 팔을 붙들려 끌려가는 전광식을 볼수 있었다. 그는 다리맥을 잃고 땅에 엎어질번 하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서 군중들을 향해 걸어나갔다.

《우리는 <토벌대>가 아닙니다. 조선군대요. 유격대요.》

눈에 푸른 불이 번뜩이는 세걸이는 무슨 말이든 들을 겨를이 없었다. 그는 달려들어가면서 차기용의 가슴을 떠밀며 총대를 움켜쥐였다. 또 한 청년은 뒤에서 팔을 붙잡았다.

비칠비칠하며 차기용은 애원하였다.

《그걸 뺏지 마오. 그건 안되오. 아-참, 이걸 어쩐다? ! …》

차기용은 총을 꽉 움켜잡고 놓지 않았다. 기운껏 해댄다면 둘이 아니라 네댓이 달려들어도 당해내지 못할 그가 아니였지만 전혀 대항을 하지 않았다.

《총부터 뺏어라! 총을!》

차기용은 총을 가슴에 꽉 부둥키고 이리저리 피하면서 참고 견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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