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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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간 흘렀을 때 뒤에서 인적소리가 나 돌아보시니 차광수가 나타났다. 보초순찰을 나온것이다. 보초대원인줄 알았는데 사령관동지이시라는것을 안 차광수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사령관동지가 아니십니까?》

《쉬!》

그이께서는 손을 입에 대고 저으며 차광수더러 떠들지 말라는 시늉을 해보이시였다. 가까이 다가간 차광수는 차기용이가 보초당번이라는것을 설명하였다.

《나도 알고있습니다. 차동문 내가 지금 좀 재우고있는중입니다.》

《그럼 대신 누굴 세우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뒤짐을 지신채 저쪽으로 걸어나가시였다.

《조용히 걸으시오.》

차광수는 잠간 그 자리에 서서 무엇인가 물어볼 자세를 취했다가 그만두고 돌아섰다. 그는 보초소순찰을 마치고 누구를 차기용이대신 보초에 내보낼것인가를 잠시 생각하다가 성큼성큼 그쪽으로 걸어나갔다. 차광수는 그이의 시선이 미치지 않을 정도로 다가가서 자기가 보초를 섰다.

시간이 흘러서 한가닥 바람이 숲을 흔들게 되였을 때 차기용은 화닥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사위를 둘러보다가 넋없이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하였다. 정신을 차린 그는 보초규률을 위반했다는 강한 자책이 머리를 짓누르는것을 느끼였다.

《큰일났구나, 보초가 졸다니.》

그는 주먹으로 자기의 머리를 툭툭 갈기였다. 걸음을 옮기면서 그는 앞을 내다보았다. 자기를 대신해서 저만치에서 누가 보초를 서고있었다. 허리에 권총이 달린것으로 보아 차광수나 전광식이 틀림없었다. 그는 총을 든채 허둥지둥 달려가서 앞에 멈춰섰다.

《참모장동지! 저는 보초를 서다가 그만…》

《벌써 깼소?》

《아! 사, 사령관동지!》

차기용은 너무나 뜻밖이여서 그만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굳어지고말았다. 눈앞이 아찔하고 선자리가 꺼져내리는듯 하였다.

《매우 곤한 모양이지.》

그이께서는 천천히 다가와서 들먹이는 차기용의 어깨를 가볍게 잡으시였다.

사령관동지! 저는 보초를 서지 않고 잠을…》

《그만하시오. 잘못을 알았으면 됐습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떨군 차기용의 어깨를 흔들면서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차동무는 왜 동무들의 도움을 받을줄도 모릅니까. 정 졸음이 오면 동무들한테 교대해달라고 제기할수 있지 않습니까. 차광수동무에게 말할수도 있고 또 내게 직접 말할수도 있지 않습니까. 어쨌든 보초가 잠을 잤다는것은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부대는 보초 하나를 믿고 깊이 잠들고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졸아서는 안됩니다. 적들은 우리가 졸기를 바라는것이니까. 자, 여기 좀 앉읍시다.》

그이께서 진대통에 걸터앉으셨지만 차기용은 굳어진듯 서만 있었다. 당장 앞으로 쓰러질듯이 고개를 떨구고 서있던 차기용이 갑자기 자세를 바로잡으며 눈물이 글썽해서 그이를 쳐다보았다.

사령관동지! 저를 처벌해주십시오. 저는 정말…》

그는 다시 고개를 떨구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차기용은 이때 사령관동지께서 주신 충고가 아프다거나 자기 잘못이 얼마나 컸는가 하는 자책에서보다 그이께서 자기를 깨우지 않고 대신해서 보초를 서주기까지 하신 그 뜨겁고 사랑에 찬 어버이심정이 더 가슴을 때렸기때문이였다.

그는 이날이때까지 한평생 울지 않고 살아왔다. 지어는 뼈가 부러지는 때에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을 정도로 완악한 세월에 검질기게 항거하였던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가슴속 밑창에서 솟아오르는 감격으로 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다. 총대를 붙잡고있는 그의 손등에는 눈물방울이 련달아 떨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를 한참동안이나 그냥 내버려두셨다가 이윽해서 손목을 잡아 풀숲에 앉히시였다.

《고단하지?》

그이의 부드러운 입김이 볼을 스치고 지나가자 차기용은 검실검실한 눈을 크게 뜨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사령관동지, 고단합니다. 그러나 참을수 있습니다.》

《참아내자니 오죽하겠소. 변변히 먹지도 못하지, 줄창 숲속을 걷지, 또 잠자리라는것도 그렇지. 그렇지만 차동무는 어려서부터 탄광에서 왜놈들한테 매를 맞으며 등짐을 졌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령관동지, 모든것을 다 각오했기때문에 참을수 있습니다.》

《각오를 했다?》

이렇게 시작해서 사령관동지와 한 대원이 과거생활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먼 앞날에로 달려나가기도 하면서 담담한 대화를 계속하였다.

벌써 저쪽 진대나무끝에서는 차광수가 두명의 대원을 새로 조직하였으며 날이 푸름푸름 밝아옴에 따라 순회구역을 넓혀나갔다. 차광수는 차광수대로 보초순회를 좀더 일찌기 그리고 자주 했던들 사령관동지께 그런것까지 걱정을 끼치지 않았을수 있으리라는 가책을 받고있었으며 또 한편 하루해를 줄창 앞장에 서서 대렬을 이끌어온 차기용을 보초에 나오도록 한것을 크게 후회하고있었다.

《차동무! 동무는 어제 행군할 때 무엇을 생각하며 그렇게 선두에서 씩씩하게 걸을수 있었습니까?》

《별로 생각한것이 없습니다. 다만 누구든지 앞장서서 길을 내는 사람이 있어야 하겠다는 그것을 생각했을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우리는 지금 일본제국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총을 들고나섰습니다. 이런 길은 그 누구도 세상에서 걸어보지 못한 가시덩굴이 엉킨 초행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야 할 길이기때문에 이런 길을 스스로 택해서 걷고있는것입니다. 동무는 조선의 빨찌산대원답게 행동했고 로동계급답게 앞장서나갔습니다. 그렇습니다. 무슨 일에나 앞장설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누가 담당해야 하겠습니까? 두말할것없이 동무와 같은 로동계급입니다. 로동계급은 기관차처럼 각계각층 군중들을 끌고 승리의 저편 언덕까지 달려나가야 하는것입니다. 그러자면 누구보다 희생을 많이 각오해야 됩니다. 동무는 가슴으로 덩굴을 밀어제끼고 험한 땅을 먼저 디디고 나가지 않으면 안되였습니다. 그러니 누구보다 많이 째졌고 발이 많이 부르텄을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보나마나 동무의 발은 말이 아닐겁니다.》

사령관동지!》

차기용은 칡넝굴로 칭칭 동인 그 발을 요행 풀숲에 감추고있었기때문에 바쁜 모퉁이를 쉽게 면할수 있었다.

사령관동지,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발은 부르텄고 피가 흘렀습니다. 몹시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길을 걸을수 있습니다. 사령관동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초행길이 아무리 험하다 해도 우리를 꺼꾸러뜨리지 못합니다. 우리는 숨이 붙어있는 한 사령관동지께서 가리키시는 그 언덕에 기어이 오를수 있습니다. 다리가 부러지면 손으로 기여갈것이며 손을 못쓰게 되면 몸뚱이채로 딩굴어서라도 가고야말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걱정되는것은 저처럼 이렇게 규률을 위반해서 사령관동지께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시게 하는 그것입니다. 사령관동지! 맹세합니다. 저는 꼭 고치겠습니다. 제가 만약 고치지 못하면 쓸모없는 버럭돌처럼 팽개쳐버려도 좋습니다. 사령관동지, 저를 처벌해주십시오.》

또다시 눈물이 솟아오른 얼굴을 들고 차기용은 사령관동지를 우러러보았다. 솔직하고 과감하며 결정적인 차기용의 고백은 그이의 심장을 사정없이 뛰게 하였다. 이러한 신심과 긍지높은 충격을 길회선철도부설반대투쟁때 수천의 군중이 주먹을 추켜들고 반일구호를 웨쳤을 그때와 얼마전에 있은 유격대선포당일 정렬해 선 대원들의 빛나는 눈을 보고 느끼시던 그때의 벅찬 감동과도 같은것이였다. 소박하고 무뚝뚝한것 같던 탄광로동자출신의 평범한 대원이 그이의 심금을 이렇게 기운차게 흔들어놓은것이다.

《차동무, 처벌은 다시 이런 일이 있을 때 두곱으로 하기로 합시다. 다만 내가 동무에게 말해두고싶은것은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어데서 무엇을 하든 항상 적에 대한 경각성을 무디게 해서는 안된다는것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한당대가 그럴것이고 지구상에 자본주의가 영영 없어질 때까지는 그것이 필요합니다.》

《알았습니다. 사령관동지! 꼭 명심하겠습니다.》

잠시동안 대화가 중단되였다. 작식대원들이 벌써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는 모양인지 초막 저쪽에서 인적기가 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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