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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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칠성이 눈이 벌개져서 초막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여 차기용은 보초를 서러 나갔다. 차기용은 총부혁을 잡고 절뚝절뚝 발을 절며 이깔나무그루사이를 걸어나갔다. 반나마 이그러진 파르스름한 달이 고로쇠나무우듬지끝에 걸려있다.
다리를 옮겨놓을적마다 그의 한쪽눈과 입은 보기 흉하게 잔뜩 이그러지군 하였다. 행군이 끝나고 헤쳐보니 량쪽발에 온통 물집이 생겨있었다. 발싸개를 갈아대기는 했지만 발이 땅에 닿기만 하면 머리끝까지 찌륵찌륵하였다.
초소에 이른 그는 우선 사위를 둘러보았다. 깊은 산중이다보니 별로 특별한 정황은 없을테지만 만약을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하였다. 떠들썩하던 박흥덕이네 초막도 잠잠해졌고 멀리서 구성진 부엉이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대통에 기대선 그는 탄띠를 더듬어보았다. 탄알은 세알밖에 없었다. 두알은 녹이 쓸지 않아 반들반들한것이고 나머지 한알은 새빨갛게 녹쓴것을 닦아서 넣은것인데 불발이 될지 어떨지 알수 없는것이였다. 우선 상한것을 한알 재워넣었다. 탄띠에는 그가 나무로 깎아 끼운 모의탄알이 한 50알 되였다. 탄띠가 헐럭거리기도 하지만 무엇이나 그릇이 비였다는것을 그는 언제나 참지 못하는것이였다.
《차동무! 나무꼬챙이로 적을 잡을텐가?》
이런 투로 놀려주는 동무들의 롱담도 들은척만척 하였다. 그런만큼 그의 가장 절실한 소망은 탄알이 꽉 찬 묵직한 띠를 메는것이였다.
《한번 붙기만 해봐라. 한 300알은 얻어낼테니까.》
그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고나서 좌우를 다시 둘러보았다. 저만치 보이는 진대통 그 이쪽에 한아름이나 되는 이깔나무, 저쪽에는 덩굴이 진 분비나무, 그뒤에는 다문다문한 들쭉, 그것이 자기를 둘러싼 지형지물의 전부였다. 정황을 다 익히고난 그의 눈은 금시 졸음이 와서 게슴츠레해졌다. 잠시후 고개를 끄떡하며 턱방아를 찧고난 그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험!》
졸음을 쫓기 위해 기침을 몇번 하고 또 위치를 옮겨섰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 때 예정한 순회지점을 돌아보고난 그는 총을 가슴에 안고 진대통에 기대섰다.
2시가 오라지 않았다.
코를 드렁드렁 골기도 하고 앓음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아야, 아야 아구 다리야.》
누군가가 다리를 들고 이리저리 뒤채고있다. 잠시 들여다보고계시는 사이에도 이쪽저쪽에서 신음소리가 울리였다. 숨을 죽이고 보고계시던
한가운데 진봉남이 누웠다. 공책을 안은채로 잠들었는데 그의 입언저리에 알릴듯말듯 한 미소가 어리였다. 그옆에는 변인철이가 가슴을 헤치고 다리를 들었다놓았다하며 갈개고있다.
다음초막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막을 다 돌아보고나신
그들은 하나같이 웃었고 모두 즐겁게 밤을 지냈으며 떠들었다.
벌써 동녘이 희끄무레해졌다. 오래지 않아 날이 밝을것이 아쉽기까지 하시였다. 그런대로 대원들이 한때나마 푹 쉴수나 있는 긴긴 밤이기를
바라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