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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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하는 오붓한 마을이였다.

마을 한쪽으로 뽕나무가 드문드문 섰고 외나무다리가 놓인 개울언덕에는 느티나무 한그루가 높이 솟아있었다. 파랗게 잎이 핀 느티나무가지에는 삭정이를 문 까치가 앉아 꽁치를 까불고있다. 강기슭을 따라 휘여돌아간 버들방천에서는 버들꽃이 바람에 불려 안개처럼 날아오른다.

아이들은 밭뚝으로 달려다니며 나비를 쫓는데 강아지란 놈은 메새를 따라 산기슭으로 내닫고있다.

사람들은 모두 산으로, 들로 나갔다. 반은 버덩농사이고 반은 부대기농사여서 어데나 사람은 많지 않았다. 봄볕이 호독호독 내리쪼이는 반반한 마당이며 행길에서는 목화송이같은 병아리가 조잘거리며 몰려다닌다.

어느때나 맑은 호수처럼 정적에 가라앉은 마을이였다.

백두산줄기가 물결쳐나간 아득한 기슭을 끼고돌면 어디서나 흔히 이런 마을을 만날수 있다. 어느때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는 딱히 알수 없으나 대개는 세파에 못이겨 흘러온 사람들로써 이루어진 마을들이였다. 삼남에서도 오고 서도나 북관에서도 왔다.

기미년후에 흘러온 사람들이 그중 많았고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일합병》이 있은 직후에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즈음에 와서도 한철에 한두집씩은 찾아와서 짐을 풀기도 하고 그대로 다시 어데론가 떠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것이 깊숙이 가라앉은 이 산간마을의 정적을 깨뜨리지는 못했다.

일년내내 가야 단조롭고 안온한 분위기에 잠겨있던 마을이였다. 그러던것이 갑자기 명절날처럼 흥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어제 해질녘이였다. 개울에서 고기를 잡던 아이들이 반두를 안은채 달려왔고 밭에서 일하던 청년들이 가대기를 세워놓고 이랑을 뛰여넘어 마을로 들어왔다. 집에 있던 늙은이들, 아낙네들도 문을 열어제끼고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우리 군대가 어데 왔어?》

《방아간집 마당에 있대요.》

《총이 있습데?》

《있다뿐인가.》

《저런!》

아닌게아니라 방아간집 넓은 마당에는 끌끌한 군대가 한마당 들어앉아있었다.

반일인민유격대였다. 모두 풀색군복에 각반을 쳤고 로동화를 가뜬히 신었는데 하나같이 젊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군모며 반들거리는 총들을 눈이 둥그래서 바라보았다. 무장은 반이 일본군대들이 멘 그런 보총이였고 나머지는 양포나 토퉁 그리고 몇사람은 화승대였다.

처음에는 마을사람들이 멀찍이 서서 구경을 하였지만 곧 마당으로 밀려들어가 유격대원들과 한데 어울리고말았다.

마을청년들 열명이 소영자령에서 왜놈군대 수송대를 치는 전투에 참가하고 와 승전소식을 전한 뒤 마을농민들은 너무 흥분되여 15리나 되는 그곳까지 찾아가 깨여진 마차바퀴를 발구로 끌어다놓고 며칠을 두고 이야기판을 벌렸었다.

얼마후 유격대원들은 열댓집에 나뉘여 들게 되였다. 저마끔 제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잡아끄는것을 늙은이들이 야단을 쳐서 가까스로 수습하였다. 그러나 미처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마을사람들이 집집마다 몰려가서 웅성거렸다.

한편 남석받이에 이영을 이은 사립학교에서는 두루마기를 입은 교장선생이 마당에다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단에 올라섰다. 일본놈을 쳐물리치고 우리 조선을 독립시킬 반일인민유격대가 생겨났는데 그중 한부대를 친솔하시고 김일성장군님께서 이 마을에 오늘 들리셨다고 흥분된 소리로 웨치였다.

한 50명 남짓한 학생들이 책보를 낀채로 안마을로 구경을 갔다가 아근 20리에 흩어져 소문을 쫙 퍼뜨렸다.

이날 저녁 김일성동지께서는 학교마당에서 연설을 하시였다. 학교마당에는 군중들로 꽉 들어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항일유격대의 성격과 사명에 대하여 차근차근히 말씀하시고나서 로동자, 농민의 아들딸로 이루어진 항일유격대를 전체 인민이 성심껏 원호해야 한다는데 대하여 간곡히 말씀하시였다. 청년들은 유격대에 탄원해나서서 총을 들고 왜적과 싸워야 하며 전체 조선인민이 한마음한뜻으로 굳게 뭉쳐 원쑤 왜놈을 쳐부시고 빼앗긴 조국을 찾기 위한 광복성전에 총궐기해나서야 한다고 하시였다. 연설은 자정이 훨씬 넘도록 계속되였다. 군중들은 마치 메말랐던 땅에 물이 잦아들듯이 연설을 받아들였다. 모두 손벽이 터져라 박수를 치고 목청껏 만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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