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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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이해의 첫 봄소나기이다. 굵다란 비방울이 숲을 두드리고 골짜기에 완고하게 틀고앉았던 눈무지들을 단꺼번에 밀어내였다.

골짜기와 숲이 말끔히 씻기여 생신한 기운을 풍기였다.

비를 맞으며 산모퉁이 오솔길로 김일성동지께서 리혁이와 나란히 걸어가고계시였다.

길바닥에서는 안개가 뽀얗게 일고 물방울이 튕겨올랐다.

다른 동무들은 이미 다 떠났고 북부지구로 가는 리혁이가 마지막으로 떠나는것이다. 그는 명월구회의방침을 실천하기 위하여 광활한 북부지구로 떠나는 첫 사람이였다.

리혁은 묵묵히 걸음을 옮기였다.

임무는 분에 넘치게 보람찬데 그이를 만나뵈옵자마자 떠나야 하니 그 섭섭한 감정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언제 다시 만나뵈옵게 될는지.

혹은 한해나 이태후에 만나뵈올수도 있고 또 그보다 훨씬 먼 앞날에 우리들이 이룩해야 할 혁명임무들을 다 수행하고 해방된 조국의 어느 도시나 그렇지 않으면 바로 이러한 숲속에서 문득 만나뵈올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또한 어떤 우연이나 불행에 의해서 철창속이나 혹은 교수대에 올라 오늘 이때를 회상하게 될수도 있을것이다. 어쨌든 앞날에는 준엄하면서도 영광에 찬 그때가 기다리고있을것이다. 그이께서 가리키신 길이라면 열번 태여나 열번 목숨을 바친다 해도 두려울것이 없다.

한생을 그이곁에서 살고싶다. 그러나 떠나야 한다.

리혁은 들먹이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그냥 발걸음을 옮기였다. 그러다가 그는 정신을 차려 길을 막아섰다.

사령관동지! 들어가주십시오. 벌써 10리이상 오신것 같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였습니까? 난 산굽이를 하나 돌았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어서 걸읍시다. 난 이렇게 걷는것이 제일 좋습니다.》

《옷이 젖었습니다.》

《젖은 옷은 말리면 되지 않습니까?》

자그마한 등성이를 또 하나 넘어섰다.

리혁은 걸음을 멈추었다.

《들어가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여기 서있겠습니다.》

《왜 그럽니까? 난 기분이 매우 좋은데. 맑은 봄날도 좋지만 봄비가 내리는 숲속이 얼마나 좋습니까? 이런데를 혼자 걷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리혁의 등을 떠미셨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하는수없군. 그럼 떠나십시오. 종종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난 곧 압록강지구로 나가겠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저의 소원은 그것뿐입니다.》

《어서 떠나시오.》

그이께서는 리혁의 어깨에 손을 얹고 석별의 정을 이기지 못하는 얼굴을 잠시 쳐다보시였다. 초점을 잃은 리혁의 시선이 물속을 헤염치는 달그림자처럼 흔들리였다. 그 순간 그이께서는 와락 리혁의 어깨를 당겨 가슴에 그러안으시였다.

《리혁동무!》

사령관동지!》

때마침 번개가 번쩍하면서 우중충한 하늘과 안개낀 숲과 아득히 비껴간 산발들에 그리고 리혁의 눈동자에 찬란한 빛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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