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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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수는 관목숲속에 가느다랗게 감겨돌아간 오솔길을 걷고있었다.

팔다리에 나무가지들이 감겼다가는 쫙쫙 소리를 내며 헤쳐지군 하였다. 그는 홧홧 달아오르는 얼굴을 들고 활기있게 걸음을 옮기면서 이밤에 있은 일을 회상하였다.

돌이 굴러떨어지는 소리, 그에 뒤이은 몇방의 총소리, 단 30분도 되나마나한 사이에 있은 격투, 그것이 전투의 전부였다.

폭격기의 편대도, 땅크의 진격도, 일직선이나 혹은 산개대형의 보병의 진공도 없었다. 고지우에 펄럭이는 군기도, 승전을 알리는 우렁찬 북소리도, 나팔소리도 들을길 없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전투인가? 그렇다. 전투다! 전투일뿐만아니라 이것은 혁명전쟁이다. 계급과 계급이 맞서고있으며 일본제국주의와 조선인민이 하나의 작은 축도판우에서 판가름을 한것이다. 준엄하고 무자비한 력사가 시작되였다.

어느 맑은 날 아침, 아직 온몸이 털에 덮였던 태고적 우리의 조상이 문득 두손을 땅에서 떼고 로획물을 향해 나무작대기를 집어던진 때로부터 인류는 유구한 력사를 걸어오게 되였다.

추위가 생존조건의 가장 큰 공포로 되였던 시기에 벼락에서 인화된 신비스러운 불은 인간을 급격한 진보로 떠밀어내였다. 불은 따스한 지대로부터 한랭한 지대에까지 광대한 넓이로 사람을 흩어놓는것과 동시에 발로 선다는 인간으로부터 머리로 선다는 리성의 시대로 달려나가게 하였다.

나무가지를 휘여서 테를 만들고 손으로 가락을 돌려 실을 뽑던 물레가 민속박물관의 한쪽구석에 놓이고 증기가 바퀴를 돌리는 능률적인 《머슴》으로 붙잡혔다. 이때로부터 인류는 가속도로 현대를 향해 내달았다. 대륙을 찾아내고 속도가 공간을 축소시켰으며 제2의 자연이 혜택을 주었다. 그러나 인류는 자기를 부단히 완성시켜나가면서 동시에 자기를 엎드려 기도록 강요하였으니 문명의 한복판에 치욕의 구뎅이를 스스로 파게 하였다. 날씨가 나쁘고 돌멩이가 로획물을 명중시키지 못해 굶어죽어야 했던 아득한 옛날과는 달리 너무나 많은것을 수확해놓은탓으로 굶어죽게 되였다. 이리하여 하나의 《유령》이 나타났으며 드디여 그것은 고도로 정제된 하나의 리념의 덩어리로 되여 피압박, 피착취대중이 틀어쥔 생존조건의 무기로 되였다. 그때로부터 반세기 좀 남짓한 쌀쌀한 초겨울 어느날, 두터운 이끼를 한벌 뒤집어쓴 짜리의 동궁, 그 견고한 성벽을 향해 사람들이 밀려갔다.

기다란 총대를 들고 금은장식품들과 대리석기둥이 일어선 호화찬란한 방으로 뛰여든 로동자와 농민이 력사와 나라와 궁전의 주인이 자기들이라고 선포하였다.

이 모든것은 그 복잡다단한 생활의 대하에서 인간이 오늘이라는 대안에 건너서는데 뚜렷한 몇개의 징검다리를 이루어놓았다.

이것들과 마찬가지로 오늘저녁 백두산기슭에서 울린 한방의 신호총소리는 조선인민을 영웅적항쟁에로 불렀으며 나아가서는 제국주의에 의해서 압박받고 착취당하고있는 암흑과 후진과 예속의 대륙들에 서광을 던져주는 장엄한 신호로 되였다. 이리하여 력사는 바야흐로 커다란 두개의 바퀴에 의해 힘차게 굴러가기 시작하였다. 한쪽은 전세계로동계급이 돌리고있는 바퀴이며 다른 한쪽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노예와 머슴과 망국노들이 방금 돌리기 시작한 또 하나의 바퀴이다.

멀지 않은 앞날에 어린이들이 새로 만든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공부하게 될것이다. 그때 아이들은 조선과 일본 즉 식민지와 종주국이 같은 색갈로 표시된 그런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가장 잘 눈에 뜨이고 아름다와보이는 자기 민족의 색채에 의해 예속에서 해방된 자기 나라들을 찾아보게 될것이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바로 그것을 오늘 약속하시였다.

이런것을 곰곰히 생각하면서 차광수는 밤길을 걸었다. 이때 그는 밤이 어둡다는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개울이 나졌다. 문득 정신을 가다듬은 그는 돌다리를 밟고 건너뛰였다. 그때 앞에서 인적을 느꼈는지 무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광수는 다시 가슴이 뛰고 온몸에 기운이 솟는것을 느끼면서 권총갑을 붙잡고 앞으로 달려갔다. 차광수가 귀틀집마당에 들어서게 되였을 때 맑고 챙챙한 한흥권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진일만동무, 어때? 기분이.》

뒤이어 걸걸한 목소리가 대답하였다.

《아, 참으로 통쾌하오. 바로 이렇게 우리는 나아갈것이요. 격렬한 론쟁의 결론은 이렇게 통쾌하게 지어졌소. 나는 이 며칠사이에 또 하나의 정치대학을 나온셈이요. 하하하…》

거쉰듯 한 송덕형의 특유한 음성이 뒤따라 울리였다.

《힘을 키워서 원쑤를 치고 원쑤를 쳐서 인민을 구원한다. 이것이지. 진동문 그렇게 웃어넘기면 다 될줄 아오? 톡톡히 반성을 해야지.》

《해야 하구말구… 하하하…》

《하하하.》

통쾌한 웃음소리가 귀틀집 맞은편 골짜기로 저렁저렁 메아리쳐 울려갔다. 좀체로 웃지 않던 차광수도 감자밭머리에서 발을 멈추고 번뜩이는 안경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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