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제 1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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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호성은 자기가 늙은이를 리해시켰는지 어쨌는지 알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하루밤 자고 평양으로 올라왔다.

그는 콤퓨터를 마주하고 앉았으나 인차 일이 손에 걸리지 않았다. 귀전에는 함께 살자는 손녀의 말에 계집애가 그렇게도 철이 없느냐고 하던 로인의 말이 그냥 울리였다.

속이 편안치 않았다. 시험정보과가 정식으로 나오는 이번 기회에 강좌로 돌아가겠다고 다시 제기해야 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 그러면 집에서 출근하며 로인의 건강도 돌봐드리고 딸애의 일에도 관심을 돌릴수 있을것이다.

그는 머리속에 떠오르는 어수선한 생각들에 스스로 화가 났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단 말인가! 조장이란 사람이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하고있는줄 알면 동무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나들문이 열리며 《뭘하오?》 하는 부국장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리였다.

부국장이 언제나와 같이 서글서글한 인상을 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집에서는 다 잘있소? 로인은 건강이 어떻소?》

김호성이 집을 떠나있으면서 가시어머니의 심장병때문에 늘 걱정한다는것을 아는 부국장이였다.

《뭐 일없는것 같습니다. 일 긴장한 때 제가 공연히…》

《일없는것 같다는건 무슨 소리요?》

부국장은 이상한 느낌이 드는 모양 김호성의 그닥 밝지 못한 얼굴색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늙은이들이란 어린아이처럼 늘 관심을 돌려주지 않으면 안되오. 더구나 심장때문에 고생하는 로인이 아니요. 앞으로는 일이 아무리 바빠도 자주 내려가봐야겠소. 그리고…》 부국장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이었다. 《새 안해를 데려오오. 상급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요. 가정이 편안해야 일도 더 많이 하게 되는것이지만 그보다도 한창시절을 외롭게 보낼수야 없지 않소. 그것도 역시 랑비요. 생활을 랑비하는것이지.》

《…》

《어디 봐둔 좋은 녀자가 없소?》

《됐습니다.》 김호성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뇌이였다.

김광우는 가슴이 아리였다. 그는 자기가 상처한 젊은 사람의 아픈 곳을 다쳐놓았다고 후회하고있었다.

김호성이 흔연히 말머리를 돌리였다.

《어떻게 건너오셨습니까?》

《어디 맘편히 사무실에나 박혀있을수가 있소? 동무네가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기도 하지만 기일때문에 도무지 마음을 놓을수가 없소. 다음해에 시험단계를 거쳐 전국적인 대학입학시험을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으로 진행하자면 기일이 많은게 아니지 않소. 솔직히 말해보오. 조장선생은 이 부국장이란 사람이 주관적인 욕망만 앞세우면서 기일을 너무 앞당겨 잡았다는 생각은 없소? 한 이태쯤 기일을 더 늦추어서 준비를 착실히 해가지고 원격시험에 들어갈걸 그러지 않았는가 말이요.》

김호성은 《예에?!》 하고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질렀다.

《부국장동진 우리 동무들을 믿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 일을 벌렸습니까?》

갑자기 푸르딩딩해지는 김호성의 수척한 얼굴을 바라보며 광우는 허허 하고 어울리지 않게 웃었다.

《아니, 이 부국장이 동무들을 믿지 못한다는건 무슨 소리요?》

《그럼 뭡니까? 부국장동진 나라의 진보를 위하는 일은 한시도 미루어서는 안되며 우리 시험연구조가 조국의 꿈을 싣고 미래에로 질주하는 급행렬차가 되여야 한다고 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런데 이제와서 이태쯤 늦잡았을걸 하고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그거야 우리 사람들을 믿지 못해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내가 동무들을 뭘 믿지 못한다고 자꾸 그러오? 동무두 참!》

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야릇한 한숨을 내쉬였다. 광우는 그 시각 새로운 시험체계로 넘어가는 문제를 두고 우려하던 대학일군들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린것이였다. 하지만 광우는 속에 연추처럼 무겁게 매달려 사라지지 않는 불안을 김호성에게 내놓고 말해줄수 없었다.

그런데 김호성은 《동무두 참!》하던 부국장의 애달픈 어조에서 그리고 까닭모를 한숨에서 무엇인가를 느낀 모양 동정의 빛을 두눈에 담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국장동지. 다음해 입학시험철전으로 죽으나사나 해내겠습니다. 지금 좀 지체되는거야 위원회에서 생각지 않던 시험문제자료기지를 혁신할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것이지요. 장연화책임교학이 자주 건너와 봐주면서 좀 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 과목당 수만문제나 되는 자료기지를 다 들추면서 이미 작성한 프로그람을 갱신해야 하는 일이 어디 간단합니까? 사실 초인간적인 정력을 쏟아붓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시험문제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수정작업이 제기되였을 때 더러 의견들은 있었지만 우리 동무들중 누구도 기일을 늦추었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부국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조용히 뇌이였다.

《초인간적인 정력이라…》

《부국장동지, 제가…》

《아니 아니, 동무 말이 옳소. 동무들이 정말 수고를 하지. 하지만 동무의 이자 그 표현을 빌면 정말이지 〈죽으나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니겠소. 진보에로 가는 급행렬차가 늦어지면 안되지.》

부국장은 여기서 말을 끊고 무슨 생각엔가 잠기였다. 어쩐지 그의 얼굴에 한순간 침울한 기색이 어리는듯 했다.

부국장이 그 시각에 《차를 놓치면 안돼요!》하던 아득한 추억의 언덕너머에서 울려오는 애절한 목소리를, 눈보라 사나운 령길의 그밤을 생각했다는것을 김호성은 알수 없었다.

한순간이 지나자 부국장은 다시 거뭇한 얼굴에 례의 그 온화한 미소를 그리였다.

두사람은 프로그람 《미래》를 하루빨리 완성하는데서 나서는 문제를 놓고 장시간 토론을 했다.

마지막으로 부국장은 연구조성원들의 생활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돌리다가 라영국의 애인되는 처녀가 지금도 계속 찾아오는가고 물었다.

김호성은 이상한 눈으로 부국장을 바라보았다. 몇달째 원격시험 하나밖에 모르는 이 부국장이 젊은 사람들의 련애에 별스레 관심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국장이 라영국이네 일을 놓고 마음쓴다는것을 내놓고 표현한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다. 혹시 두사람의 련애때문에 나도 모르는 무슨 여의치 못한 일이 그사이에 있은게 아닐가? 어쨌든 라영국의 애인이 부상의 딸이고보면 부국장이 그저 무심히 물어보는게 아닐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허허, 일은 무슨 일. 그저 물어보는것이지.》

《요즘은 그 처녀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것 같습니다. 영국동무가 두어번 일이 있다면서 외출은 했는데… 뭐 처녀를 만났는지 어쨌는지 알겠습니까?》

《책임자라는 사람이 참 한심도 하오. 이제부터는 일만 일이라고 내몰기만 하지 말고 아래사람들의 생활에도 관심을 두오. 특히 그 라영국동무말이요. 처녀 만나러 갈 시간도 주오. 그것도 사람과의 사업이란 말이요. 아니, 왜 웃소?》

《어떻게 된겁니까?》

《어떻게 된거라는건?》

《부국장동지가 라영국동무네 일에 별스레 극성이시니 이상해서요.》

《이상할것도 있겠다. 그것도 사람과의 사업이라고 내 말하지 않던가? 말하자면 일을 위해서란 말이요.》

부국장은 허허 하고 제멋에 겨워 웃었다. 김호성은 머리를 기웃거려봤지만 부국장의 본심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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