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 회)

제 4 장

5

 

도독인 자기의 방에 들어선 장문휴는 뜻밖의 광경에 아연해졌다.

이름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이전 도독 리오구와 그의 떨거지들이 하내비처럼 떠받드는 속에 임아가 거드름을 부리고있기때문이였다.

이거야 세상이 달라졌다는것이 아닌가?!…

뭉툭한 턱을 쳐들고 내리깐 눈길로 굽어보는 임아앞에 나선 장문휴가 깍듯이 례의를 차리며 인사를 하였건만 그는 비웃으며 뒤로 턱짓을 했다.

그 턱짓에 그의 부하입직한 관리가 한걸음 나서며 종이말이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임아가 웅글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지요!-》

어지라는 말에 장문휴는 급히 꿇어엎드렸다.

《안원부에 수군절도사를 새로 내오며 보국대장군 장문휴에게 수군절도사를 제수하노라.》

너무도 생각밖의 일에 장문휴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수군절도사?!… 그럼 내가 수군절도사란 말인가. 그럼 나는 수군만 보아야 한단 말인가.

어지를 읽은 임아가 옆구리를 건드려서야 정신이 펄쩍 든 장문휴는 머리를 조아리며 부르짖었다.

《신 장문휴 삼가 어지를 받들겠나이다.》

시종 비웃는 눈길로 장문휴를 굽어보던 임아가 말했다.

그의 어조에도 비웃음이 잔뜩 어려있었다.

《임자가 이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겠지? 사실말이지 임자같은 무인에겐 백성을 다스리는 일이 맞지 않아. 병서나 뒤적이고 병쟁기나 휘두르는 그런 무인이 정사의 정이나 알게 뭔가. 애초에 그런 일을 맡긴게 잘못이지. 진작 오늘같은 날이 있을것이라는걸 내다보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사양했어야지. 그리고 자네 힘으로는 보군, 수군 다 맡아보는것도 아름차. 이건 내 말이 아니고 황상의 뜻이야.

그런즉 임자는 수군적에 올라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바다나 지키면 돼.》

하마트면 장문휴는 모욕적인 언사를 꺼리낌없이 능사로 하는 임아의 멱살을 쥐고 흔들번 하였다. 손이 나가는것을 황상이 내린 조처라는 생각으로 겨우 참아냈던것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장문휴는 거쿨진 몸을 쭉 펴고 임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안원부의 도독은 누구이오이까?》

장문휴의 낮으나 위엄찬 질문에 임아가 제뒤에 서있는 리오구를 가리켰다.

《이전처럼 이 사람이 안원부의 주인일세.》

그 말에 장문휴는 디디고선 땅이 흔들리는것 같았다.

아, 이 나라에 사람같은 사람이 그리도 없단 말인가. 제살궁냥밖에 모르는 저런 무지스러운 놈이 한개 부의 주인이 된다면 나라방비까지 망쳐먹는다는걸 왜 알려 하지 않을가.

이윽고 장문휴는 쓴웃음을 지었다.

탐욕의 거물인 저 임아따위가 나라의 실권을 쥐고있는데야…

장문휴는 분노를 애써 참으며 물었다.

《한가지만 더… 내가 데리고 쓰던 사람들을 저 리도독에게 맡기겠소이까 아니면 제가 그대로 쓰는게 좋겠소이까?》

깨고소해하는 눈길로 장문휴를 곁눈질하던 리오구가 난딱 나서서 말했다.

《나에겐 한푼의 가치도 없는 거치장스러운것들이니 거기서 쓰겠으면 다 데려가게.》

그 순간 칼자루에 손을 얹으며 장문휴는 리오구를 노려보았다.

《네게 물은게 아니야. 네놈이 감히 뉘앞이라고… 앉을자리, 설자리도 모르는 놈!》

장문휴의 욕설에 기가 질리기는 리오구만 아니라 임아도 마찬가지였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고 범같은 장수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알게 뭔가.

더우기 제가 한짓이 있으니 임아는 짐짓 리오구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그대에겐 아래웃턱도 없느냐?》

리오구는 급기야 허리를 굽히며 주절댔다.

《어르신앞에서 그만… 망발을 용서하여주옵소서.》

장문휴에게로 눈길을 돌린 임아는 방금전과는 전혀 달리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내 낯을 봐서라도 이 사람을 용서해주게. 그래주지?》

어조뿐아니라 비웃던 눈길까지 달라진 임아였다.

《공이 쓰던 사람들을 버릴수 없으니 다 데려다 쓰게. 어참, 이 정신 보지. 황상께서는 뒤는 얼마든지 대여주겠으니 마음놓고 병선을 꽝꽝 무으라고 하시였네.》

그 말에 문득 깨달아지는것이 있었다.

내가 느낀바에도 바다방비가 허술해보인게 아닌가. 그래서 수군에 힘을 넣자 한것이고… 조정에서도 이걸 내다보았기에 나에게 바다를 맡기였을것이다. 진짜 장수라면 륙전에도, 수전에도 다 능해야 하거늘 도독이면 어떠하고 절도사면 어떠하랴.

나를 당나라와 내통한 역적이라 지탄하는 소문까지 나도는 이때 바다를 맡긴걸 보면 변함없이 황상께서 나를 믿고있다는것이다. 아무렴, 반안왕같은 충의지사가 황상을 받들고있는데야…

배심이 든든해진 장문휴는 임아에게 말했다.

《한가지만 부탁하고저 하오이다. 장성의 방비를 맡은 쇠달이 그리고 건안성의 진장 연운길 등 제가 천거한 수십명의 장수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욕도 강하고 병법에도 밝소이다.

그래서 황상께서 그들을 써주신것이오이다. 그 사람들을 버리겠다면 저에게 보내주소이다. 그러나 제발 거란과의 접경에서 군진을 지키는 귀순한 군사들을 차별하지 않도록 해주시오이다.》

《봉물짐을 강탈했다던 그 초적들 말인가?》 하고 소리치는 임아의 분노한 눈길과 장문휴의 엄한 눈길이 맞부딪쳤다.

이윽고 눈싸움에서 풀이 죽은 임아가 눈길을 떨구며 돌아가라는 손짓을 하였다.

름름한 기상으로 방을 나서는 장문휴의 뒤모습을 지켜보는 임아는 그의 주먹에 턱을 얻어맞은듯 불쾌했다.

부하들의 앞에서 범같다는 장수를 눌러놓아 조정을 흔드는 권력자가 자기라는걸 보여주자던노릇이 거꾸로 뒤집히고말았으니 망신을 사서 한셈이였다.

방을 나선 장문휴는 새로운 정황에 부닥칠 때면 그러했듯 신속한 분석과 판단으로 즉시적인 결심을 내리였다.

수군절도사영을 《안시별인》의 말대로 수군진들의 중심이라고 할수 있는 곳에 잡아야 한다. 서해의 요충지라고 할수 있는 도리진(중국 대련시의 려순항에 있었던 발해의 군항)이 바로 그런 곳이다.

난점은 도리진이 안원부가 아닌 고려후국에 있다는 그것이다. 그러나 황상이 고려후국왕에게 도리진을 안원부의 수군영으로 내주라는 령을 내리면 그것도 문제가 아니다.

도리진에다 수군절도사영을 내와야 서해의 전반을 쉬이 살필수 있고 적의 수군을 제압하기에도 유리하다는것을 확신한 장문휴는 즉시 조정에 올리는 상주문을 썼다.

장차 닥쳐올 전란에 잘 대처하기 위해 도리진에 수군절도사영을 잡도록 허락해달라는 상주문을 호력이에게 주며 장문휴는 엄하게 일렀다.

《이길로 너는 두명의 전령군을 데리고 동모산으로 가거라. 한시가 새로우니 빠른 말을 골라야 해. 조정의 허락을 받으면 도리진에 와서 나를 찾아라.》

호력이를 떠나보낸 장문휴는 왕종군과 호위군사들, 전령군사들 그리고 동모산에서 데리고온 시중군모두를 거느리고 료동성을 나섰다.

바다가에 이른 장문휴는 왕종군이 전령군사들과 시중군들을 데리고 한발 먼저 도리진으로 가게 했다.

왕종군이네를 떠나보낸 장문휴는 호위군사들을 거느리고 료수하구에 있는 수군진으로 향하였다.

이제 도리진에 수군절도사영을 내와도 된다는 황상의 어지와 고려후국왕의 승낙이 떨어지면 수군을 동원하여 그곳에 목책부터 세울 결심이였다.

목책을 세우고 그안에 절도사영을 두면 병선을 뭇는 일을 내밀기에도, 유사시 수군진을 지키기에도 유리할것이였다.

보름동안 휘하의 수군진들을 일일이 돌아보면서 지휘체계를 바로잡고 도리진에 당도하니 놀라웁게도 호력이 벌써 수군절도사의 청을 허락한다는 황상의 어지와 그 어지를 받들겠다는 고려후국왕의 대답이 실린 공문서를 가지고와서 기다리고있었다.

이튿날부터 도리진에서는 아름드리 통나무로 성벽을 치는 목책공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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