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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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별인》과 헤여진 장문휴는 이튿날 수군진들을 향해 길을 나섰다.

이날 이백리를 축낸 장문휴는 건안성으로 길을 꺾었다.

수군진으로 가는 길에 있는 여러 성들에 잠간씩 들려 그곳 형편도 알아보고 잘못되는 일도 바로잡아주고싶어서였다.

특히 건안성은 료동성과 안시성과 더불어 나라방비의 요충지라고 할수 있었다.

외적들도 이를 모르는바 아니였다.

하기에 그전에 당나라가 고구려의 도성으로 쳐들어가는 길을 열자면 먼저 이 세개의 성을 타고앉아야 한다면서 대군을 들이밀었던것이였다.

그러니 일부러라도 건안성에 들려 도독으로서의 할일을 찾아야 할것이였다.

장문휴가 건안성에 나타나자 젊은 진장 연운길이 무등 반가와서 그의 팔에 매달렸다.

《도독어른이 우리 성을 찾아오기를 목빠지게 기다렸소이다.》

오래동안 갈라져있던 혈육이라도 만나는듯 기뻐하는 연운길의 진정에 장문휴는 가슴이 쩌릿하였다.

연운길은 장문휴에 의해서 건안성의 군사를 통솔하는 진장이 되였다.

왕종군이 부도독으로 임명되던 날 쓸모있는 인재라며 내신한 수십명속에 연운길이도 있었다.

그 수십명의 인재들속에서 연운길이 장문휴의 마음에 크게 든것은 남에게 빠지지 않는 인물이나 체격, 식견때문만이 아니였다. 싸움법에 대한 제나름대로의 주장과 능한 무술이 장문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장문휴는 병법에도 어둡고 자리지킴이나 하는 건안성의 이전 진장을 떼고 그 자리에 연운길을 등용한것이였다.

장문휴는 연운길의 등을 두드리며 물었다.

《그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연운길이 가슴을 내밀며 대꾸했다.

《우리 군사들의 무술시합을 보아주소이다. 이번에는 도독어른께서 만족해하실것으로 아오이다.》

《그게 정말인가?》

자신있소이다.》

장문휴로서는 연운길의 장담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이번까지 장문휴는 이 건안성을 다섯번째로 찾아왔다.

수군진으로 갈 때면 반드시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니 그래서 다른 성들보다 더 많이 찾게 된것이였다.

지난해 겨울의 행차때 연운길은 장문휴에게서 되게 꾸지람을 당했다.

장문휴가 군진을 찾을 때면 반드시 빼놓지 않고 살피는것은 무술시합이였다.

군사란 뭐니뭐니해도 무술의 능수가 되여야 한다는것이 장문휴의 지론이고보면 그가 어이하여 무술시합을 중시하는지 그 의도를 알수가 있다.

그런데 그때 연운길은 장문휴에게 실망을 주었다.

무술시합에 나선 군사들의 솜씨가 부에서 제일 꼴찌라고 할만큼 한심했던것이다.

그럴수밖에 없은것은 연운길이 진장으로 되여 성보수에 치우치면서 무술교련을 소홀히 했기때문이였다.

그날 연운길은 한해만 말미를 주면 안원부가 아니라 전군에서도 손색이 없을만큼 무술을 추켜올리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아직은 그 한해가 못되였다.

《자네가 정말 자신이 있다면 당장 보여줄수 있겠나?》

《래일 보여드리겠소이다.》

이리하여 이튿날 건안성의 격구장으로 쓰이는 넓은 마당에서 무술시합이 펼쳐지게 되였다.

언제 무술시합이 열린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온 성안이 몰려와 격구장을 에워쌌다.

건안성의 관리들을 거느린 장문휴는 격구장이 환하게 굽어보이는 둔덕에 자리를 잡았다.

이윽고 무술시합을 시작하라는 연운길의 령에 뿔나팔이 울리였다.

그를 신호로 말을 타지 않은 두 군사가 격구장으로 나섰다.

오늘 시합의 첫 순서는 칼을 가진 군사와 창을 가진 군사와의 겨루기였다.

칼쥔 군사를 도수라고 한다면 긴창을 꼬나든 군사를 장창수라고 불렀다.

시합을 주관하는 군교가 기발을 휘두르니 드디여 첫 겨루기가 벌어졌다.

두 군사가 상대를 단숨에 쓰러뜨릴 야심으로 시작부터 맹렬히 창검을 휘둘렀다.

도수가 칼로 내리치면 어느결에 장창수가 올리막고 장창수가 창을 내지르면 도수가 칼로 후려막는데 두 적수가 어찌나도 날랜지 창과 검이 언듯번듯하여 구경군들이 미처 병쟁기들의 움직임을 보지 못하는 정도였다.

두 적수가 공중으로 뛰여오르고 옆으로 비켜뛰고 뒤로 제끼면서 창검을 언듯번듯할 때마다 병쟁기가 맞부딪치는 아츠러운 쇠소리에 구경군들이 손에 땀을 쥐고 가슴을 조이였다.

누가 승자로, 패자로 될가?!

얼마만에 도수가 가슴으로 들어오는 창을 칼로 날래게 밀막았는데 그만 아차 실수하여 병쟁기를 떨구었다.

그것으로 승부가 결정되였다.

첫 시합이 끝나서야 큰숨을 들이키며 연운길이 말했다.

《도독어른 보기엔 어떻소이까?》

장문휴는 흡족해서 입을 열었다.

《저렇게 한식경이나 아슬아슬하게 겨루는 정도이면 괜찮아. 저 정도이면 오장으로 쓸만 하네. 전에는 저런 군사가 없었는데 그새 달라졌다는게 알려.》

곧 두번째 시합자들이 나섰다. 말탄 사람과 말을 타지 않은 사람의 대결이였다.

기마수는 긴창을, 말을 타지 않은 보군은 창대가 짧은 갈구리창을 들었다.

연운길이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가 이길것 같소이까?》

장문휴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저런 시합은 그자체가 공평한것이 못된다. 두사람이 다 말을 타고나섰으면 몰라라 한사람은 제 다리로 뛰여다니며 기마수와 싸워야 하니 그건 벌써 한수 지고 들어감으로써 열에 아홉은 보군의 패배로 끝날수 있었다.

《저런 시합에서 기마수를 이기자면 무술이 월등해야 해.》

장문휴의 말에 연운길이 뻐기는 어조로 대꾸했다.

《이제 도독어른께서도 놀라실것이오이다.》

기발신호에 기마수는 잽싸게 긴창을 휘둘러 갈구리창수가 가까이로 다가들지 못하게 위협했다.

이런 형편에서 보군이 이기려면 반드시 말에 바싹 다가붙어야 했다. 말에 바싹 다가붙어 갈구리창으로 기마수의 어데든 끌어당기면 그것으로 적수의 목숨이 끝장나고말것이였다.

그러하기에 기마수는 적수가 그렇게 하라고 틈을 주지 않는것이다.

기마수의 창을 피해 뒤로 쫓기우던 갈구리창수가 별안간 몸을 옆으로 날리였다.

마치도 나무우로 뛰여오르는 표범처럼 날쌔게 몸을 날려 기마수의 창을 피한 그가 그 즉시 갈구리창으로 적수의 긴 창대를 연방 내리치는데 그 빠르기란 잽싸게 북을 두드리는듯 하였다.

장문휴의 두눈이 둥그래졌다.

북채놀리듯 창을 쓰다니…

갈구리창수가 북채놀리듯 적수의 긴 창대를 어찌나 재빠르게 두들겨대는지 기마수는 창을 뽑지 못하고 쩔쩔매기만 하였다.

갈구리창수는 적수의 창대를 두들겨대는것만이 아니고 이쪽저쪽으로 밀기도 하고 끌어당기기도 하였다.

《야앗!-》 하고 고함을 치며 갈구리창수가 적수의 창대를 나꾸어채니 기마수의 손에서 달아난 긴창이 땅에 툴렁 떨어졌다.

전장에서 병쟁기를 빼앗긴 군사가 어찌 무사할수 있단 말인가.

그리도 재빠르고 신묘한 갈구리창수의 솜씨에 마침내 장문휴는 탄복을 터치고야말았다.

《그것 참 귀신같은 창법이다. 병서에도 저런 창법은 없었네. 세상에 저런 창법이 있다는걸 왜 몰랐을가. 저런 창법이면 혼자서도 백놈의 적을 당할수 있겠다.

저 창법을 다시 보아야겠다.》

너무 좋아 싱글벙글해진 연운길이 기발든 군교에게 소리쳤다.

《다시한번 더!-》

또다시 긴창을 쥔 기마수와 보군의 싸움이 벌어졌다.

패전을 만회할 심산으로 기마수는 긴창을 좌우로 폭을 넓혀 기세차게 휘둘러댔다.

보군의 수에 다시는 걸려들지 않으려면 그에게 발붙일 틈을 주지 말아야 하는것이다.

허공을 써는 소리를 일으키며 위협하는 기마수의 창을 피해 갈구리창수는 자꾸만 뒤로 밀리웠다.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도 몸을 피하지 못한다면 성이 나서 휘두르는 기마수의 창에 찔리우고말것이다.

그냥 이리저리 쫓기우던 갈구리창수가 별안간 공중으로 몸을 날리더니 어느결에 적수에게 바싹 다가붙었다.

이번에는 말머리쪽이 아니라 그 반대의 말꼬리에 다가붙은 갈구리창수가 적수의 창대를 벼락같이 두들겨패는데 녀인들의 잽싼 칼도마질을 련상시켰다.

일단 그 수법에 걸려들면 그 어떤 사람도 창을 뽑아내는 재간이 없었다.

적수의 창을 내리치면서 끄당기고 밀치는 신묘한 창법에 기마수는 이번에도 창을 빼앗기고 울상이 되였다.

장문휴는 혀를 찼다.

기마수도 그만하면 창쓰기를 잘하는데 제발로 뛰여다니는 보군이 그를 아이다루듯 하니 이 얼마나 신기한 창법인가.

연운길이 감탄해마지않는 장문휴에게 갈구리창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군사의 창법을 가리켜 고씨창법이라 하오이다.》

그 말이 장문휴에게 듣느니 처음이였다.

고씨창법이라니?!》

《연개소문장군의 휘하에서 모사라 소문냈던 고정의란 장수가 있지 않소이까?》

이 나라 장수치고 고정의를 모를 사람이 없었다.

연개소문장군의 수하장수들속에 그중 나이가 많은 고정의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남달리 지략이 뛰여나서 연개소문장군이 아껴주었다.

리세민이 백만대군을 끌고 고구려의 지경을 넘어섰을 때 고정의는 적들의 예기가 미친듯 사나우니 즉시 맞받아싸울게 아니라 우선은 날랜 군사들로 적의 군량과 마초를 불살라버린 다음 분산시켜 족치자는 계책을 내놓아 승전에 기여했던것이다.

《고씨창법은 고정의가 만든것이고 그 어른의 증손자가 저 갈구리창수라고 하오이다.

리세민의 으뜸가는 장수라던 설필하력을 쓸어눕힌 고구려용사 고돌발도 고정의에게서 고씨창법을 배웠다고 하오이다.》

연방 탄복하던 장문휴가 연운길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 군사를 어데서 찾아냈나?》

연운길이 뒤더수기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히였다.

《실은… 바로 여기 건안성에 사는걸 소인이 덜퉁하다보니 몰랐소이다.

도독어른의 꾸중이 아니였다면 저런 인재를 찾아낼 생각이나 했겠소이까.

장문휴는 연운길의 실팍한 어깨를 철썩 때렸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일세. 고씨창법을 가진 인재를 찾아냈으니 정말 장하네.》

손짓으로 갈구리창수를 부른 장문휴는 그에게 물었다.

《이름이 뭔가?》

《고전비라 하오이다.》

연운길이 그의 말에 덧붙였다.

《전비란 싸움 전자에 날 비로서 날아다니며 적을 치는 장사라는 뜻이오이다.

고씨창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어찌 날아다니며 적을 치는 장사라 하지 않을수 있겠소이까.》

장문휴는 고전비의 억센 손을 꽉 부여잡았다.

《장수의 가문에서 장수가 나와야 후손된 도리를 했다고 할수 있네. 난 그대가 뛰여난 고씨창법으로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장수가 되길 바라네.》

이윽고 장문휴는 연운길에게 물었다.

《그래 언제까지면 건안성군사들에게 고씨창법을 다 배워줄수 있겠나?》

연운길이 고전비의 주먹을 꽉 부여잡으며 대꾸했다.

《이미 고씨창법의 동작들을 다 배워주었소이다. 이제는 그것을 련마하는데 모를 박겠소이다.》

비로소 장문휴는 연운길이 강심을 먹고 무술교련에 달라붙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이렇게 떠들지 않고 일을 내미는 사람이 큰일을 해내는 법이다.

장문휴는 연운길과 고전비를 둘러보며 일렀다.

《여러 군진들에서 군사를 뽑아 자네들에게 보내겠으니 고씨창법을 잘 가르쳐주게. 이런 창법은 시급히 전군에 퍼쳐야 해.》

《알겠소이다.》

또다시 벌어지는 무술시합을 바라보는 장문휴는 고씨창법으로 하여 나라방비가 한층 다져질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흡족하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날을 보낸 장문휴는 다음날 빠른 말을 타고 뒤쫓아온 왕종군으로부터 임아가 도독영에 내려와 호출한다는 뜻밖의 일에 부닥치게 되였다.

무엇때문에 임아가 찾는것일가?

탐욕스러운 임아의 됨됨에 그를 좋지 않게 여기는 장문휴는 불안한 마음으로 수군진이 아닌 북행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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