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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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은 모든 신하들을 은밀히 살피는 일을 전업으로 하는 기찰군사들을 가지고있었다.

장문휴라고 해서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날수 없기에 황상은 그의 움직임을 죄다 알고있는것이였다.

허나 움직임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진속까지는 알수가 없는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황상의 물음에 임아는 장문휴를 파직시켜야 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오른것을 겨우 참아냈다.

임아가 장문휴를 미워하는것은 두가지때문에서였다.

임아는 오래전부터 반안왕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임아는 그전부터 먹을알이 있는 관직들에 심복들을 밀어넣고 그들이 바치는 재물을 챙그리다못해 관직까지 팔아먹었다.

그의 이런 못된짓이 조정의 기강을 세우려고 애쓰는 반안왕의 눈밖에 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반안왕의 상소로 임아는 수족으로 부리던 심복들이 귀양을 가는 수치를 당하기도 하였다.

그로 하여 임아는 반안왕을 죽도록 미워하였고 그 앙갚음으로 그가 천거한 사람이라면 한사코 해보는것이였다.

지금껏 장문휴를 미워는 하면서도 어쩌지 못한것은 그가 자기의 권한밖에 있는 장수인때문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장문휴가 장수로서만이 아닌 백성까지 다스리는 일도 겸하고있어 더는 권한밖의 인물이 아니였다.

또 한가지는 장문휴로 하여 막대한 손해를 당한 그때문이였다.

장문휴가 초적에게서 되찾은 리오구의 봉물짐을 고스란히 자기에게 올려보냈더라면 이다지도 분이 나지 않을것이였다.

이제는 어떻게 하나 장문휴를 밀어내고 다시금 리오구를 그 자리에 올리앉혀야 고대광실에 더 많이 재물을 쌓을수 있었다.

그래서 임아는 남몰래 리오구에게 부하를 보내서 장문휴의 없는 죄를 만들어오게 한것이였다.

임아는 간절한 어조로 여쭈었다.

《장문휴가 딴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아직은 반란을 기도한짓은 없으니 벌을 줄수는 없소이다. 게다가 반안왕이 천거한 사람이라 가볍게 처리해서도 안되겠고… 그렇지만 명백한것은 장문휴같은 장수는 한자리에 오래 두어서는 안된다는것이오이다. 그런 장수에게는 언제나 제일 어려운 일감만을 골라주고 그 일을 해내면 또 다른 자리로 돌려놓아 세력을 기르지 못하게 해야 하오이다.

마침 그가 은마차를 올려보내면서 말굽은으로 병선을 뭇도록 윤허해달라는 상주문을 올렸으니 신의 생각엔 안원부에 수군절도사를 따로 내오고 그에게는 수군일만 보도록 하는것이 좋을듯 하오이다.》

황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휴가 뛰여난 장수일지라도 장성과 바다의 그 두 대문을 든든히 지키면서 큰 부의 백성을 똑바로 다스리기가 헐치 않을것이다.

일이 헐치 않으면 페단도 많아지는 법이라 그때문에 억울한 의심도 루명도 받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권한을 쪼개놓으면 딴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크게 세력을 키울수 없으니 반기를 들지 못할것이 아닌가.

그러나 장문휴와 같은 사람을 즉흥에 따라 움직여놓는것은 경솔한 처사가 아닐수 없었다.

임아를 돌려보낸 황상은 즉시 반안왕을 내전으로 불러들였다.

반안왕과 마주앉은 황상이 입을 열었다.

《짐의 외삼촌이 간하기를 안원부에 수군을 따로 보는 수군절도사의 관직을 새로 내오고 장문휴를 거기로 돌려놓자 하는데 공의 생각은 어떠하오?》

그 질문에 황상이 불러들인 리유를 알아차린 반안왕이 웃으며 대꾸했다.

《당나라것들이 장문휴를 죽여달라고 떼를 쓰는데 그 청을 들어주지 않을수야 없지 않소이까?》

그 한마디에 반안왕의 마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황상은 모르쇠를 하였다.

《그건 무슨 뜻이요?》

《임공이 아뢰인 말은 그가 꾸며낸 소리가 아니고 당나라것들이 세치혀끝으로 장문휴를 없애치우려고 내돌린 소문 그대로이오이다. 그러니 황상께서는 그것들의 간절한 소원을 풀어주소이다.》

그제서야 황상이 껄껄 웃었다.

《짐은 문무지인용을 겸비한 장수가 명장인줄로 아오. 여기서 문은 고금동서의 병법을 통달한것이고 무는 용맹이라 할수 있소. 지는 적에 대해서도, 자기에 대해서도 잘 알며 지형과 지리, 천기도 꿰뚫어보고 만리밖을 내다보면서 닥쳐드는 화를 제때에 몰아낼줄 아는 재주이라 하겠소. 인은 군심을 헤아려서 군사들의 마음을 틀어잡을줄 아는것이며 용은 전장의 형편에 따라 용의주도하게 군사뿐아니라 적에게 불리한 모든것을 능숙하게 써먹을줄 아는것이요.

짐의 장수들중에서 장문휴만이 그런 재주를 지니고있소. 당나라것들도 이를 모르지 않기에 장문휴를 없애자고 하는것이 아니겠소.

공의 생각엔 장문휴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웃음을 거둔 반안왕이 절절하게 말했다.

《당나라가 꾀하고있는 계책을 물거품이 되게 만들어야 하오이다. 병서에서 이르기를 진짜속에 가짜를, 가짜속에 진짜를 숨겨놓아 적으로 하여금 어느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수 없게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자기의 의도를 알아차린 반안왕의 그 말에 황상이 소리내여 웃었다.

《그러니 적의 간특한 계략을 역리용하라 그것이겠소?》

반안왕도 소리내여 웃었다.

《바로 그것이오이다. 우리는 이미 장성을 철통같이 다지였으니 지금은 수군에 힘을 넣어야 하오이다.》

《그런데 안원부의 도독에서 수군절도사로 돌려놓는것은 권한을 크게 떨구어놓는 좌천이라 할수 있으니 장문휴가 오죽 마음을 아파하겠소? 적의 간계를 짓부시자니 그에게 마음고생을 좀 시켜야 할것 같소. 하긴 장문휴가 명장의 안목을 지녔으니 수군절도사로 돌려놓는 조정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알아차리고 능히 대처해나갈거요. 짐은 믿소. 그를 믿고 크게 일을 내밀겠소.》

반안왕을 바라보며 황상이 힘있게 말했다.

《짐은 장문휴를 해치려드는 적의 간계에 넘어간듯 해보이기 위해서 그를 수군절도사로 돌려놓고 당분간은 리오구를 안원부도독으로 다시 봉하겠소. 그러되 리오구가 장문휴가 애써 세워놓은 군의 기강을 망쳐 먹지 못하게 문무에 밝은 장수를 료동성에 내려보내여 그가 안원부의 군사를 직접 통솔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장문휴가 수군일을 터득하면 나라의 모든 수군을 통솔하는 수군대도독으로 봉하겠소.

그래 이렇게 하면 가짜속에 진짜를 숨겨놓아서 당나라로 하여금 어느것이 진짜인지 가려볼수 없게 만들어 그것들의 잔꾀를 짓뭉개버릴만 하지 않소?》

반안왕이 기쁨으로 부르짖었다.

《정말 명철하시오이다.》

군사에는 어두우나 탐욕에 밝은 리오구를 크게 신임하는듯 내세워놓고 그 어떤 적장들도 능히 압도할수 있는 장문휴를 꺼려하는것처럼 좌천시켜 숨겨놓는 황상의 그 수에 당나라가 넘어가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반안왕은 다시는 당나라가 발해를 넘볼수 없도록 다스리는 최후의 승리가 멀지 않아 보이게 될것이라는 확신에 쿵쿵 울리는 가슴을 부여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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