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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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모산의 대궐뜨락을 거닐며 황상은 요즘 추진시키는 국사를 돌이켜보고있었다.

국사중의 국사는 어느때이건 군사라 나라방비부터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나라방비는 그만하면 잘되여간다고 할수 있었다.

북방에서 못되게 굴던 흑수말갈을 결단코 평정하고 조정의 령이 쭉쭉 내리먹을수 있도록 흑수부에 상주시킨 관리들을 군력으로 받들도록 수천명의 정예군을 주둔시켜놓았으니 다시는 그것들이 머리를 쳐들지 못할것이다.

그래도 그것들이 외적을 끌어들이려 한다면 그때는 아예 그 몹쓸 족속들을 북방에서 영영 쫓아내고말것이다.

통쾌한것은 당나라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고 비겁하다는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그것이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반기를 들라고 흑수말갈을 부추길 때는 반란이 일어나면 반드시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발해로 쳐들어가리라 마음먹었을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흑수정벌과 동시에 서부변방에 경군을 증원했던것이고…

그런데 어쩜 대국이라 으시대던 그것들이 모두매에 혀를 죽 빼물고 자빠진 도적개처럼 축 늘어져서는 아무런 기척도 내지 못하고말았으니 이거야말로 세상을 웃기는 일이 아니고 뭔가.

《과연 리륭기란 사람이 졸장부로다.》 하는 비웃는 말이 절로 나오는 황상이였다.

하지만 남의 강토를 넘보는 일에서라면 누구도 당하지 못하는 소귀신 한가지로 검질긴 그것들이고보면 졸장부처럼 놀아댄다고 해서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리륭기가 아들 영왕에게 막강한 군권을 들려주어서 안동도호로 내려보냈다는 그것을 보아도 우린 절대로 신들메를 풀어놓을수 없다.

우리가 서부변방에 장문휴를 파한것이 얼마나 잘한 처사인가. 인재라야 큰일을 맡아할수 있는것이고 명장이 나라를 버티는 법이라 장문휴가 있는 한 나라의 관문은 끄떡없을것이다.

불과 한해사이에 안원부의 대군을 정예군으로, 장성을 난공불락의 성벽으로 다져놓고도 성차지 않아 드넓은 서해를 발해의 세상으로 만들겠다고 하였으니 세상에 그런 충의로운 장수가 몇이나 되겠는가.

리륭기가 범같은 장문휴앞에 영왕을 맞세워놓은것부터가 가소롭도다.

기분좋게 웃고난 황상은 《경군의 10만대군도 잘 휴식되여있겠다, 세상에 두려울게 뭔고?》 하고 뇌이며 동쪽을 향해 돌아섰다.

지금쯤 우리의 사신배들이 저 동해의 창파만경을 힘차게 헤가르고있을것이다.

우린 마땅히 왜나라에도 선조의 나라 고구려를 이은 발해의 창업을 알리고 교역을 통해 우리에게 없는 물건을 들여와야 한다.

황상은 사신배들을 이끄는 고인의의 모습이 보이는듯싶어 벙글 웃었다.

반안왕이 천거한 고인의를 만나보니 무술과 함께 깊은 학식이 엿보이고 보다는 달변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인재라야 절해고도와 같은 왜나라에 가서도 발해사람답게 떳떳이 처신할수 있을것이였다.

고인의가 왜나라와 국교를 맺고오면 나라에 공을 세우는것으로 될것이다.

국서에 뭐라고 썼더라?…

광활한 선조의 땅에서 크게 일어선 강대국 발해는 단군조선의 아름다운 풍속을 지닌 례의지국으로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왜나라와 멀리 떨어져있지만 고구려때의 전례를 지켜 서로 오가며 소식을 전하자고 했으니 왜인들이 기뻐할것이다.

기꺼운 기분으로 돌아서 걷던 황상의 안색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들이 생각났기때문이였다. 어제 동모산에 당도하기 바쁘게 사신들은 대궐앞에 거적을 깔고 엎드려 죄를 청했다.

사연인즉 사두 마문궤와 사사 총물아는 빈손으로 돌아올수 없다면서 장안에 남아있고 판관이하의 사신들만 돌아온것이였다.

사신들이 가지고온 계루왕이 보낸 밀서를 보고서야 그들이 무엇때문에 석고대죄를 청하는지 알수 있었다.

계루왕이 밀서에서 써보내기를 문예를 서역의 안서로 빼돌린 당나라것들에게 당장 그놈을 내놓으라고 드세게 다불러댔더니 쩔쩔매면서 기껏 한다는 수작으로서 고국을 등지고 도망쳐온 역적이기에 그놈을 령남으로 정배를 보냈다는 거짓말이나 하면서 제발제발 격분을 가라앉히라고 했다는것이다.

그러니 일은 우리가 바라는대로 되여가고있는것이다.

태자가 직접 사신들을 거느리고 가서 당나라것들을 드세게 다불러댔다니 그가 나의 의도를 알고있다는것이다.

그래 내가 사신을 보낸것은 역적이나 끌어다 목을 치자는 그뿐이 아니다. 우리와 싸울 힘도 없는 당나라로서는 역적놈때문에 개코망신을 사서 할수밖에 없다.

제품에 기여든 역적을 우리에게 넘겨주어도, 그냥 끼고있어도 개망신이다.

그래서 나는 화를 복으로 만드는 수를 쓰고있는것이다. 그들로서는 화친을 맺은 나라의 역적을 끼고있을수록 그 어떤 대적도 쳐물리칠수 있는 막강한 군력을 가진 우리의 드센 공세에 세상사람들의 비웃음이나 사게 될것이다.

《그래, 힘이 약하면 불의앞에서 떳떳하게 처신할수가 없지. 난 너희들의 코가 납작해질 때까지 계속 다불러댈테다.》

황상은 벌써 조정대신 리진언을 사두로 하는 새로운 사신단을 무었다.

그들은 장문휴가 상주한대로 거란에 들려 당나라의 있을수 있는 리간계를 조심하라는 조언도 주고 지난날처럼 변함없이 군력으로 뒤받침해줄것이니 끝까지 적국과 맞서라는 지지도 해주고 장안으로 갈것이다. 장안에 가서 그들이 할일은 싸우자는것인가 아니면 역적을 내놓겠는가 그 둘중의 한가지를 택하라고 당나라것들을 몰아대는것이다.

신심이 넘쳐나는 기분속에 황상이 돌아서는데 언제 왔는지 외삼촌 임아가 절을 하는것이였다.

《황상께 꼭 아뢰일것이 있어 찾아왔나이다.》

공적인 일로 만날 때면 임아를 외삼촌으로서가 아닌 신하로 엄하게 대해온 황상은 이번에도 다를바 없었다.

《무엇때문이오?》

공손한 태도로 임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안원부도독으로 나가있는 장문휴 그 사람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있소이다. 그게 뛰뛰한 소문이라면 좋으련만 확실한 근거가 있으니 야단이오이다.》

황상은 불길한 예감에 임아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내 한팔로 여기는 장문휴를 모해하자는건 아닐가?!

황상은 반안왕과 사이가 좋지 않은 까닭에 그와 가까운 장문휴를 임아가 오래전부터 미워하고있다는것을 모르지 않고있었다.

《장문휴가 변한것 같소이다. 권력을 주어 천리밖에 내보내야 됨됨을 안다고… 소문에 그 사람이 당나라에까지 제멋대로 부하를 보냈다고 하오이다.》

그것은 황상도 아는 사실이였다.

계루왕의 밀서에 장문휴가 제때에 날랜 총각을 보내주었기에 역적을 찾아 안서로 보냈다고 씌여져있었던것이다.

《장문휴가 당나라의 형편을 알아내려 부하들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그의 진짜속심은 알수가 없는것이오이다.

스쳐보낼수 없는것은 장문휴가 수백명에 달하는 초적들에게 변방에 있는 군진을 맡긴것이오이다.

도적의 마음은 남의 재물에 가있다고 그것들이 귀순했다고는 하지만 언제 다시 들고일어날지 모르오이다. 그것들이 변방에서 들고일어나 외적에게 길을 열어준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오이다. 그런데도 장문휴가 초적의 괴수에게 안원부의 큰 진을 맡기자고 상주를 하였다니 어찌 마음을 놓을수 있소이까.》

황상이 고개를 저었다.

《짐은 그 청을 윤허하지 않았소. 비천하고 죄를 지었던 사람에겐 지금의 진장도 실은 과남하거던.》

황상의 말에 임아는 기세를 올렸다.

《신이 알아보니 안원부의 군심이 좋지 않소이다. 장문휴가 계집질에 빠져 군무를 망치고있는것은 그렇다치고 당나라와 내통하고있다니지어는 적국의 영왕이 보낸 글월까지 간수하고있다는것이오이다.》

이는 황상도 알고있는것이였다.

장문휴가 자기에 대한 그릇된 소문이 나돌고있다는것과 영왕이 보낸 글월의 내용을 조정에 알려왔던것이다.

《변방에 나가있는 군장이 일을 그르친다면 그보다 우환거리는 없소이다.

옛적에 후한의 동탁이 어찌하였소이까. 남몰래 권력을 넘보던 동탁이 불의에 대군을 끌고 쳐들어가 조정신하들을 살륙하다못해 임금까지도 갈아치우지 않았소이까.

장문휴는 용맹하고 지략있는 장수라 권력에 탐을 내는 날에는 큰일이오이다.

그가 조세도 낮추 받고 백성들이 미워하던 관리들을 모조리 갈아치운것이 민심도 모으고 힘도 키워가지고 장차 조정을 넘보려 하는것이 아니라고 장담할수야 없지 않소이까.》

수염을 어루만지던 황상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듣고보니 임아의 심정도 리해되는바가 없지 않았다.

신하들치고 자기를 충신이라 하지 않는 사람없고 란리를 겪어보아야만 충신과 역신으로 갈라지는 법이라 평온한 시절에 출중한 장수라 해서 지내 믿고 큰 권력을 내여주는것은 온당한 처사가 못되는것이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신하들을 공정하게 대해주는것도 군주된 도리이라 어느 한사람에게 편중하는것은 잘하는 일이 아니다.

이 사람은 신하이기 전에 외삼촌이다.

외삼촌과는 정으로 통한다면 혈육지간이 아닌 장문휴와는 오로지 리치로만 통할것이다.

정은 리치보다 우위에 있기에 사람들은 왕왕 정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있기에 국사에서라면 무슨 일이든 혈육의 정을 뒤전에 놓고있는 황상이였다.

하기에 황상은 외삼촌의 말이라고 해서 장문휴를 멀리하려는것이 아니라 천번중 한번이라도 있을수 있는 불행을 막기 위해 그를 의심하지 않을수 없는것이였다.

정녕 장문휴를 끝까지 믿을수 있을가?!

물론 황상으로서 도독과 같은 높은 관직을 가진 신하들의 동태를 모른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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