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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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군사들이 개울물이 떨어지는 살발담에서 연방 물고기를 건져내고있었다.

개울에 한보정도를 내놓고 돌로 쐐기모양으로 내쌓으면 그곳으로 물이 세차게 빠진다.

락차가 생기게 터놓은 거기로 물이 그냥 흘러나가지 못하게 싸리발을 펴놓은것이 살발담이다.

살발담을 쳐놓고 개울우에서 물고기를 몰아내리면 그것들이 갈데없이 내물과 함께 살발담우에 떨어진다.

이런 수법의 물고기잡이는 내물의 깊이가 무릎정도인 얕은 개울에서 쓸수가 있다.

워낙 물고기가 많은 개울이라 손바닥만 한 붕어따위는 너무도 흔하고 잉어까지도 살발담이 제 둥우리인듯 퉁퉁한 배를 드러내며 퍼들쩍거렸다.

그것들을 커다란 다래끼들에 집어넣느라 웃고 떠들어대는 군사들을 보니 성수가 나는 장문휴였다.

한편 개울뚝에서는 가마를 내다건 군사들이 어죽을 끓인다 회를 친다며 흥을 돋구고있었다.

장문휴는 쇠달이의 등을 두드리며 웃었다.

《자네 고기그물이 없이도 잘만 잡누만. 이게 바로 사람사는 재미야. 아, 이렇게만 한다면 누가 군역살이를 고달프다 하겠나.》

《과찬의 말씀이오이다.》

《어죽이 다 되였으면 어서 먹읍세.》

쇠달이도 기뻐서 껄껄 웃었다.

인차 개울가의 풀판에 음식을 한가득 차려놓고 군사들이 둘러앉았다.

그릇들마다에 가득한 어죽도 회도 먹음직스러웠다.

그 한켠에 호위군사들과 장문휴, 쇠달이 한자리씩 차지했다.

맛있게 먹으며 곱배기를 청하는 군사들을 둘러보던 장문휴가 온태곤이에게 물었다.

《붕어회와 잉어회중에서 어느것이 더 상음식인것 같은가?》

《그거야 잉어회지요.》하고 단마디로 대꾸하는 온태곤에게서 눈길을 뗀 장문휴는 쇠달이에게 물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코등을 문지르며 쇠달이 씩 웃었다.

《저 사람 말이 지당한것 같소이다. 붕어란건 흔한데다 잔가시가 많아놔서 상줄에 드는 물고기라 말할수 없소이다.》

장문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잉어가 귀물이지. 그렇다고 붕어를 하치않게 보면 안되네. 사람들은 흔히 흔한건 하찮게 보거던.

우리 동모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미타호에는 붕어가 아주 많다네. 미타호의 붕어는 그 맛이 좋아서 책성의 메주처럼 우리 나라 열네가지 특산의 하나로 천하가 안다네.

난 붕어회를 언제나 잉어회와 나란히 놓는다네.》

이제는 잔뜩 불러진 배를 어루만지는 군사들에게로 눈길을 돌린 장문휴는 그중 애돼보이는 군졸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군공을 바라느냐?》

장문휴와 눈길이 부딪치자 와뜰 놀랐던 애숭이군졸이 제꺽 일어섰다.

《저… 소인은 고구려의 장사였던 고돌발을 본받자 할뿐이오이다.》

장문휴는 저으기 놀라왔다.

저런 애숭이가 어찌 고돌발을 다 알가?!…

고돌발은 당나라의 장수들중에서 무술이 제일 우수하기로 소문났던 설필하력과 싸워이긴 고구려의 군졸이였다.

리세민이 백만대군을 끌고 고구려에 쳐들어왔을 때 백암성에서도 치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백암성을 에워싼 적장이 바로 수만대군을 거느린 행군총관 설필하력이였다.

고구려군사들은 수적우세를 뽑내며 달려드는 적군을 대담하게 성문을 열고나가 맞받아쳤다.

하여 성밖의 들판에서는 백병전이 벌어졌다.

자루가 짧은 창을 쥔 고돌발은 막아나서는 적들을 모조리 쳐눕히면서 적장기가 날리는 곳을 뚫고들어가 설필하력과 대결하였다.

전장마다에서 한다하는 적장들을 단칼에 요정냈다는 설필하력이였지만 고돌발의 뛰여난 무술앞에 쩔쩔 매다가 끝내는 그의 창에 허리를 찔리워 말우에서 굴러떨어졌다.

호위군사들이 아니였다면 설필하력은 고돌발의 손에 목없는 귀신이 되였을것이였다.

이에 악이 받친 리세민은 고돌발을 찾아내여 목을 치라는 령을 전군에 내리였다고 한다.

그런데 애숭이가 고돌발같은 군사가 되겠다고 하니 얼마나 기특한가.

장문휴는 힘주어 말했다.

《세상에 타고난 장사란 없다. 누구나 직심스레 무술을 닦으면 지금은 약해도 반드시 장사가 될수 있다. 알겠느냐?》

《알겠소이다.》

그런데 자리에 앉을줄 알았던 군졸이 그냥 버티고서서 아뢰였다.

《일어난김에 한곡 뽑아도 되겠소이까?》

애숭이의 엉뚱한 청이 장문휴를 더욱 즐겁게 하였다.

《좋아. 이런 때 창가가 없으면 되겠느냐. 어서 불러라.》

애숭이가 목을 길게 뽑아들었다.

료동으로 가서

헛되이 죽지를 말아라

장문휴는 어렵지 않게 이 노래가 수나라의 노래 《무향료동랑사가》임을 가려보았다.

저희 나라 백성들에게서 악착스레 긁어들인 재물로 싸움준비를 끝낸 양광이 드디여 300만명이라는 전대미문의 대병력을 끌고 고구려로 쳐들어갔을 때였다.

가뜩이나 살아가기 어려운데 남정들을 모두 싸움판으로 끌어내니 수나라의 백성살이는 도탄에 빠지고말았다.

더는 살래야 살수가 없게 된 수나라백성들은 고구려와의 싸움에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그때 그들은 료동에 가면 헛되이 죽고만다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관가들을 들이쳤다.

이때문에 고구려로 끌려간 수나라군사들의 사기가 크게 저락되였던것도 사실이였다.

장문휴로서는 저 노래를 애숭이가 안다는것이 놀랍기만 하였다.

애숭이가 노래를 마치자 장문휴가 물었다.

《너 그 노래를 누구에게서 배웠느냐?》

안시별인이 배워주었나이다.》

안시별인이?!…》

인차 생각났다.

언제인가 왕종군이 말하기를 안시성에 《안시별인》이란 별호를 가진 대단한 식자가 있는데 그를 써주는것이 어떤가고 하였었다.

그러나 그가 환갑을 넘긴 늙은이라는 말에 머리를 저었던것이다.

해로 말하면 서녘으로 아예 기울어진 처지인데 그렇게 생을 다 산 늙은이에게 뛰여난 재주가 있다고 한들 어찌 빛을 낼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마다한 장문휴였다.

《소인은 안시성에서 나서자랐소이다. 소인의 고향마을에는 사람들의 길흉화복까지도 척척 알아맞추는 로인이 사는데 바로 그때문에 안시별인이라 부르오이다.》

애숭이의 그 말에 장문휴는 《안시별인》을 속단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가 늙어 벼슬 한자리 내주지는 못한다 해도 조언이야 왜 청하지 못하겠는가.

아직은 늦지 않았으니 만나보자.…

즐거운 천렵놀이가 파하고 진을 나서기에 앞서 장문휴는 쇠달이에게 말했다.

《이번 가을에 자네네 진성에서도 반수는 번을 바꾸도록 해주겠네.》

그 말이 쇠달이에게는 큰 충격이라 두눈에서 흰자위가 커지였다.

어찌 놀라지 않을수 있겠는가.

몇달전에만도 조정의 원쑤이던 초적인 그들이였다.

그런데 나라를 지키는 군사가 된지 반년도 안되여 번을 바꾸어주겠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였다.

장문휴는 웃으며 쇠달이의 등을 철썩 쳤다.

《이 사람이 잘 믿지를 않는군. 자네가 할일은 번을 바꾸게 되는 군사들속에 혹 갈데가 없는 사람은 장가도 들이고 살곳도 정해주는걸세.》

《아, 그거야 어렵겠소이까.》

장문휴는 기뻐하는 쇠달이의 손을 부여잡았다.

이번에 여길 찾아오길 아주 잘했다. 조정의 화근덩이였던 이들이 나라를 지키는 군사로서의 직분을 유감없이 맡아하는것을 직접 목격하니 변방의 진들이 생각했던것보다 굳세다는 자부를 느낄뿐더러 크게 배운바도 있다.

쇠달이의 말대로 특별히 정예한 부대를 잘 마련해두었다가 당나라군이 거란의 지경으로 기여들 때 그를 선두에 세우고 반격전을 들이댄다면 어찌 일격에 놈들을 짓뭉개버리지 못하겠는가.

장문휴는 유쾌한 기분으로 쇠달이네 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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