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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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날 저녁 쇠달이네 군진에 당도하여 쉬고난 장문휴는 이튿날 진장을 앞세우고 그의 진을 일일이 돌아보았다.

돌아보니 마음이 흡족해졌다.

쇠달이네가 한사람같이 달라붙어 성을 더 높이, 더 견고하게 쌓은것도 그렇고 제멋대로 놀아대던 초적이라는 흠을 찾아볼수 없게 군기도 엄하고 절도도 째인것이 마음을 사로잡았던것이다.

뿐더러 얼마나 직심스레 조련을 했던지 모두가 무술에도 능하고 군량도 소금도 병쟁기도 넉넉히 마련되여있어 모든것이 장문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마음이 흡족해서 장대우에 올라선 장문휴는 그동안 많은 일을 해제낀 쇠달이의 수고가 헤아려져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아주 좋아. 모든 진성들이 자네네처럼 되여있으면 나라가 발편잠을 잘수 있을거네. 그래 무엇이 부족한게 있는지 말하게. 내 다 들어주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진 쇠달이 거란의 지경으로 뻗은 큰길을 가리켰다.

쇠달이네가 진을 친 성에서 서쪽으로 5리밖으로는 거란이 차지하고있었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이란 저 길로 오고가는 장사군들을 살피는게 고작이오이다.》

이 진성의 곁으로 큰길이 나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발해와 거란, 당나라의 장사군들이 물건을 가지고 오가고있었다.

《난 진성들에 간자군을 두었으면 하오이다. 간자군을 두어가지고 장사치로 행세하면서 거란과 당나라에 들어가 그들의 형편을 알아오면 얼마나 좋겠소이까. 그것들의 형편을 제 손금처럼 알고있다면 임의의 전란에 용의주도하게 대처할수 있을것이오이다.

우리가 당나라와 직접 지경을 맞대고있지는 않지만 그사이를 차지한 거란이 언제 당나라에 먹히울지 알겠소이까. 거란의 지경이 불과 수백리인데 그들이 먹히우면 하루사이에 당나라군이 우리 진에 달려들것이오이다. 그래서 미리 저쪽 땅에 우리 사람들을 묻어두는게 좋을것 같소이다. 소인은 이때문에 도독어른을 찾아가려 했소이다.》

장문휴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전에 군사로 나가 오장을 한바있는 쇠달이지만 진장의 일은 감당하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했었다.

아, 이 사람에게 장수의 안목이 있었구나!…

그렇지 않아도 장문휴는 변방의 군진들에서 적정을 알아내는데 관심을 돌리도록 해야겠다고 그 본보기로 쇠달이네를 내세우리라 마음먹고 온것이였다.

듬직스러운 쇠달이를 바라보던 장문휴는 그에게 변방에서도 제일 중요한 요충지를 맡겨주길 아주 잘했다고 생각했다.

장문휴는 쇠달이가 어느 정도로 병법을 알고있는지도 알고싶어 온태곤이에게 일렀다.

《지도를 가져오게.》

장문휴는 군진을 시찰할 때면 언제나 온태곤이에게 지도를 가지고다니게 하였다.

온태곤이에게 지도를 받아 바닥에 펼쳐놓은 장문휴는 쇠달에게 손짓해서 제곁에 와앉도록 하였다.

지도에서 거란과의 접경지대에 있는 진성들을 짚어보이며 장문휴가 말했다.

《진장이 이 변방의 방비를 맡았다고 하세. 외적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막겠나?》

쇠달이도 지도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젊어서부터 병서를 적지 않게 읽어본 그는 나름대로의 주장을 가지고있었다.

이윽고 쇠달이의 입이 열리였다.

《소인이 이곳에 와서 느낀것은 일단 적의 대군이 쳐들어오면 변방의 군사들로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그것이오이다.

왜냐하면 적장으로서 발해로 쳐들어가는 길을 열자면 여기 변방의 진성들을 모조리 무너뜨려야 하기때문이오이다.

소인이 적을 막아야 한다면 적장의 이런 기도를 앞질러 깨버리겠소이다. 바로 진성들도 굳게 지키게 하면서 군장수하의 유군으로 적의 주력을 답새기겠다. 그것이오이다.》

유군이란 여러 진들사이를 오가면서 진성을 후원하거나 불의에 기동하며 적을 치는 사명을 지닌 부대로서 전장의 형편에 따라 임의의 어느 부대를 선택하여 쓰게 되여있었다.

《소인이라면 전시에 유군으로 쓸 부대를 따로 만명이상으로 그것도 말도 잘 타고 활쏘기와 창검술에 능한 젊은이들로 뭇겠소이다.

그랬다가 외적이 쳐들어오면 재빨리 지경너머로 들이밀어 그놈들의 배후를 요정내겠소이다.

제아무리 싸움에 능한 놈일지라도 뒤통수를 얻어맞으면 꼬꾸라지기 마련이오이다. 그렇게 하면 외적의 머리수가 수만인 경우에는 여기서 끝장을 낼수 있고 십만이상인 경우는 보름쯤 이곳에다 발목을 잡아놓을수 있소이다.》

아주 마음에 드는 대답이라 장문휴는 속으로 《괜찮아.》하고 탄복하였다.

《자네에게 만명의 군사를 주어 당나라의 안동도호가 도사린 평주를 타고앉으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장문휴의 질문에 자리에서 일어선 쇠달이는 거란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소인은 이천명씩 5군을 무어가지고 다섯길로 쳐들어가되 싸움은 피하면서 적군의 군량과 마초가 있는 곳을 골라가며 모조리 불지르겠소이다. 동시에 발해의 대군이 벌써 당나라의 도성을 무너뜨렸다는 헛소문을 크게 내돌리겠소이다. 그러면 평주의 민심도 군심도 모두 흉흉해져 적군은 주눅이 들것이오이다.

이때 5군이 은밀히 평주를 에워싸고 야밤에 성을 넘어들어간다면 어찌 타고앉을수 없겠소이까.》

《그러니 감쪽같이 새여들어가 불의에 친다 그것이겠다?》

《바로 그렇소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장문휴는 쇠달이에게 더 큰 중임을 맡겨야겠다는 결심을 내리였다.

나라의 대문을 굳게 지켜낼수 있다면 초적을 하였든 비천한 출신이든 무엇을 따진단 말인가.

못내 만족한 장문휴가 배를 두드리며 웃었다.

《오늘은 별스레 배가 출출한걸.…》

쇠달이 성밖의 개울을 가리켰다.

《저 개울에 물고기가 아주 많소이다. 지금쯤 군사들이 저기에다 살발담을 쳐놓고 물고기를 한창 건져내고있을것이오이다.》

《천렵놀이라… 좋지.》

쇠달이와 함께 개울에 이른 장문휴는 내물에 막 뛰여들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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