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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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청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에야 문예의 행처를 알아냈소이다.》

《그게 정말인고?》

몹시 기뻐하는 계루왕의 눈길을 마주보며 주청이 가슴우에 모아쥔 두손을 흔들었다.

《전하께서도 애를 썼건만 소득이 없었던것은 그놈이 여기 장안에서 꼬리를 사렸기때문이오이다. 우리 조정에서 안서로 그놈을 빼돌렸는데 퍼그나 시일이 흘렀소이다.》

이 나라의 지형에도 어둡지 않는 계루왕은 안서가 어데 있는지 잘 알고있었다.

《안서라면 예서 서북으로 만리나 되는 서역땅 구자국(중국 신강의 주처일대에 있던 당나라의 지방)인데…》

《바로 그렇소이다. 알고보니 우리 조정에서 발해에 숨어있는 간자들로부터 그 사람때문에 발해사신들이 곧 온다는 급보를 받고 그 먼곳으로 빼돌린것이오이다.》

《음, 일은 그렇게 되였군.》

계루왕을 쳐다보는 주청의 얼굴에 서글퍼하는 기색이 비끼였다.

《전하, 이번에 소인은 통절하게 느끼는바가 있소이다.》

그의 목소리도 서글프게 울렸다.

《사실말이지 당나라사람들의 태반은 이웃들과 평온하고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고있소이다. 더우기 강대한 발해와는 싸우는것을 원치 않소이다. 그러나 조정대신들은 땅덩어리가 크다는 그것으로 코대를 세우고 이웃들을 업신여기다못해 싸움을 일으키려 하니…》

주청의 목소리가 개탄조로 변했다.

《아, 그렇게도 큰 나라의 코대를 생각해서 싸우려 했으면 끝까지 싸워볼것이지 발해사신이 온다는 그 소식에 덴겁해서 역적놈을 남몰래 머나먼 곳으로 빼돌리고있으니 이런 좀스러운짓이 어데 있겠소이까. 망신이오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정의 이 처사를 두고 공연히 남의 나라 역적을 끼고있다가 큰 화를 당할것이라는 뒤말도 나돌고있소이다.》

주청은 묵묵히 듣기만 하는 계루왕에게 한걸음 다가서며 친근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소인은 일찍부터 해동의 사람들을 좋게 생각해오고있소이다.》

계루왕의 얼굴에 미소가 피여올랐다.

《그게 참말인가?》

《소인은 아이적부터 사기 특히 한나라의 력사를 서술한 〈한서〉를 읽기 좋아했소이다. 소인이 그 책을 좋아한 까닭은 우리 가문의 조상이 한나라를 세운 한고조 류방의 개국공신이기때문이였소이다.

〈한서〉고조편에는 류방이 항우와 싸울 때 북맥이 정예한 마군을 보내서 한나라를 크게 편들어주었다고 씌여있소이다.

저의 아버님 말씀이 북맥이 바로 고구려라는것이였소이다. 고구려는 발해에게 선조의 나라가 아니오이까.

까마득한 옛적에 벌써 발해의 조상들과 우리 조상들은 가까이 지냈소이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우리 중원사람들은 발해를 해치지 못해 몸살을 앓고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어떠하든 전 발해를 위해주고싶소이다. 발해와 싸우지 않아야 우리도 발편잠을 잘게 아니겠소이까.》

계루왕의 가슴이 후더워졌다.

이 나라의 신하들이 다 이 사람의 마음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가. 그러면 천하가 화목해지겠는데…

계루왕이 뜨거운것을 삼키며 대문밖에까지 따라나가 주청을 바래우고났는데 《태자전하!-》하고 소리치며 급히 말을 몰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열댓명의 선두에 선 사람이 의부(의례, 교육, 대외사업을 맡아보는 발해의 중앙관청)에서 소경(부장관)의 관직을 맡은 마문궤임을 알아본 계루왕은 너무 기뻐 두팔을 벌리였다.

《이게 누구시오? 어서!》

말에서 뛰여내린 사람들이 허둥지둥 달려와 계루왕앞에 꿇어엎드렸다.

《태자전하, 옥체만강하셨나이까?》

계루왕은 큰 키에 어글어글한 두눈이 인상적인 마문궤의 팔을 잡아일으키며 말했다.

《어서들 일어나오.》

계루왕은 일어서는 사람들속에서 형벌을 맡은 례부에서 역시 소경의 관직을 가진 총물아를 알아보았다.

량손에 마문궤와 총물아를 잡은 계루왕은 너무도 반가와 눈물을 흘리였다.

《그래 무슨 일로?…》

마문궤도 눈물을 흘리며 대꾸했다.

《전하, 황상마마께서는 총공을 사사(부단장)로, 소신을 사두(단장)로 봉하여 사신으로 보냈소이다. 황상께서도 황후께서도 옥체만강하오이다.》

사신이라는 말에 계루왕은 정색해졌다.

《어서 안으로…》

사신들을 밀실로 이끈 계루왕은 그들이 자리에 앉자 입을 열었다.

《무슨 일때문에 사신으로 왔소?》

마문궤가 의분에 차서 대답했다.

《문예때문에 왔소이다. 황상께서는 당나라것들을 다불러대서 그 역적놈을 꼭 오라지워오라 하셨소이다. 그리고 거처지는 전하의 곁에 잡고 역적놈의 행처를 전하의 도움으로 알아내라 하셨소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계루왕에게 이번에는 총물아가 여쭈었다.

《황상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나라의 요즘 동향이 어떠한지 그것도 전하의 도움으로 알아오라 하셨소이다.》

사신들이 먼길을 오느라 피곤하겠지만 국사를 놓고는 한시도 쉴수 없다고 생각한 계루왕은 사신들을 둘러보며 엄하게 말했다.

《역적놈은 지금 장안에 없소. 비렬한 당나라것들이 그놈을 머나먼 안서로 빼돌려놓았소. 바로 그대들이 온다는 저희 간자들의 급보를 받고 그렇게 한것이였소.》

사신들은 서로 쳐다보며 난처해하였다.

계루왕은 난처해하는 사신들을 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맥을 놓아선 안되오. 그대들은 이 하나를 통해서도 당나라가 우리 발해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알아야 하오.

만일 당나라가 우리와 맞서싸울 군력이 있었다면 구차스럽게 역적놈이나 숨겨가며 눈감고 아웅하지 않을거요.

그러니 그대들은 당나라에 배심좋게 들이대야 하오. 역적놈을 즉시 내놓으라고 말이요. 과인도 가만있지 않겠소.》

계루왕은 래일로 풍걸이를 안서로 보낼 생각이였다. 눈치가 대단히 빠르고 주먹이 센 풍걸이에게 몇사람을 붙여준다면 그 역적놈이 목을 내놓지 않고서는 견뎌배기지 못할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계루왕은 불현듯 고국에서 사신을 보내온 그 의도를 깨달을수 있었다.

한사코 발해를 먹으려고 악을 쓰는 당나라것들이 문예를 내놓을리 만무하다.

이런 형편에서 내놓고 그놈을 오라지워갈수는 없다. 그것을 모르지 않을 황상이 사신을 보냈다는것은 이것을 가지고 당나라를 핍박하자는것이다.

아직은 군력이 여의치 못하여 우리를 어쩌지 못하는 당나라를 드세게 다불러대서 세상사람들앞에서 수치를 주자는것이 바로 황상의 뜻일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내가 직접 사신들을 거느리고 가서 당나라것들을 답새겨야 한다.

그와 동시에 안동도호로 부임되는 영왕이 어떤 꿍꿍이를 하는지 그것도 알아내야 한다.…

시급히 해야 할 일을 결심한 계루왕이 힘주어 말했다.

《래일 과인은 당나라조정에 회담을 요청할테요. 과인과 함께 가서 한바탕 그것들을 다불러대는것이 좋을것 같소.》

사신들의 얼굴에 화기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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