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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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런게 바로 일거량득일것이다.

진득여의 말대로 남의 등지에다 병력을 잔뜩 불구어놓으면 발해는 더 말할것도 없고 태자의 자리를 노리는 적수들의 의심도 사지 않을것이다.

그러다가 룡상을 차지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도래하는 경우 그 병력까지 끌고 도성으로 밀고들어간다면 누가 나와 권력을 다투자고 하겠는가.

나라와 백성은 오로지 자기를 위해서 필요한것이며 하기에 권력의 자리를 타고앉아야 한다는 야심뿐인 영왕은 그를 위해서라면 아비도 제물로 바칠 위인이였다.

영왕의 이런 심보도 모르지 않는 진득여는 그런것은 전혀 모른다는듯 열심히 떠벌여댔다.

《전하께서는 안원부도독으로서 발해의 서부변방을 맡고있다는 발해 장수 장문휴와 화친을 더 잘 이어가자 하는 글월도 보내고 교역도 더 크게 벌리시오이다.》

그전부터 병부의 관리들에게 뢰물을 먹이고 이웃나라들에 박혀있는 간자들이 보내온 정보들을 눈여겨온 진득여는 발해의 형편도 모르지 않았다.

《전하께서는 안동도호를 맡아하시는 연고로 장문휴와 맞설수밖에 없소이다. 알아보니 장문휴는 발해에서 손꼽히는 장수로서 용맹과 지략이 겸비된 인재라 하오이다. 이미 여러 전장들에서 전승을 이루어온 장수라고 하니 전하께서는 만만히 보아서는 아니될줄로 아오이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전하께서는 두번다시 자객을 쓰면 안되오이다.》

그 말에 영왕은 귀신에 홀린듯 멍하니 진득여를 바라보았다.

이놈이 그걸 다 어떻게?!…

제가 안동도호감으로 조정의 물망에 오르자 영왕은 병부에 박혀있는 심복에게 장문휴를 소리없이 죽이라는 령을 내리였다.

바로 그가 발해로 가는 장사군일행속에 자객들을 묻어보낸것이였다.

강적인 장문휴가 없어야만 큰 공을 세울수 있기에 칼부림에 능수인 자객들을 보내라 했는데 랑패만 보고 겨우 한놈만이 살아왔다.

《예로부터 발해사람들은 무술에 능하다 하오이다. 그러니 장문휴같은 장수야 더 말해 무엇하겠소이까. 자객이 붙들려 본색이나 드러나면 공연히 불집을 터뜨릴뿐이오이다.》

돈이면 벼슬길도 연다고 이번에도 진득여는 그전부터 거래가 깊은 병부의 관리에게 돈을 찔러주고 그 사실을 알아낸것이였다.

《장문휴는 주먹이 아니라 세치 혀끝으로 잡아죽여야 하오이다. 듣자하니 전하께서는 조정으로부터 발해에 박혀있는 간자들도 받으셨다는데 그들의 세치 혀가 진짜 자객인줄 아오이다.

자고로 어느 나라, 어느 조정에서나 적수가 없는 사람이 없었소이다. 장문휴라고 례외로 될수 없소이다. 인재일수록 시기질투하는 적수가 많아지는 법이오이다.

질투쟁이들은 언제나 저보다 뛰여난 사람을 어떻게 하면 물어메칠가 하고 몸살을 앓소이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한편으로는 장문휴와 서신거래도 하고 교역도 하면서 좋게 지내는척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간자들을 시켜 그가 우리와 내통하면서 반란을 꾀하고있다는 요언을 퍼뜨리게 하시오이다. 그러면 이때라고 장문휴를 미워하는 질투쟁이들이 그것으로 올가미를 씌우자 할것이오이다. 이게 바로 칼을 쓰지 않고 적수를 물리치는 수라는것이오이다.

발해조정이 역적루명을 씌워가지고 장문휴를 죽이면 그로 하여 군심과 민심이 크게 흔들릴것이니 이것을 가리켜 물을 흐려놓았다는것이오이다. 이때가 바로 전하께서 백만대군을 거느리고 물고기를 잡는 혼수모어의 계책을 쓸 때인줄 아오이다.》

들을수록 통쾌하고 신바람이 나는지라 영왕은 살진 궁둥이를 들썩거렸다.

《좋아, 아주 좋아. 자네야말로 슬기주머니답도다.》

허나 간특한 진득여는 그쯤한 칭찬에 붕 뜰 소인배가 아니였다.

《둘째로 전하께서는 발해를 치기 위해 거란에게서 길을 빌리는 계략을 쓰면 안되오이다.

그 계략을 쓰지 말아야 할 리유는 만일 우리가 발해와 지경을 맞대고있는 거란의 땅에 군사를 들이민다면 발해가 절대로 강건너 불보듯하지 않을것이기때문이오이다.

우리 조정이 발해와 화친을 맺을 때 그들과 접해있는 거란의 땅에 군사를 들이밀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었다던데 그 약속을 어긴다면 그것은 곧 발해와의 전란을 의미하는것으로 되오이다.》

그의 말이 영왕에게 불만스럽게 들리였다.

《거란땅에 군사를 들이밀지 않고 어떻게 거란을 쳐부실수 있으며 발해로 가는 길을 열수 있단 말인가?》

진득여는 좁쌀눈을 깜빡이며 뇌까렸다.

《발해는 거란이 우리 군사에게 밀리우면 얼른 군사를 보내여 그들을 돕군 하였소이다.

그러나 전하께서는 군사를 들이밀지 않고서도 거란을 무너뜨릴수 있소이다. 세치 혀끝으로 말이오이다.

지금 거란에서 우리와 맞설만 한 장수로는 가돌한뿐이오이다. 알아보니 가돌한과 추장 리소고의 사이가 시원치 않다고 하오이다. 그러니 세치 혀끝으로 이 두놈을 싸우게 할수 있소이다.》

그제서야 영왕의 얼굴이 환해졌다. 허나 능구렝이 한가지인 그는 딴전을 부렸다.

《그게 바로 내 생각이다. 리간계를 쓰면야 그 두놈이 싸우지 않고 견딜가.

옛날 후한때 사도 왕윤이 미인 초선이를 써서 동탁과 려포를 리간시켰지. 결국은 양아버지 동탁이 양아들노릇을 하던 려포의 손에 죽질 않았느냐. 과인이 리간계로써 그 두놈중의 한놈을 죽이도록 하겠다. 계속하게.》

진득여는 야릇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말했다.

《그다음은 주동적으로 퇴각하다가 기회를 엿보다 적을 소멸하는 계책을 쓰시오이다.》

영왕이 또 딴전을 부렸다.

《그게 바로 과인의 생각이다. 과인은 거란과의 변방에서 불집을 일으켜놓게 하고 거짓패함으로써 그것들의 주력을 우리 지경으로 깊숙이 유인하여 족치겠다. 그러면 거란의 땅이 저절로 우리의 수중에 들어올게 아닌가.》

속이 엉큼한 영왕을 진득여는 공손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상전의 비위를 어찌 거스른단 말인가.

《정말로 명철하시오이다. 전하께서 그토록 다 헤아리시니 정말로 마음이 든든해지오이다.

한말씀만 더 여쭈어올린다면 전하께서는 시종 이 모든 계책들을 하나로 련결시키고 그시그시 은이 나타나도록 하는 련환계의 계책을 잊지 마시오이다.》

이제는 눈앞이 환해진 영왕인지라 두툼한 손바닥으로 처절썩 손벽을 치며 기뻐했다.

《과인에게 자네같은 슬기주머니가 있는데 어찌 앞일을 근심하리오. 자네야말로 류비가 얻은 제갈공명이노라.》

그 말에 진득여의 좁쌀눈이 화등잔같아졌다.

내가 제갈량이란 말이야?! 그렇다면 류비는 저 영왕이겠지. 결국 나는 류비를 황제라 받들어세운 제갈량처럼 군국대사를 쥐락펴락할수 있겠지.…

바라는건 공명과 출세뿐인 진득여는 너무 기뻐 숨조차 제대로 쉴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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