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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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당나라 도성에 있는 영왕 리교의 밀실이다.

주인이 찾기 전에는 안주인일지라도 함부로 드나들수 없는 밀실에서 여러개의 초불이 어둠을 환하게 밀어내고있었다.

밀실에는 살푸둥이 좋은 영왕과 갱핏한 몸에 족제비상을 한 중년의 사나이가 마주하고있었다.

상좌를 거드름스럽게 차지한 영왕의 맞은켠 아래에 무릎을 꿇어앉은 족제비상은 당나라에서 잔꾀를 제일 잘 쓴다고 자처하는 작자였다.

지어 이자는 자기를 류방의 모사로서 중원에 지울수 없는 이름을 남긴 장량에게까지 비기는터였다.

류방이 저보다 세력이 비할바없이 강했던 항우를 쳐이기고 중원의 패권을 쥘수 있었던것은 장량과 같이 꾀를 잘 쓰는 모사를 떠나서 생각할수 없는것이였다.

이런 모사와 어깨를 견주는것을 보면 족제비상이 간계의 능수이기도 하지만 어벌 또한 여간 크지 않다는것을 말해준다.

장차로 이 나라의 군주가 될수 있는 큼직한 상전을 앞으로 황제로 등극시킨 특등공신이 되여 서민으로서 조정의 권세를 흠뻑 누리는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승상이 되려고 하는 족제비상이였다.

이런 야심을 품었기에 일찌기 영왕에게 맏형되는 황자의 문객으로서 모사노릇을 했었다.

여러해동안 그의 모사노릇을 하면서 여러 황자들을 살펴보니 날로 세력이 커만지는 영왕에게 마음이 쏠리는것이였다.

여러 황자들중에서 처세술이 남달리 뛰여난 그 덕에 영왕은 조정대신들과 친교가 깊었다.

조정대신들과 친교가 깊으면 그들의 지지를 받을수 있으니 아직은 태자를 세우지 않고있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데 아주 유리할것이였다.

과연 조정대신들의 지지속에 영왕이 권력을 틀어쥐기 시작했다.

권력이자 군권이라고 할수 있었다.

안동도호로 천거된 영왕이 하루아침에 나라에서 제일 큰 병력을 통솔하는 대장군으로 된것이였다. 그가 발해와 거란방면의 변방군사를 모두 거머쥔 평로군 절도대사로 되였다는것은 단연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하였다는것을 보여줄뿐아니라 태자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룡상을 차지할수 있는 거물이라는것을 보여주는것이였다.

마음만 먹으면 군령을 내려 삽시에 병력을 수십만명으로도 불굴수 있는 권력자가 평로군 절도대사이다.

영왕을 크게 믿는 당임금은 그에게 용맹하기로 알려진 오승자와 같은 맹장들을 평로군 절도대사의 휘하로 옮겨주었다. 그것도 부족하여 경군과 병부에서 병법을 잘 아는 사람들을 골라 영왕에게 주었다.

약바른 족제비상은 영왕 역시 대군을 호령하게 되면 룡상을 탐낼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대군을 거머쥔 장수치고 권력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놈 있는가. 동탁이나 조조에게 대군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도성으로 쳐들어가 조정을 거머쥘수 있었으며 사마염이나 양견이나 리연 같은자들이 어떻게 진(서진)이니, 수이니, 당이니 하는 나라를 가질수 있었겠는가.

남다른 처세술을 지닌 영왕에게 대군까지 있다면 이야말로 룡마에게 날개가 돋친 격이라고 할수 있다.

이런 거물이라야 숱한 적수들을 쳐부시고 룡상을 차지할수 있는것이다.

이렇게 판단을 내린 족제비상은 재빨리 상전을 바꾸어 영왕의 품에 기여든것이였다.

족제비상의 재주를 모르는바가 아닌 영왕이 이게 웬 복덩이냐 하고 그의 손을 잡아들인것은 더 말할것도 없다.

그렇다고 무턱 받아준것은 아니고 열흘간의 말미를 주겠으니 이 영왕이 부임지에 내려가서 무엇을 하면 좋겠는지 그걸 궁냥해가지고 오라는 령을 내렸다.

오늘이 약속했던 그날이였다.

슬기주머니의 입에서 쏟아져나올 조언들은 설사 식솔도 절대로 알아서는 안되는 대단히 심각한 국사와 관련된것이라 여겼기에 영왕은 이렇게 쥐일지라도 엿들을수 없는 밀실로 그를 끌어들인것이였다.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던가?》

신분이 보잘것없는 족제비상의 약점을 일부러 건드려서 시작부터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음흉한 속심으로 영왕은 이미 아는바이지만 다시금 그가 제 처지를 돌이켜보도록 한것이였다.

대바람 족제비상의 낯짝이 붉어지는것이 알렸다.

《저… 신의 이름은 진득여라 하오이다.》

진득여가 자기를 신하라고 하는 그 말에 영왕은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자네 가문이 평백성이라는데 일없어. 과인이 크게 써주면 자네네도 명문가로 될수 있네. 그건 그렇고, 답을 내여가지고 왔으면 어려워말고 털어놓게.》

진득여는 좁쌀눈을 반짝거리며 자신만만한 어조로 열을 올렸다.

《신이 보건대 전하께서 나라를 위해 하시는 일은 누구도 대신할수 없고 누구도 감당해낼수도 없는 실로 막중한 국사가 아닐수 없소이다.

수양제나 당태종도 저들이 직접 출병하였지만 끝끝내 이기지 못한 나라는 하늘아래 저 발해가 선조의 나라라고 하는 고구려밖에 없소이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명성높은 군주들도 해내지 못한 그 일을 반드시 해제낄것이오이다. 발해를 무너뜨리기만 한다면 전하의 명성은 후세에 무궁토록 전해져갈것은 물론이요. 부황께서 어찌 뒤를 물려주시자 안하겠소이까.》

세상에 저를 추어올리는 소리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영왕의 입이 대바람 헤벌쭉해졌다.

《그래서?》

《전하께서 부임지에 가시여 해야 할 첫째가는 일로는 휘하의 병력수를 줄이면 줄였지 절대로 늘여서는 안된다는것이오이다.》

그 말에 영왕의 두눈에서 흰자위가 커졌다.

이건 무슨 놈의 낮도깨비같은 수작이야?!

영왕의 두눈에서 흰자위가 커졌거나말았거나 진득여는 시치미를 뚝 따고 그냥 혀를 휘둘렀다.

《겉으로는 그렇게 해보여야 우리를 지켜보는 발해사람들의 송곳눈이 편안해질수 있소이다. 우리가 흑수말갈을 부추겨서 반란을 일으켜놓고 발해가 그들을 정벌할 때 성동격서의 계략으로 치려했다는것을 발해사람들이 모를리 없소이다. 그들에게도 천리를 내다보는 지략가가 없는것은 아니오이다. 하기에 그들은 흑수정벌을 들이대는 동시에 서부변방에 안원부의 지방군이 진을 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군의 일부 병력을 파했던것이오이다.

우리의 군력이 여의치 못하여 발해를 건드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트면 우리의 수를 빤히 들여다보고있던 그들에게서 큰 화를 당할번 했소이다.

지금도 그들은 우리가 반드시 쳐들어올것임을 내다보고 변방을 다지는데 힘을 넣고있소이다.

이러한 때 전하께서 병력을 불군다면 어찌되겠소이까. 그들의 눈과 귀들이 잠을 자고있지는 않을것이라 가만있자 하겠소이까.

자고로 밤낮으로 각성되여있는 적을 쳐이긴 장수는 없다고 했소이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물을 흐리여놓고 물고기를 잡는다는 혼수모어의 계략을 써야만 뜻을 이루실수가 있소이다.》

듣고보니 정말 그럴상싶은 소리인지라 영왕의 입이 다시금 헤벌쭉해졌다.

《허나 전하께서 그 계략을 쓰자고 해도 병력이 많아야 하오이다. 지금의 평로군병력만으로는 발해를 이길수 없소이다.

듣자하니 발해의 병력수가 40만명이라던데 전하께서 그것들을 쳐이기자면 적어도 두곱의 병력을 가져야 하오이다.

전하께서는 부황께 상주하여 범양군과 하동군 그리고 유주에다 병력을 늘이도록 하시오이다. 물론 그 병력은 겉으로는 범양군 절도사나 하동군 절도사, 유주절도사의 휘하군사들일뿐 실지로는 전하의 군사로 되여야 하오이다.》

영왕은 너무 좋아 무릎까지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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