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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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와-

우뢰같은 환호성이 하늘땅을 진감하는 동모산의 격구장에서는 군사들이 격구놀이로 한창 열을 올리고있었다.

드넓은 격구장을 좁다하게 말을 내달리며 공을 치는 군사들의 격구놀이를 구경하러 온 도읍이 모여든듯 사람사태로 혼이 나갈 지경이였다.

양지쪽이라야 눈이 조금씩 녹고있는 새해 정묘년(727년)의 정2월에 동모산은 아직 빙설의 천지였다.

하지만 눈무지를 말끔히 쳐낸 격구장은 화창한 춘삼월의 대지인듯싶었다.

어느새 또 한차례의 공치기가 끝났는지 새로이 공치기가 시작된다.

원래 이 격구장은 발해건국의 그날 고구려를 이은 새 나라의 탄생을 알리는 례식을 거행하려고 닦은 광장이였다.

발해사람들은 고구려의 선조들처럼 격구놀이를 즐기였다.

그런 까닭에 이 광장이 격구장으로 된것이였다.

오늘의 격구놀이가 이전보다 판이 더 크게 진행되고있는것은 신라와의 접경지대에 성을 쌓고 돌아온 경군의 부대도 참가한때문이였다.

북방으로, 서쪽의 변방으로 그리고 남쪽의 변방으로 흩어져갔던 경군의 부대들이 부여안았던 일감들을 유감없이 해치우고 동모산으로 모여온것을 경사로 여긴 황상이 군사들의 사기를 높여줄 생각으로 격구놀이를 벌려놓게 한것이였다.

와- 와-

또 한패의 말탄 군사들이 공채를 꼬나들고 격구장에 들어서고있었다.

서로 앞자리를 다투며 쏜살같이 말을 빼모는 그들을 지켜보는 구경군들속에는 고인의도 있었다.

길게 목을 빼들고 기수들을 바라보는 고인의의 손에도 땀이 질벅하였다.

이번엔 또 어느 누가 승자로 되겠는지?!

고인의는 자기도 말우에 뛰여올라 저 마당에 뛰여들고싶었다.

일여덟명씩으로 한패가 된 두패가 격구장의 한켠을 차지하자 주먹만한 공을 든 녀인이 그들앞으로 나섰다.

희디흰 석회가루로 땅바닥에 그어놓은 곧은 금선을 경계로 한줄 나란히 횡대를 지어선 두편의 군사들이 숨을 죽이고 녀인을 지켜보았다.

얼굴처럼 몸매도 곱디고운 녀인이 두걸음 나섰다가는 한걸음 물러서며 나풀나풀 춤을 추었다.

공을 던질듯말듯 두팔을 휘저으며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은 참으로 황홀하였다.

이윽고 녀인의 손에서 빨간 공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것을 신호로 기수들이 다급하게 맡을 내몰았다.

기수에게는 말을 날래게 내모는것도 재주이지만 지팡막대같은 공채로 공을 남먼저 차지하는것이 더 큰 재주였다.

공채의 끝은 밥주걱처럼 생겼는데 그것으로 주먹만 한 공을 남먼저 차지하는것으로 승부의 절반은 이루어졌다고 할수 있었다.

남먼저 공을 차지한 기수를 수격이라고 하였다.

수격이 된 기수는 여러가지 까다롭고 복잡한 기교동작들을 펼쳐보이면서 공을 몰고나가다가 공채로 힘껏 쳐서 수십보앞의 공문으로 넣어야 하였다.

몇보의 너비로 된 문대안으로 똑바로 쳐넣으면 그것으로 시합은 끝이 나고 이긴 편은 모두 말에서 내려 황상을 향해 절을 한 다음 상을 받아야 했다.

또 한차례의 공치기가 판이 났는지 여러명의 군사들이 누런기가 날리는 곳에서 상을 타고있었다.

오늘의 상은 대단했다. 비단과 통돼지를 상으로 주기때문이였다.

고인의는 부러운 눈길로 누런기가 날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격구장의 정면에 누런 비단으로 친 화려한 장막이 있는데 바로 그곳에서 누런기가 바람에 나붓겼다.

누런 기발이 날리는 곳에 황상이 있었다.

방위를 가리킬 때 동쪽은 푸른색기발로, 흰기는 서쪽을, 검은기는 북쪽을 그리고 남쪽은 붉은기로 나타낸다.

바로 그 중심에 천자가 자리를 잡는다는 의미로서 누런기를 띄우는것이다.

이는 오늘에 와서 만들어낸 풍습이 아니고 고구려에서부터 물려온것이였다.

누런기가 날리는 곳에서 상을 타가지고 오는 군사들을 바라보던 고인의는 한숨을 지었다.

이런 날에 황상이 하사하는 상을 척 타가지고 집에 돌아가면 여북이나 좋겠는가, 허나 그건 다 꿈같은 일이다.

어쩌면 이 마당에 나서는 군사들마다 말타기에도 공치기에도 귀신같은지… 장문휴, 그 친구가 있었으면 한몫 보는건데…

발해에서는 활쏘기, 창검쓰기와 함께 격구놀이를 무술3재로 치고있었다.

아이때부터 무술3재에 정통한 장문휴는 장수가 되여서도 격구놀이에 빠지지 않았다·

그 덕에 늘 장문휴와 한편이 되여 격구놀이에 나선 고인의는 그의 그림자로서 상을 나누어가지군 하였다.

그럴 때면 상에 탐이 나서가 아니라 송아지친구와 함께 이름을 냈다는 자부로 하여 기분이 붕 떠지던 고인의였다.

《그때가 벌써 옛말이 되였구나.》하고 속으로 탄식하던 고인의는 하늘중천을 가까이한 해를 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오늘 점심에는 반안왕을 찾아볼 생각이였다.

그에게 청하면 얼마든지 장문휴의 곁으로 옮겨갈수 있다고 타산했기때문이였다.

장문휴가 거느리던 경군의 두개군이 동모산으로 돌아왔으니 그의 곁에 파악있는 장수들이 없을것이였다.

아무리 출중한 군장이라고 해도 파악이 부족한 생면부지의 장수들을 데리고는 승전을 이룰수 없는것이다.

이럴 때 팔다리가 되여 그를 돕는것이 벗을 위해서뿐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도 도리가 아니겠는가.

하루치고 제일 높게 떠오른 해를 본 고인의는 격구놀이구경을 단념하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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