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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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줄기의 짙은 연기를 하늘로 뿜어올리는 봉수대를 잠시 쳐다보던 장문휴는 갈길이 급하더래도 봉수군들을 만나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진작 봉수군들도 만나 그들의 형편도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저들이 졸면 나라가 조는것이라 할수 있으니 응당 봉수군부터 관심을 두었어야 할게 아닌가.…

《저기 봉수대에 들려가자.》

장문휴는 의아해하는 호위군사들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여기서 좀 기다려라.》

온태곤이만을 뒤에 달고 산기슭으로 말을 몰아간 장문휴는 안장뒤에서 한쌍의 설피를 집어들었다.

무릎까지 빠지는 생눈우로 가려면 설피신세를 져야 했다.

물푸레나무가지로 큰 쟁반만 하게 엮어만든 둥근 설피를 갖신바닥에 가져다댄 장문휴가 벙글 웃었다.

《자네가 아니였다면 길옆의 봉수대는 놓칠번 했네.》

두발에 설피를 든든히 비끄러맨 장문휴는 조심히 눈우에 내려섰다.

눈이 좀 주저앉았을뿐 빠져들지는 않았다.

급히 설피를 갖추고 눈우에 뛰여내린 온태곤에게 장문휴가 나직이 일렀다.

《이제 우리가 갑작스레 나타나면 봉수군들이 놀랄수 있어. 그러니 토끼사냥을 나온 옹노군이라고 하세.》

《그 말을 곧이듣겠는지요?》하며 장문휴를 쳐다보던 온태곤이 씩 웃었다.

장문휴가 위엄있는 장수차림을 하였지만 전복우에 누런 전포를 걸치고있어 가까이가 아니면 그가 장수임을 쉽게 알아볼수 없을것 같았다.

《자, 날 따르라구.》

장문휴가 성큼 큰걸음을 내디뎠다.

그들은 승벽내기로 경사지의 눈우로 내달렸다.

한참 달려올라 산마루에 거의 다달았는데 별안간 《누구얏? -》하는 위압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

장문휴는 그 목소리의 임자가 누구인지 즉시 알아차렸다.

산마루아래의 안침진 숲속에 길게 지은 초가집이 있는데 눈을 깨끗이 쓸어낸 마당에서 창을 꼬나든 군사가 소리친것이였다. 파수병인것 같았다.

장문휴가 웅글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우린 저 아래마을에 사는 농군이웨다. 메토끼를 잡으려 옹노를 놓으러 왔소.》

그 말이 곧이들렸던지 파수병이 소리쳤다.

《이 산엔 메토끼가 많수다.》

장문휴가 푸접좋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가서야 늙은 파수병은 두눈이 둥그래가지고 온몸이 꼿꼿해졌다.

장문휴에게서 누런 전포속의 비단전복이며 허리에 찬 값진 장검 그리고 머리에 쓴 금빛투구를 알아본것이였다.

이런 복색이야 장수만이 할수 있는게 아닌가?!…

온태곤이 얼른 늙은 파수병에게 귀띔했다.

《도독어른이시오.》

그 말에 황급히 군례를 차리는 파수병을 웃는 눈길로 바라보던 장문휴가 물었다.

《헌데 왜 이리 조용한가?》

파수병이 연기가 타래쳐오르는 봉수대를 가리켰다.

《다들 저기서 웃음꽃을 피우고있소이다.》

《웃음꽃이라?!…》

파수병이 흥이 나서 말했다.

《소인네들은 모두가 농군이오이다. 올해는 조세를 나라법대로만 바치질 않았소이까?

그래서 그 몹쓸 죽물신세를 면하게 되였소이다. 오래간만에 살길을 만났으니 요즘은 우리 봉수대에서도 웃음꽃이 필수밖에 없소이다.》

장문휴는 코허리가 시큰하였다.

국법을 지켜주기만 해도 백성들이 살길을 만난듯 좋아하고 그 백성이라는 바다에서 나온 군사들도 기뻐하기만 하니…

장문휴는 기분이 나서 파수병에게 일렀다.

《파수군은 제자리를 뜰수 없으니 여기에 있소. 난 봉수대를 돌아보겠소.》

곧 봉수대에 이른 장문휴는 연기를 피우며 웃고 떠드는 군사들을 볼수 있었다.

그들을 보느라니 도독이라는 자부심으로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이런 웃음꽃을 비단 이곳의 봉수대뿐아니라 온 안원부에 차넘치게 해야 한다. 이렇게 만드는것이 진짜 나라방비이고 국력의 시위가 아니겠는가.

온태곤이 도독의 행차를 알려서야 봉수군들은 한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군례로써 장문휴를 맞이하였다.

장문휴는 한사람같이 반가와하는 군사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누가 이 봉수대의 대장인가?》

서른살쯤 나보이는 군사가 한걸음 나섰다.

《도독어른께 아뢰오이다. 소인이 군교로서 이 봉수대를 받고있는지 여러해가 되였소이다.》

장문휴는 엄한 어조로 말했다.

《봉수군이 게으르면 나라가 어떤 화를 당하게 되는지 다들 잘 알것이니 그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강조하고싶은것은 너희들이 이 봉수대를 제 목숨처럼 여기라는것이다. 알겠는가?》

《명심하겠소이다.》

장문휴는 군사들의 힘찬 대답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장문휴는 여전히 엄한 기색으로 군교를 바라보며 물었다.

《애로가 무언지 말하라.》

몸을 꼿꼿이 편 군교가 불만조로 대꾸했다.

《우에서는 우리네 봉수군이 중하다고는 하지만 실은 그렇게 대해주지 않고있소이다.

소인은 늙은 군졸만을 보내주는걸 가지고 탓하는게 아니오이다.》

그제서야 장문휴는 렬을 짓고 선 군사들이 다 파수병처럼 늙은 군졸들임을 알아보았다.

《우리 봉수대에서는 이번에야 처음으로 전원을 채웠소이다. 그전에는 절반밖에 보내주지 않고 그나마 번마저 제대로 바꾸어주지 않아 두세해 묵기가 일쑤였소이다.

한해에 한번 바꾸어주는 번이야 왜 제대로 지켜주지 않는지 모르겠소이다.

그때문에 어떤 군졸은 늙은 몸에 병이 나서 여기에 묻히고말았소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장수들은 봉수군이 편안하다고 하면서 땔감을 해바치라, 마초를 해바치라 닥달이 심하오이다.》

군교의 불만소리에 장문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신부터가 봉수군의 중요함을 말로나 외웠을뿐 지금껏 봉수대를 찾아본적이 없기때문이였다.

이 사람이 내 뺨을 후려치는군.…

마음이 언짢았지만 장문휴는 웃으며 물었다.

《그리고 또 무엇이 걸렸느냐?》

군교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 바로잡아준다면 무슨 애로가 더 있을수 있겠소이까.》

《알겠다.》

봉수대를 나서는 장문휴는 아직도 도독으로서의 자신에게 빈구석이 많다는것을 새삼스럽게 느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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