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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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나마 철소들을 모두 돌아본 장문휴는 쇠쟁이들에게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어먹게 하겠다는 상주문을 썼다.

돌아보니 어느 철소나 할것없이 고철골사람들은 나라를 위해 쇠를 뽑아내려는 열의가 높고 또 실지 그렇게 일하고있었다.

걸린것은 어데 가나 식량과 소금이였다. 그들의 한결같은 요구가 땅을 개간할수 있게 허락해달라는것이였다.

이전과 달리 호구가 부쩍 늘어난 철소들의 형편에서 부침땅으로 일굴만 한 산과 들을 개간하지 않으면 식량문제를 풀수 없었다.

그래서 국유지로 되여있는 땅을 개간하도록 승낙하고 그 정형을 글로 쓴것이였다.

상주문과 함께 각 고을의 관가들에서 강쇠를 바친것만큼 철소들에 소금을 주라는 령을 적은 공문서를 두명의 호위군사에게 주어 도독영의 부도독에게 전하라고 떠나보낸 장문휴는 천리장성을 찾아 또다시 길에 나섰다.

땅이 녹으면 장성을 보수할 결심이니 직접 현지를 밟아보아야 백성들을 동원시킬 부역의 기일을 바로 정할수 있었다.

당나라가 큰 싸움을 걸어오는 경우 그들의 진격로의 하나가 거란이 차지한 륙로를 거쳐 장성을 무너뜨리는 그것이다.

그러니 하루라도 앞당겨 장성보수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장성보수를 봄씨붙임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해서는 안된다.…

늘 그러했듯 선두에서 말을 달리는 장문휴는 바싹 뒤를 따르는 온태곤에게 말했다.

《먼길을 흥겹게 가는 묘술은 재미나는 이야기를 나누는것일세. 그러니 선코를 떼게.》

눈귀가 우로 올라간 온태곤이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그러는 그의 두눈에 적의가 번뜩였다.

《도독어른, 변방의 저 서쪽땅도 원래는 우리 조상들의 땅이였다는데 나라에서는 왜 군사를 풀어 차지하려 하지 않소이까?》

장문휴는 지그시 내리는 함박눈으로 하여 시뿌예진 하늘로 눈길을 들었다.

여기에서 백여리정도 서쪽으로 곧추 가면 천리장성이 나지고 그 장성을 넘으면 코앞으로 료수가 흐른다.

거기서 기껏 걸어서 하루만에는 거란이 차지한 땅과 지경을 가르게 된다.

거란이 차지한 그 땅도 고구려의 땅인줄은 삼척동자도 모르지 않는다.

고구려의 좌절과 함께 얼마나 많은 조상의 땅을 잃었는가. 아직까지 그 일부를 거란과 당나라의 수중에서 회복하지 못하고있다.

마음이 울적해진 장문휴의 목소리는 비장하게 울리였다.

《우린 잃은 강토를 두고 조상들을 원망해서는 안되네. 나라마저 빼앗겼던 조상들을 원망할게 아니라 강대국을 일떠세웠던 그분들의 의기를 본받아야 해. 그리고 언제이든 옛땅을 되찾는 싸움에 나서야 하네. 모두들 알겠나?》

《알았소이다.》하는 군사들의 힘찬 소리에 마음이 개운해진 장문휴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가 이야길 들려주겠느냐?》

생각밖에도 애숭이군졸이 제꺽 응해나섰다.

《이런것도 이야기라 하겠는지… 하여튼 탓하진 마소이다.》

장문휴는 벙글 웃었다.

호위군사중에 제일 어린 까닭에 장문휴는 밤이면 그를 제곁에서 자게 하였다. 그리고 끼식때는 곁에 앉히고 밥이랑 찬도 덜어주군 하였다.

그래서 애숭이는 어리광도 곧잘 부렸다.

그 어리광이 아들의 어리광으로 여겨져 싫지 않은 장문휴였다.

《어서 말하렴.》

애숭이가 뒤더수기를 긁적이며 말했다.

《간밤에 도독어른의 곁에서 이상한 꿈을 꾸었소이다. 글쎄 무섭게 생긴 귀신이 나타나 시퍼런 눈알을 데룩거리며 호통치기를 〈너 이놈, 이제 얼마 안있으면 열아홉살이지? 그러니 이번에는 꼭 네 손으로 제웅을 빚어놓고 제웅직성을 굼때여라. 이번에까지 그냥 건너뛰였다가는 열아홉살을 더 넘기지 못할것이다.〉 하고 호통치질 않겠소이까.》

울상이 된 애숭이를 보느라니 이게 스쳐보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숭이뿐아니라 이들모두가 언제나 제정신을 가지고 살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알기엔 사람에게 아홉가지 직성이 있다고 하였다. 그중의 하나가 제웅직성이였다.

남자는 열살, 녀자는 열한살에 처음으로 제웅직성이 닥쳐들고 그때부터 9년에 한번씩 그것과 맞다들리기때문에 그때마다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사람인 제웅을 만들어놓고 정성껏 액막이를 해야만 목숨을 부지할수 있다고 한다는것이였다.

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고서도 제명을 다 사는데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그래 넌 열살때 왜 제웅직성을 땜하지 못했느냐?》

장문휴의 물음에 애숭이는 시무룩해서 대꾸했다.

《그때 소인은 집에서 백리나 먼 고모네집에 가있었소이다. 몇달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때를 놓쳤다는것이오이다.》

껄껄 웃고난 장문휴는 웃음기어린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제웅직성이란걸 땜하지 않고서도 넌 이렇게 아무일없이 살아있지 않느냐. 나도 지금껏 그런 땜을 하지 않았어도 무탈하게 살아있다.

내 보기엔 말이다. 옛적에 귀신을 섬기는짓을 일삼던 어떤 요망한자가 그런 허망한걸 꾸며낸것 같다.》

장문휴의 목소리가 엄해졌다.

《그러니 그런걸 싹 잊어라. 사람이 죽고살고 하는건 귀신놀음에 달려있는게 아니라 바로 제 명에 달려있는게다.

다시한번 그따위 얼빠진 생각을 하면 집으로 쫓아보내고말겠다.》

장문휴는 군사들모두에게도 일렀다.

《자네들도 각성하게. 알겠나?》

《알겠소이다.》

온태곤이 문득 길옆의 뾰족산을 가리켰다.

《도독어른, 저 산마루에 봉수대가 있소이다.》

안원부의 봉수길을 외우고있는 장문휴는 눈을 감고서도 곳곳의 봉수대들의 위치를 말할수 있었다.

봉수대들에서는 날마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길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적정이 없을 때에는 봉화를 하나로 지피고 외적이 변방으로 기여든다면 두개, 적군이 변방에 당도했다면 세개, 적이 지경을 넘어서면 네개 그리고 싸움이 벌어지면 다섯개를 지펴야 한다.

매 봉수대에는 20~30명의 군사들이 항시 있으면서 임의의 신호에 대처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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