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 회)

제 3 장

4

 

좋은 일에는 방해로 되는 일이 많이 생긴다는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보통 사람들의 집안일에도 좋은 일이 생길세라 그를 방해하는 일이 뒤따르는데 국사와 관련되는 큰일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신관도독으로서 장문휴가 나라방비에 공을 세우고있을 때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다못해 죽이고싶도록 미워하는자가 있었으니 그는 이전 도독 리오구였다.

오로지 저 하나의 부귀영화를 위해 악착스럽게 남의 재물을 앗아들인 악행으로 민심을 기울인 죄에 걸려 파직되였건만 속이 시꺼먼 놈이 마음이 깨끗한 사람을 죽도록 미워한다고 제놈과 달리 바른 정사로 군심과 더불어 민심을 모으고있는 장문휴때문에 마치도 제가 이 꼴이 된것처럼 여기는 리오구였다.

그래서 끓어오르는 증오심에 장문휴의 목을 조일 올가미가 없나해서 피눈이 돼버린것이다.

하긴 저의 상전인 임아가 미워하는 장문휴였으니 그의 적수이기도 하였다.

그의 집은 도독으로 부임되여와서 새로 지은 궁궐같은 집이였다.

오늘은 새벽부터 눈보라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궁궐같은 이 집의 후덥고 호화로운 큰방에서 만반진수라 할만큼 요란한 음식상을 마주한 리오구가 피둥피둥 살진 몸에 잔뜩 오만상을 찡그리고있었다.

살속에 푹 묻혀버린 낯짝을 찡그린것으로 하여 그의 얼굴은 도깨비상통같았다.

워낙 심술쟁이, 욕심꾸러기, 고집불통의 고약한 성정만을 어미배속에서 빼물고나온 그로서는 한창 승진일로속에 남다른 공을 세우고있는 장문휴가 곱게 보일리 만무한것이였다.

더우기 주자감시절부터 정직하고 자기보다 모든 면에서 뛰여난 그때문에 장문휴가 죽도록 미워 코코에 헐뜯어온 리오구였으니 지금 이렇게 소태씹은 우거지상을 면할수 없는것이다.

량켠에서 곱디고운 애첩들이 인삼을 우려낸 약주를 부어올린다며 아양을 떨어댔지만 리오구의 우거지상은 좀처럼 펴이지 않았다.

주인된 리오구가 그 모양이니 손님으로 온 두사람도 음식상만 바라볼뿐 감히 수저를 잡지 못하였다.

요즘 리오구의 소리만 나오면 거리에서 빌어먹는 거지애들까지 침뱉으며 범이나 콱 물어가라고 욕한다는데 그런데도 두 손님이 이 집을 찾아온걸 보면 이들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알수가 있을것이다.

실은 이 두사람이 리오구의 세상에서 왼팔이니 오른팔이니 하며 그의 턱밑에서 돌아치던 심복이였다.

이 두 심복의 생김은 판판 달랐다.

배가 새끼밴 암돼지같은 뚱보인 하욕중은 리오구의 밑에서 전업으로 관직을 팔아먹는 일을 맡아했고 두귀가 어방없이 커서 《말귀》라 불리우는 배대식은 관가의 재물을 주무르는 일을 했었다.

리오구는 탐오의 수단군인 이 두사람을 심복으로 부린 덕에 몇대를 두고 풍청대며 살수 있는 엄청난 재물을 긁어들이였다.

물론 이들도 안원부에서 소리치는 큰 부자가 되였다.

그러던 이들은 장문휴의 손에 그 좋은 밥줄이 떨어져 지금은 다리부러진 노루 한곬에 모인다고 리오구와 이전처럼 밀려다닐수밖에 없는것이였다.

한참만에 리오구가 상을 탕 내리치며 부르짖었다.

《올리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올리막이 있는 법이라 내 기어이 장문휴 그놈을 디디고 다시 일어서지 않나 두고봐라.》

상전이 기염을 토하는데 힘이 났던지 하욕중이 술잔을 부여쥐며 입을 뗐다.

《언제인가 도독어른이 말씀하시기를 장문휴 그놈은 주자감의 후배라 했는데… 어쩜 그놈은 선배이신 어른을 찾아와뵙지 않소이까? 세상이 변했기로서니 그러면야 안되지요. 이것만 보아도 그놈은 인륜의 도리도 모르는 몹쓸 놈임을 알겠소이다.》

그 말에 승기가 난 리오구는 술잔을 덥석 쥐고 단숨에 들이켰다.

술잔을 내던질듯 내려놓은 리오구는 입귀를 씰룩거렸다.

장문휴보다 몇살 우인 리오구는 그보다 한해 먼저 주자감에 들어갔었다.

장문휴가 병서를 파고들 때 병서미치광이라는 뒤소리를 돌린것도 그였고 성현들의 경전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고 감에게 고해바친것도 그였다. 리오구의 과장된 말에 감이 장문휴를 온곱지 않게 여길수밖에 없었다.

감에게 잘 보여 접장(학급장)의 자리를 따낸 리오구가 장문휴를 미워한것은 그가 문무의 모든 면에서 자기따위와는 비할바없이 월등 앞서나가는 인재이기때문이였다.

이렇듯 리오구는 배속에서부터 상전에게는 아첨하고 동료들은 질투하고 짓밟으려 하는 성정을 타고난것이였다.

그런 정신병자가 리오구인데 오래전부터 미워하던 장문휴가 나타나 제자리를 타고앉았으니 복통이 터질만도 하였다.

리오구가 악에 받쳐 부르짖었다.

《그놈이 내 봉물짐을 찾아가지고서는 조정에 보내 제 낯내기를 하였다니 이거야말로 내 얼굴에다 침을 뱉은게 아니고 뭔가 말이다. 엉?》

장문휴는 쇠달이네가 빼앗은 리오구의 봉물짐을 고스란히 올려보냈던것이다.

장문휴가 봉물짐을 그 주인들인 백성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조정에 고스란히 올려보낸것은 봉물욕심에 밸통이 터질 대신들이 쇠달이네의 귀순을 방해할것 같아 그리한것이였다.

이를 알리없는 리오구는 두눈에 살기가 차서 심복부하들을 노려보았다.

《야 이것들아, 내 덕에 잘살게 되였으면 이런 때 응당 은혜갚음이 있어야 할게 아니냐. 그 노루장가놈을 제물로 바칠 무슨 뾰족한 수가 없단 말이냐. 엉?》

메기수염을 어루쓸던 하욕중이 히죽 웃더니 우거지상의 리오구를 쳐다보았다.

《도독어른, 남의 손을 빌어 내 원쑤를 갚는다더니… 이 세상엔 도독어른을 한몸 내대고 돕는 사람들이 있소이다. 며칠전 장문휴 그놈을 죽이려고 달려들었던 자객들이 그만 둘은 죽고 한사람은 도망쳤다던데 그들이 그것으로 끝을 보자고는 안할것이오이다.》

그 말에 가시눈이 되였던 리오구가 흉물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도 어제 시종을 통해서 그 소문을 들었던것이다.

《그놈이 뒈졌어야 하는건데… 아쉽다. 헌데 그놈을 죽이려 했던 사람들이 누구들이겠는가?》

리오구의 질문에 하욕중이 대꾸했다.

《똑똑히는 알수 없지만 소인 생각엔 장문휴 그놈때문에 관가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소행같소이다.》

배대식도 한마디 놓치지 않았다.

《소인 생각도 같소이다. 도독어른때에 부자가 된 관리들이 그놈때문에 밥통을 떼웠으니 가만있겠다고 하겠소이까. 원한을 크게 사면 반드시 화를 당한다고 장가 그놈의 숨통이 어느때건 끊어질것이오이다.》

흉물스럽게 웃던 리오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남의 팔매에 밤을 주을수는 있어도 가만히 팔짱이나 끼고있어서는 아무것도 얻을수 없다. 자객은 자객이고 우린 우리다. 난 한시라도 그놈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못살겠으니 어서 수를 내란 말이다.》

《도독어른, 여럿이 달라붙어 씌우는 루명에는 현자도 빠지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소이까?》

하욕중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시뻘겋게 충혈된 두눈을 꺼벅이던 리오구가 꽥 소리를 질렀다.

《야 이놈아, 여기가 뭐 혀놀리는 재간이나 피우라는 마실방인줄 알아?》

하건만 하욕총은 히죽거리며 늦장을 부렸다.

《도독어른, 너무 다몰지 마소이다. 그동안 소인도 자지 않고있었소이다. 이제 노루장가 그놈이 도독어른과 보짐을 바꿔지게 할수가 있소이다.》

《그게 뭔데, 엉?》

감질난 놈처럼 침을 꿀꺽 삼키며 재촉하는 리오구에게 하욕중이 우쭐거렸다.

《노루장가 그놈이 제 죽을 함정 하나는 착실히 잘 파놓았소이다. 그게 뭔고하니 그놈이 귀순시킨 초적이 아니겠소이까. 초적이 지금 나라의 군사로 둔갑해서 변방에 진을 치고있는데 그놈들이 장문휴를 업고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소문을 내돌려놓고 조정에 고변한다면 어찌되겠소이까? 그래 그놈이 거기서 빠져나갈것 같소이까? 어림도 없소이다. 설사 빠져나간다고 해도 파직에 정배살이를 면할수 없을것이오이다.》

그 말이 그럴듯해서 리오구는 닭알침을 삼키였다.

이번에는 배대식이 하욕중에게 뒤질세라 그의 말꼬리를 이었다.

《바로 그 수가 땅수인줄 아오이다. 지금 장문휴 그놈때문에 숱한 관속들이 밥통을 떼우고 가시눈이 되였소이다.

이런 때 우리가 그놈이 룡좌를 넘보며 민심을 모으고 반란을 꾸민다는 소문을 내돌리면 그 사람들의 입이 모두 그놈을 씹겠는데 한두입이라고 어찌 조정에서 그 말을 믿지 않을수 있겠소이까.

그리고 말잘하는 사람 한명을 매수하여 가지고 그가 귀순한 초적들로 하여금 궁지에 빠진 장가를 위해서 들고일어나게 부추긴다면 이런게 반란이지 별게 반란이겠소이까.》

하욕중이고 배대식이고 이 두놈이 다 남을 모함하는데는 이골이 난 놈들이라 이쯤 흉계를 꾸미는것쯤은 식은죽먹기였다.

그제서야 오만상이던 리오구의 낯판이 다림질을 한듯 쭉 펴이고 화기가 돌았다.

죽을수가 생기면 살수도 생긴다더니… 이렇게 하면 장문휴 그놈이 함거에 실려가 목없는 귀신이 될게고 난 역모를 밝혀낸 공신으로서 더큰 벼슬이 차례질것이 아닌가.

나에겐 아직 든든한 뒤가 있다. 대내상으로도 될수 있는 임금님의 외삼촌이 나를 편들어주고있다.…

사실 무능하고 탐욕스럽다는 판결을 받고 파직된 리오구가 겨울이 사나운 머나먼 북방으로 정배를 가지 않은것은 다 임아의 뒤배가 있었기때문이였다.

임아가 뒤를 막아준 덕에 귀양도 면하고 제 살던 집을 그대로 쓰고 살면서 호강을 누리는것이였다.

재물욕이 땅두께같은 임아를 업고있기에 리오구가 감히 장문휴를 어째보자고 용을 써대는것이다.

먹은 소 기운 쓴다고 암, 임아어른이 나를 위해 뛰지 않을수야 없지.

리오구에게 남달리 비상한 재주가 있다면 그것은 줄타기의 능수라는것이였다.

출세의 길을 크게 열자면 어떤데를 뚫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있는 리오구이기에 주자감을 마치는 그길로 돈자루를 차고 임아를 찾아갔던것이다.

이렇게 벼슬길을 연 리오구는 권세를 휘둘러 악착스레 긁어들인 재물의 절반은 꼭꼭 임아에게 진상하군 하였다.

그 맛에 리오구를 총애하게 된 임아는 금은보화가 더 많은 안원부의 주인으로 그를 천거했던것이다.

안원부에서라면 그가 누구이든 살릴수도 죽일수도 있는 제일 큰 권세를 차지한 리오구는 마구 긁어들인 재물의 절반을 뚝 떼여내서 설날이나 추석날, 생일날들에 봉물짐을 크게 꾸려 그에게 보내주었다.

그런 진상물에 살이 진 임아로서는 그 좋은 재물길을 잃으려고는 안할것이였다.

그러했기에 임아는 전달에 장문휴에게 도독의 자리를 내준것을 억울해하지 말고 좋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라는 밀서까지 내려보낸것이였다. ·

그 밀서에서 임아는 장문휴는 흑수정벌로 하여 일어날수 있는 전란때문에 내려보낸것이니 이 고비만 지나면 기껏 한해만에 동모산으로 불러들일것이고 그때 자기가 힘을 써서 다시 안원부의 주인으로 세워주겠노라 약속하였다.

허나 기다려야 하는 그 한해라는 세월이 여삼추처럼 지독하게 길어보이는 리오구였다.

리오구는 당장 큰일을 칠듯 윽윽대는 심복부하들에게 일렀다.

《생각같아서는 이길로 달려가 장문휴 그놈의 숨통을 끊어놓고싶네만… 따져보니 지금 당장 그놈의 목에 올가미를 던질 때가 아직은 아닌것 같아.

당나라로 도망쳐간 문예 그놈때문에 두 나라간의 불화가 더 크게 번져지게 되였으니 조정에서 너희들의 얕은 수에 넘어가 장가놈의 목을 치자고는 안할게다.

너희들 토끼를 다 잡으면 토끼사냥을 하던 사냥개가 국가마에 들어간다는 말 알지?》

그 말에 부하들이 입을 하 벌리였다.

이 하나를 통해서도 리오구야말로 큰놈을 업는 재간도 좋지만 좋은 기회를 엿볼줄 아는 재간도 이만저만 아님을 느끼는 그들이였다.

《이제 두 나라간의 사이가 펴일 때 올가미를 씌워야 장가놈을 죽일수 있다. 나는 땅에 내려와있고 그놈은 나무꼭대기에 올라가있은즉 나무를 흔들면 어찌 그놈이 무사할수 있겠느냐.

그러니 너희들은 그동안 장가놈에게 씌울수 있는 굵직한 올가미를 만들어야 하겠다.》

부하들의 눈에도 살기가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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