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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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휴는 사색이 된 군사들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줄 생각으로 껄껄 웃었다.

《이런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니 너무 마음들을 쓰지 말라. 감히 이따위짓을 하려는 놈들이 어리석다. 보내는족족 자객들은 이놈들처럼 될것이다.》

그 말에 기운을 얻은 애숭이군사가 장문휴에게 아뢰였다.

《도독어른, 단매에 이놈들의 명줄을 끊어버린 그 솜씨를 저희들에게도 배워주사이다.》

《그 솜씨를 배워달라?…》

또 한바탕 웃고난 장문휴가 애숭이군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수박희만큼 갈래도 많고 복잡한 무술은 없을게다. 배워주는 사람마다 그 비법이 다르고 또 그것을 배우는 사람마다 제나름대로 특기를 부리려 하기때문이다.

내가 익힌 수법이 똑 제일은 아니지만 너희들이 바란다면 래일 아침부터 배워주마.》

이튿날 동트는 새벽에 마당에 나선 장문휴는 수십명의 호위군사들앞에서 두다리를 크게 벌려짚었다.

그리고 큰소리로 웨쳤다.

《다들 똑똑히 보아라.》

이어 한발을 들어 긴 창으로 후려치듯 허공을 찌르는데 그 빠르기란 꿩을 쫓아 하늘에서 내리꽂는 매와도 같고 그 박력은 아름드리나무도 넘어뜨릴만 하였다.

량쪽발을 번갈아가며 허공을 찌르더니 이번에는 그의 두주먹이 앞뒤좌우의 허공을 썰기 시작했다.

언듯번듯하며 바람소리를 일으키는 그의 주먹에 허공이 짓이겨 무너져내리는듯 하였다.

이렇듯 잽싼 주먹솜씨이면 비발도 막아낼것이였다.

주먹과 발로 허공을 촘촘히 썰던 장문휴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거처한 집의 추녀보다 더 높이 떠오른 장문휴가 두발과 두주먹으로 동시에 여러곳을 찔렀다.

그다음 새처럼 가벼이 땅우에 내려서는데 육중하고 장대한 몸이라고는 도저히 느껴지지 않았다.

땅에 두발을 벌려선 장문휴는 황홀한 눈길로 자기를 쳐다보는 군사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배워주겠다.

이에 앞서 알아야 할것은 우리의 수박희가 오랜 력사를 가지고있다는것이다.

옛책에 씌여있기를 처음 우리의 수박희를 명실공히 무술이라 할수 있도록 훌륭하게 다듬어낸분은 치우장군이라 하였다.

치우장군은 박달임금을 군력으로 도와 건국에 기여한 공신이다.

치우장군에 의해 마련된 우리의 수박희를 보다 위력하게 일신시킨 사람은 고구려의 명장 부분노장군이다.

부분노장군은 동명성제를 크게 도운 고구려의 건국공신이다.

부분노장군에 의해 위력한 무술로 진보된 우리의 수박희는 을지문덕, 연개소문과 같은 명장들에 의해 오늘로 이어졌다.》

숨을 죽이고 귀를 강구는 군사들을 둘러보며 장문휴는 이들뿐아니라 휘하의 모든 군사들에게도 수박희를 장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 군사가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소인이 듣건대 우리의 수박희는 크게 열두개의 수법이 있고 그 수법마다에 스물네개의 큰 동작 그리고 큰 동작들에 또 서른개의 작은 동작들이 있다는데 어이하여 열둘, 스물넷, 서른으로 만들었소이까?》

느슨한 미소를 머금은 장문휴는 하늘을 가리켰다.

《그건 말이다. 한해가 열두달이고 스물네절기로 그리고 한달이 삼십일로 되여있기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수박희에는 이 세상을 품고있다고 할수 있다. 이 세상을 품었다는것은 사람들을 해치는 그 모든 악을 능히 짓부셔버릴수 있는 큰 힘을 지녔다는 뜻이다.

이걸 알아야 수박희를 바로 배울수 있으며 또 그것으로 나라와 겨레를 지킬수 있다.》

이번에는 다른 군사가 물었다.

《일찌기 도독어른께서 한주먹으로 곰의 골통을 박살냈다던데 그게 사실이오이까?

장문휴는 좋은 감회를 불러다준 그 군사를 정겨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어찌 그때 일을 잊을수 있단 말인가.

장문휴가 곰을 때려잡은것은 당시 태자이던 황상을 따라 불녈땅을 원정했던 한창때였다.

반란을 일으켰던 말갈추장과 자웅을 겨루어 버인 자랑을 안고 귀로에 오른 어느날 함께 종군했던 늙은 군졸이 허리병때문에 자리에 눕게 되였다.

휘하의 군졸인 그를 외진 마을에 두고갈수 없기에 장문휴는 허리병에 특효인 곰열을 얻으려고 나섰다.

하루종일 깊은 산을 뒤지였더니 마침내 황소만큼 큰 곰이 나타났다.

장문휴는 너무 좋아 환성을 지르며 그놈의 가슴에 창을 내질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분명 가슴에 창을 받은 곰은 끄떡하지 않았다. 끄떡하지 않았을뿐아니라 가슴에 받은 창을 내리치는 바람에 장문휴는 빈손이 되고말았다.

성난 곰이 앞발을 쳐들고 달려드는 그 위급한 찰나 비호같이 몸을 날린 장문휴는 곁에 선 큰 나무를 걷어차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나는듯이 곰의 등에 올라타서는 한손으로 그놈의 목을 그러안았다. 그와 함께 그의 오른주먹이 연방 곰의 골통으로 날아들었다.

바위도 깨칠만큼 드세게 다져진 그의 된주먹에 곰은 골안이 떠나갈듯 굉장한 비명을 지르더니 끝내는 밑둥잘린 나무처럼 넘어졌다.

이로써 장문휴는 맨주먹으로 큰 곰을 잡은 장사라고 이름을 날린것이였다.

《그렇네. 내가 황소만큼 큰 곰을 주먹으로 때려잡을수 있은것은 평소에 수박희를 게을리하지 않았기때문이네. 그리고 나에게 수박희를 처음으로 가르쳐준 스승은 아버지였네.》

장문휴가 걸음마를 떼자 그의 아버지는 수박희의 묘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의 가문은 고구려시기에 보다 진보되였다는 손발쓰기의 특기를 대대손손 전해오고있었다.

그 비법대로 수박희를 배운 아버지가 장문휴에게도 그것을 가르친것이였다.

그후 반안왕을 알게 되면서 대씨가문에 전해오는 수박희의 특기를 더 배울수 있었다. 대씨가문의 특기는 장씨가문의것보다 썩 후에 나온것으로서 새로운 동작들이 첨부되여있었다.

결국 아버지와 반안왕이 장문휴의 스승으로 된것이였다.

장문휴는 군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수박희는 배워도 되고 배우지 않아도 되는 그런 무술이 아니다.

고구려의 군사들치고 수박희의 명수가 아닌 사람이 없었다는것은 바로 이걸 똑똑히 배워야 보다 용맹해질수 있으며 다른 무술에도 능해질수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그대들도 수박희를 모르는바는 아니겠지만 새로 배운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군사들에게 한동작씩 따라하게 하는 장문휴의 마음은 즐거웠다.

이제 전군이 이것을 익혀가지고 펄펄 나는 싸움군이 된다면 진정 천하무적이라 할것인즉 그때는 천하에 더는 발해군사와 맞설자 없을것이니 온 나라가 발편잠을 자게 될것이였다.

수박희의 일과를 마치고 처소에 들어선 장문휴는 물오리구이가 한상 가득한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하였다.

이게 다 간밤에 마을사람들이 떨쳐나 잡은것임을 알고있는 장문휴는 선뜻 수저를 들수 없었다.

그럼 발해건국과 더불어 다시 일떠선 마을에 도독과 같은 큰 벼슬아치가 처음으로 찾아온 그때문에 차린것인가? 아니다.

이는 나라방비에 절실한 강쇠가 걱정되여 찾아온 그 마음을 높이 사주었기때문일것이다.

마을사람들의 성의가 깃든 물오리구이로 배를 불린 장문휴는 즐거운 기분으로 철소를 돌아보았다.

생각했던것보다 철소의 일이 잘되여가고있었다.

몇달사이에 수만근의 강쇠를 뽑아 관가에 바치고도 요즘 열흘동안에 서너대의 마차에 실을만 한 강쇠를 또 뽑아냈던것이다.

다른 철소들에서도 고철골에서처럼 애쓴다면 나라가 강쇠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것이였다.

장문휴에게 마을사람들이 청한것은 관가에서 숯이 딸리지 않게 대여줄것과 식량과 소금이였다. 숯과 소금은 념려할것이 없었지만 식량만은 자신이 없었다.

나라의 법대로 받아들인 조세로는 관리들에게 록을 주고 나라에 바치고 전시의 식량으로 저축하며 춘궁기에 백성들에게 꿔줄 농량을 떼고나면 별로 남을것이 없었다.

본래 철소의 식량은 관가에서 내주게 되여있었다.

허나 그것은 빈 문서뿐이고 벌써 여러해나 쇠만 걷어갔지 식량을 준적 없었다.

장문휴가 해결책을 찾지 못해 얼굴이 붉어지자 온태곤의 아버지가 묘책을 내놓았다.

사실 철소의 사람들이 살아갈수 있은것은 땅을 개간하여 농사를 지었기때문이였다.

이전에는 철소에서 농사를 짓지 말고 나라에서 주는 식량을 받도록 되여있었다.

허나 식량을 주지 않으니 농사를 지을수밖에 없었던것이다.

해마다 철소에서 관가에다 쇠는 바치겠으니 땅을 개간하도록 허락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쇠쟁이들은 농사를 지을수 없다며 들어주지 않았다는것이다.

장문휴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미전에 나온 법이래도 오늘날 맞지 않으면 뜯어고칠수 있는것이 아닌가.

철소에서 저희가 먹을 식량을 자체로 농사를 지어 해결하면서도 쇠를 뽑아바친다면 이거야말로 나라에 리득이라 할수 있었다.

《조정에 상주를 하면 농사를 지어먹도록 허락해줄것이요.》

장문휴의 말에 고철골사람들은 경사가 났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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