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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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해의 첫눈이 내리고있었다. 산과 강, 들이 온통 흰구름에 묻힌듯 하얀 단장을 하니 그것도 볼만 했다.

날밝기 전에 깨여 일어난 장문휴는 하루도 번지지 않는 수박희로 몸을 달구고서야 밥상을 마주했다.

밥상을 물리기 바쁘게 전복차림을 한 장문휴는 수십명의 호위군사를 거느리고 영을 나섰다.

영에는 문무에 밝은 부도독 왕종군을 남겨두었으니 여러날 나가 살아도 꿰질 일이 없을것이였다.

지방군까지 통솔하는 발해의 부들에서 도독이 정사를 보는 관청이 곧 영이였다.

영에서 도독은 백성들과 군사를 다스리는 일을 다같이 하였다.

뿌드득- 뿌드득-

말발굽에 숫눈이 다져지는 소리가 장문휴의 기분을 돋구었다.

마치도 그 소리가 외적과의 소리없는 대결전에서 이겼다고 웨쳐대는 소리로 들려오기때문이였다.

안원부도독으로서 이 몇달은 지금껏 맛보지 못했던 쾌승의 자부감을 안겨준 나날이라 할수 있었다.

강심을 먹고 군사와 백성의 힘을 한데 모으면 나라방비가 끄떡없다는걸 이번에 처음으로 체험한 장문휴였다.

어전회의에서 흑수말갈을 원정하는 문제를 가지고 의논할 때 당나라가 달려들지 못한다고 장담한 사람이 있었던가.

그때 임아만이 당나라를 우습게 여기면서 그것들이 감히 우리에게 접어들지 못한다고 흰소리를 쳤는데 그건 똑똑한 주견이 있어서보다 이곳으로 경군을 들이밀자고 하는 나를 미워하여 무턱대고 그래본것이다.

그때는 모두가 당나라가 전란을 일으킬것이라고 우려했었다.

그러했기에 안원부뿐아니라 남쪽의 고려후국에서도 북쪽의 부여부 그리고 온 나라가 외적을 쳐부시려 손에서 병쟁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이런 나라를 어느 외적이 당할수 있단 말인가.

그러했기에 오만한 당나라가 단 한명의 군사도 이 땅에 들이밀지 못한것이리라.

이제부터는 겨울이다.

발해의 겨울에는 박달나무마저 얼어서 갈라터진다. 험산들에서는 무시무시한 눈사태들이 일고 도처에서 굶주린 이리떼가 사납게 날친다.

강추위와 맹수들이 울부짖는 이 나라의 겨울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수나라도 당나라도 삼동에만은 감히 전란을 일으키지 못했겠는가.…

이런 생각에 장문휴는 만족한 눈길로 눈덮힌 산발을 둘러보았다.

《그래, 우리만이 우리의 겨울을 좋아하지.》하고 입속으로 뇌이며 장문휴는 미소를 지었다.

기세를 숙일줄 모르고 쏟아지는 함박눈이 그의 머리에도 어깨에도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그것을 털 생각을 잊은 장문휴가 이번에는 적의어린 눈길로 앞을 바라보았다.

설사 외적이 생눈길을 무릅쓰고 천만대적으로 달려든대도 두려울게 없다고 생각되였다.

한달전 경군은 비록 퇴군했어도 정예화된 안원부군이 엄한 기강으로 군진들에 버티고섰으니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조정에서는 당나라가 발해와 싸우지 않기로 결정했다는것도 여러면에서 확증되고 그보다는 흑수정벌을 뜻대로 이룬데다 안원부의 지방군이 제 사명을 감당해낼수 있기에 주동적으로 경군을 철수시킨것이였다.

경군의 할바가 동모산을 수비하면서 변방이나 고을들에서 일어나는 불의의 사태를 평정하는것이니 철수해간것은 응당했다.

나라방비를 물샐틈없이 이룩하는데서 장문휴가 자부하는 한가지 일은 황상의 윤허를 받아 쇠달이네 초적을 나라의 군사로 돌려놓은것이였다.

말썽많던 어제날의 초적들이 오늘은 정예를 뽐내며 나라방비의 전렬에 서있다.

나라에서는 그들 수백명에게 료수건너의 최변방의 군진을 맡기였다.

물론 그들의 진장으로는 쇠달이 천거되였다.

나라방비와 더불어 민심도 어지간히 바로잡았다고 볼수 있다.

왕종군의 도움으로 탐욕스러운 관리들을 적지 않게 갈아치웠으니 어찌 민심이 좋아지지 않겠는가.

안원부의 민심이 어이하여 기울어졌던가. 그것은 이전 도독 리오구가 무능하고 지내 탐욕을 부렸기때문이다.

나라법을 지켜가자면 관리들이 국록으로만 살아야 한다.

허나 리오구는 우로는 진상으로 자리지킴을 하려 했고 아래로는 매관매직으로 탐관오리들을 가득 길렀기에 민심을 등질수밖에 없었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것은 역적 문예놈이 아직 적국에 살아있는 그것이였다.

줄곧 사방을 경계하던 군교 온태곤이 장문휴에게 아뢰였다.

《도독어른, 저기 뒤에서 말을 급히 몰아오는 사람이 호력이 같소이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니 과연 쏜살같이 말을 몰아오는 군사가 있는데 호력이였다.

장문휴는 말을 멈춰세웠다.

무슨 일일가?!…

요즘 독감으로 고생하던 호력이였다. 그래서 떼여놓고 길을 나선것이였다.

인차 따라온 호력이 공문서가 든 가죽주머니를 내밀었다.

《방금 온것인데 방울이 세개씩이나…》

가쁜숨때문에 미처 말끝을 맺지 못하는 호력이한테서 가죽주머니를 받아든 장문휴는 가슴이 울렁거렸다.

무슨 소식일가?…

공문서를 꺼내보니 반안왕이 직접 쓴 글이였다.

글줄을 더듬던 장문휴는 환성을 질렀다.

《아!- 경사가 났구나. 경사가 났어. 흑수말갈을 평정한 우리 군사가 동모산으로 돌아왔다고 하는구나.》

그 말에 군사들도 환성을 질렀다.

다시금 글줄을 더듬으며 장문휴가 소리쳤다.

《우리 군사가 반란무리가 둥지를 틀었던 흑수주도독부란걸 짓뭉개버렸더니 그제서야 제정신이 든 말갈사람들이 무릎걸음으로 기여와 오로지 우리 황상만을 섬기겠노라고 울며불며 다짐했다는거다.

그것들의 항복을 받아들인 원정군은 북방의 강토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우리의 강토이고 그 땅에 사는 백성들도 모두 발해의 백성임을 다시한번 만천하에 알렸다니 과시 장한 일이로다.》

군사들은 서로 손을 부여잡고 기뻐하였다.

기쁨속에 북녘하늘을 바라보는 장문휴에게는 북방의 광활한 강토가 한눈에 보이는것만 같았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북방의 우리 강토이다.

그 강토는 북쪽의 바다로 흘러드는 발해의 제일장강 흑수가 안고있는 땅에서 끝나는것이 아니다. 흑수너머의 수천리강토도 우리 발해의것이다.

그 땅은 정녕 쓸모가 있는 땅이다.

문예따위의 눈에는 그 땅이 사람 못살 불모지로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기름진 땅으로 보인다. 밭으로 개간할 땅이 너무도 넓어서 수수천년 지나도 끝이 나지 않을것이다.

끝이 없는 밀림의 땅속에서는 금은보화가 난다.

앞으로 인구가 불어날것은 자명한 리치인바 우리의 후손들이 그 땅의 덕을 크게 볼것이다.…

광활한 북방을 그려보며 장문휴는 말했다.

《그대들이 알아야 할것은 이번 흑수정벌을 통해서 우리는 북방의 강토를 크게 다졌을뿐아니라 내 나라를 건드리려 하는 외적은 작은 무리이든 큰 나라이든 절대로 용서치 않는다는것을 보여준것이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 더 큰 싸움을 해야 한다.

내가 왜 생눈길을 차며 이 길에 나섰는가를 알아야 한다. 나는 이번 길에 병쟁기를 꽝꽝 벼려내게 하자는거다. 군량과 함께 병쟁기만 넉넉하면 그 어떤 대적도 쳐이길수 있다.》

안원부의 도처에는 쇠돌이 나고 그곳들에는 쇠돌을 녹여 강쇠를 뽑아내는 철소가 있었다.

그래서 도독영에 려장을 푼 그날로 철소들에 쇠를 많이 내라는 공문서를 내려보냈던 장문휴였다.

그는 이번 걸음에 철소들을 직접 돌아보면서 쇠를 더 많이 뽑도록 박차를 가할 결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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