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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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당나라의 장안에서도 대지를 달구어대던 지겨운 더위가 기세를 숙이고있었다.

선기가 나자 한결 건강이 좋아진 발해태자 계루왕은 고국을 해치려드는 당나라의 음모를 밝혀내는 일에 여전히 전력을 다하고있었다.

아직은 안동도호로 부임하라는 령을 받지 못해 장안에 그냥 머무르고있는 영왕이며 사람들과 교제한 끝에 이네들의 형편을 적지 않게 알아내였다.

그중 통쾌하게 가슴을 치는것은 이네들이 발해군이 흑수정벌을 개시했다는것을 알고 발해로 쳐들어갈것인가 말것인가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던 끝에 아직은 싸우는것이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그것이였다.

그것은 돌궐이나 거란과 같은 이웃종족들과의 분쟁이 보다 격화된 때문만도 아니였다.

바로 지금의 군력으로는 발해와 맞섰댔자 승산이 없다고 타산한 그때문이라는것이였다.

사실 당나라가 백만대군을 가지고있다는것은 빈말이고 그 절반의 병력도 되나마나한데 그마저 지칠대로 지친데다 고삭아 허물어져내리는 나무울바자마냥 기강이 말이 아니였다.

이런 군사로 발해를 건드렸다가는 도리여 제땅이 전장터로 되여버릴수 있기에 군력을 키울 때까지 혀를 깨물고 참기로 한 그들이였다.

이것을 허투로 믿을수 없어 여기저기에 선을 놓아 알아보았더니 발해쪽으로 움직이는 당나라군을 찾아볼수 없었다.

드디여 당나라가 발해와 지금 당장은 싸우려 하지 않는다는것을 확신한 계루왕은 오늘 신새벽 고국으로 이 소식을 가진 사람을 떠나보냈던것이다.

황상의 근심을 덜어드릴수 있는 소식을 고국에 보냈다고 생각해서인지 계루왕은 맥이 탁 풀리여 눕고싶었다.

에라, 오늘 하루는 푹 쉬자, 이런 생각으로 침상에 누우려는데 대문밖에서 갑자기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문지기가 다급히 달려와 아뢰이는것이였다.

《전하, 고국에서 삼촌께서 찾아오셨소이다.》

방문밖에서 아뢰이는 문지기의 말에 계루왕은 침상에서 일어섰다.

《누구라구?》

《전하의 삼촌이라 하오이다.》

《그게 사실인가?》

깜짝 놀란 계루왕이 방문을 열고나서니 낯선 사람들이 뜨락으로 들어오고있었다.

뜨락에 들어선 낯선 사람들이 량쪽으로 벌려섰다.

그가운데로 벌쭉벌쭉 웃으며 들어오는 사람이 과연 삼촌 문예였다.

그를 보는 순간 계루왕의 두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삼촌!》

아버지를 뵙는듯 한 감격에 버선발로 뛰쳐나간 계루왕은 와락 문예의 품에 안기였다.

그의 두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정말 그리웠소이다. 황상께옵선 옥체만강하시오이까?》

눈물이 나는지 문예도 눈굽을 닦으며 코메인 소리로 입을 열었다.

《옥체만강하시구말구. 어머님도 별일없다. 태자비도 동생들도 다 일없고… 이곳에 온지도 며칠 되였는데 오늘에야 찾아와서 안됐다.

그래, 몸은 어떠하냐?》

계루왕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요즘은 좀 괜찮아지고있소이다. 그런데 여길 어떻게 오셨소이까. 아, 사신으로 오셨겠지요?》

문예는 멋적게 웃으며 량옆으로 둘러선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들이 나와 함께 사신으로 왔다.》

그 말에 계루왕은 미더운 눈길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사실 그들은 문예의 심복졸개들로서 고국을 저버리고 그를 따라온 역적들이였다.

그것들이 역적인줄 꿈에도 알리없는 계루왕은 문예를 방으로 이끌었다.

계루왕의 방에서 푹신한 방석을 차지한 문예는 낯뜨거운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난 우리 나라를 넘보지 않겠다면 화친을 두터이할수 있다는 국서를 이 나라 조정에 전하자고 왔다. 그걸 먼저 전하느라 여길 늦게 왔구나.》

거짓말을 서슴없이 뇌까렸지만 문예의 속은 떨리고있었다.

심복졸개 몇을 데리고 고국을 빠져나온 문예는 며칠전에야 장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십여년세월 살아본 장안이라 사람이고 거리이고 환한 문예는 곧장 이 나라 궁성문을 두드렸다.

발해황상의 맏동생이 도망쳐나왔다고 하니 이 나라 임금의 입이 터진 팥자루같아졌다.

문예를 혈육이런듯 대단히 반가웁게 맞아준 리륭기는 제 사는 가까이에 처소도 잡아주고 승상을 불러서는 그의 거처지가 드러나지 않도록 엄하게 경계하라는 령도 내리였다.

뿐더러 문예에게는 숙위로 와있는 발해태자도 귀순시키라는 분부를 하였다.

고국에 용서받지 못할 큰죄를 짓고 도망쳐온 문예로서는 싫든좋든 그의 분부를 따를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 내키지 않았지만 계루왕을 찾아온것이였다.

《삼촌, 소문에 고국에서 흑수정벌과 함께 안원부의 변방에도 대군을 들이밀었다는데 그 군장들로는 누구를 봉했소이까?》

문예는 바늘에 손을 찔린듯 흠칫했다.

벌써 이 나라에까지 나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게 아닐가?!

도적이 제발을 저려한다고 기겁했던 문예는 곧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아직은 일없어. 고국에서도 당분간은 내가 이쪽으로 뛴것을 묻어둘게다. 군심에도 민심에도 좋지 않겠으니까…

뿐더러 조정에서 그 일을 남몰래 태자에게 전한다 해도 벌써 올리는 만무하다.

그걸 알았다면 태자가 나를 부모처럼 맞아줄리 있는가.

《공연히 놀랐다니.》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린 문예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고국의 일이 궁금하겠지. 흑수정벌은 반안왕이 그리고 안원부도독으로는 장문휴가 되여 대군을 거느리고 나갔다.》

계루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큰아버지(대일하)라면 흑수정벌은 념려할것이 없고 또 장문휴에게 서쪽대문을 맡기였으니 황상마마는 참 현명하시오이다.》

문예는 그냥 거짓말을 꺼리지 않았다.

《내 처소에서 급히 오다나니 깜빡 잊은게 있다. 형수님께서 산삼과 곰열 그리고 금붙이도 좀 보내셨다.》

그 말에 계루왕은 눈물속에 바래워주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을 지었다.

눈물을 짓는 계루왕을 바라보는 문예는 등이 달아올랐다.

어떻게 해야 태자를 귀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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