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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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얼마쯤 가니 또 골안이 나지고 거기에 여러채의 초막이 있었다.

말없이 이끌기만 하는 쇠달이를 따라 어느 한 초막에 들어선 장문휴는 어리둥절하였다.

꽤 넓은 방안에 멋진 부담농들이 꽉 차있기때문이였다.

이런 부담농들이 값진 물건을 담아나르는것임을 잘 아는 장문휴에게 번개같이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이것들이 혹시 지난해 도적들에게 털리웠다는 그 봉물짐이 아닐가?!…

쇠달이 한번의 손놀림으로 부담농을 열어보이는데 그안에 금붙이가 가득하였다.

쇠달이 부담농들을 가리켰다.

《도독어른도 지난해 리오구놈의 봉물짐이 털리웠다는것을 알것이오이다. 이것들이 바로 리오구놈이 도적같은 고관대작들에게 올려보내려했던 봉물짐이오이다. 내가 빼앗았소이다. 이걸 안아온 우리를 그래 도독어른이 지켜줄수 있기에 귀순하라는것이오이까?》

장문휴는 한순간 머리를 저었다.

이 봉물짐을 앗아낸 사람이라면 열두번 죽음을 당해야 할것이다.

이것때문에 여러번이나 군사를 파했던 조정이 어찌 살려주자고 하겠는가.

쇠달이의 침울한 목소리가 초막을 울리였다.

《우리도 당나라가 어떻게 못된짓을 하고있다는걸 알고있소이다. 소문에 나라에서 흑수말갈을 정벌하려 대군을 파했고 이것을 구실로 당나라가 전란을 일으킬수도 있다던데…

전란이 일어날수도 있는 이때 우리라고 어찌 사사로운 원한풀이나 하려들겠소이까. 나라가 있고야 우리같은 사람도 있는데… 그래서 우린 이런 생각을 했소이다. 당나라가 쳐들어오기 전에 귀순을 하고 나라의 군사가 되여 전장으로 나가는것이 떳떳한 도리라고 말이오이다. 그런데 이 봉물짐이 우리의 발목을…》

쇠달은 장문휴에게 왕종군을 가리켜보였다.

《그래서 우린 이 사람을 찾아가 의논하려했소이다. 이 사람이 새로 부임된 도독어른의 총애를 받고있다는데 우리의 귀순을 받아들이게 하자고 말이오이다.》

멍하니 봉물짐을 굽어보던 장문휴는 고개를 쳐들었다.

이 봉물짐때문에 돌아선다면 이들을 영영 잃게 될뿐더러 부를 소란케 구는 초적을 끝장내지 못할것이다.

당초에 이들을 귀순시키려한것은 군사도 얻고 그와 더불어 나라의 말썽거리를 없애치우자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따위 봉물짐이 앞을 막을줄이야…

장문휴는 부담농우에 걸터앉았다.

가만, 이렇게 보면 어떨가. 이 봉물짐안의 재물은 모두 국법을 어기고 백성들에게서 빼앗아들인것이니 이걸 조정에 바친다면?!…

바로 그게 옳은 수이다. 나라법대로만 처리한다면 아무리 봉물짐이라고 한들 누구도 어쩌지 못할것이다.

벌떡 일어선 장문휴는 쇠달의 묵직한 손을 움켜쥐였다.

《나라가 그대들모두를 지켜줄거요. 그대들이 군사가 되여 나라를 지키겠다 하는데 누가 해친단 말이요?》

쇠달이 빈독을 울리는듯 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걸 정녕 장담할수 있겠소이까?》

허리에서 장검을 끌러낸 장문휴는 그것을 쇠달이에게 내밀었다.

《이걸 받게. 이 칼은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집 가보일세. 후날 내가 빈말을 했다면 이 칼로 내 목을 치게.》

장검을 받아든 쇠달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소인은 일찌기 도독어른이 어떤 의로운 사람인지 알았기에 귀순하려 한것이였소이다.》

그 말에 왕종군이 기뻐하며 물었다.

《그럼 두령은 벌써 도독어른을 알고있었단 말이요?》

장문휴를 쳐다보는 쇠달의 두눈에 감격이 넘쳐있었다.

《도독어른이 소인을 잘 모른대도 소인은 도독어른을 알아도 잘 아오이다. 첫눈에 벌써 알아보았소이다.

스무해전 소인도 불녈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말갈을 평정하는 싸움에 군졸로 참가했댔소이다. 그때 군교이던 도독어른이 적장의 목을 버이지 않았소이까. 도독어른이 적장과 승부를 겨룰 때 소인은 어른에게 달려들던 적들과 싸웠소이다.》

장문휴는 그제야 생각이 나서 철썩 쇠달이의 어깨를 쳤다.

《아, <쌍수검쟁이>!》

《그렇소이다. 소인이 그때 <쌍수검쟁이>란 별명이 붙었던 군졸이오이다.》

쇠달이에게는 남달리 량손에 칼을 쥐고 춤을  잘 추는 재간이 있었다.

그가 량손에 든 장검을 휘두르며 춤을 출 때면 한다하는 무사들까지 혀를 차며 감탄하였다.

그때문에 군졸시절 《쌍수검쟁이》라 불리운 쇠달이였다.

그때 장문휴가 맞다들렸던 적장은 검술이 어찌나도 변화무쌍한지 무려 백여합을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칼을 휘둘러 싸우는데 여려명의 적들이 적장을 구원하러 달려왔다.

때마침 나타난 쇠달이 그놈들을 막아나섰기에 장문휴가 끝끝내 적장의 목을 버일수 있었던것이다.

장문휴가 적장을 죽인 공으로 출세를 하였다면 쇠달이는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하였다.

장문휴로서는 전장의 은인을 만난것이 기이한 상봉이 아닐수 없었다.

《이 사람, 쇠달이!》

《도독어른…》

쇠달이의 손을 부여잡은 장문휴에게 새롭게 깨달아지는것이 있었다.

내 지금껏 백성들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는것이 많았구나. 시키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게 백성인가 했는데 이들속에도 스스로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그 나라를 위해 자기를 바치려 하는 사람이 있구나.…

이런 백성을 거느리고 무슨 일인들 못해내랴!

장문휴는 오래도록 쇠달이의 손을 놓을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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