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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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왕종군은 늘 탁자우에 펼쳐져있는 지도에서 쇠달이의 거처지를 가리켰다.

《바로 여기 이 산골짜기에 초적이 자리를 틀고있소이다.》

급히 지도를 들여다보던 장문휴는 어이가 없어 껄껄 웃었다.

부자들이 벌벌 떠는 초적이 바로 료동성에서 불과 수십리밖에 안되는 산에 웅거하고있었던것이다.

《허참, 등잔불밑이 어둡다더니… 쇠달이 그녀석의 담이 보통이 아닌걸. 하긴 이런 곳에 있어야 관가도 더 잘 살필수 있고 급할 때에는 신속히 우릴 칠수 있거던. 그러고보면 쇠달이 보통 싸움군이 아니요. 우리에겐 이런 사람이 필요하오.》

《도독어른이 귀순을 권고하는 글을 써주시면 제가 가지고 가겠소이다.》

장문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직접 찾아가는게 낫지 않을가?》

왕종군은 그 말뜻을 알수 없어 두눈을 꺼벅일뿐이였다.

그러는 왕종군을 바라보며 장문휴는 웃음을 지었다.

《두목의 무술이 괜찮다는데 내가 자웅을 겨루자고 한다면 어떻겠소?》

왕종군은 입을 하- 벌렸다.

워낙 무술이 여의치 못한 그로서는 그런 겨루기를 생각조차 할수 없었던것이다.

장문휴는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들었다.

《그가 진짜 사내라면 응해나설거요. 뿐더러 이 칼을 쓰는 내 솜씨를 보면 진정 나의 부하가 되자고 할거란 말이요.》

하- 벌렸던 왕종군의 입에서 경탄이 터져나왔다.

《아, 그게 참 명안이오이다. 그 사람도 호걸남아이니 여부가 있겠소이까. 그를 누르기만 하면 초적을 귀순시키는것은 어려울게 없소이다.》

장검을 칼집에 철컥- 밀어넣으며 장문휴가 말했다.

《소뿔은 단김에 빼랬다고 래일 당장 찾아가겠소.》

이튿날 아침, 장문휴는 왕종군만을 데리고 영을 나섰다.

백성차림의 그들이 무엇때문에 어데로 가는지는 아직 누구도 몰랐다.

말은 탄 그들은 곧 산세가 험하면서도 묘한 골짜기에 이르렀다.

오불꼬불한 골개천을 따라 말탄 사람이 겨우 한줄로 늘어설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골안이 갑자기 탁 트이게 넓어졌다.

그 골안의 사방으로 좁다란 골짜기들이 나있었다.

이런 지형을 본 장문휴는 쇠달이 생각했던것보다 더 로련한 싸움군임을 느끼였다.

이런 골안에 발을 붙이면 말을 타고 달려드는 관군을 손쉽게 대적할수 있고 또 은밀하게 재빨리 빠져나갈수도 있을것이였다.

장문휴가 뒤를 따르는 왕종군을 돌아보며 《지금 초적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있을거요.》하고 말을 하는데 아니나다를가 《게 섯거라!-》하는 위협적인 목소리가 골안의 고요를 깨뜨렸다.

그와 동시에 숲속에서 창을 꼬나든 두 젊은이가 뛰쳐나왔다.

장문휴가 말은 세우자 왕종군이 당장 찌를듯 창을 바싹 들이대는 그들에게 말했다.

《내 이름은 자네네 두령이 잘 아는 왕종군이일세. 두령에게 왕종군이 왔다고 하면 대단히 반가와할걸세. 우린 여기에 있겠으니 어서 가 알리게.》

머리를 기웃거리던 그들중 한사람이 입에 손가락을 넣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 소리에 또 한사람이 칼을 들고 뛰쳐나왔다.

그에게 휘파람을 분 젊은이가 일렀다.

《자네 얼른 가서 두령님께 왕종군이란 사람이 찾아왔다고 알리게.》

칼을 든 젊은이가 사라진지 얼마 안있어 몸집이 우람한 사람이 몇사람을 뒤에 달고 나타났다.

몸집이 우람한 사람은 얼굴의 절반나마 시꺼먼 수염이 가리운 보기드문 텁석부리였다.

그 텁석부리의 곰의 허리처럼 굵은 허리에 작두날같은 큰 칼이 매달려있었다.

장문휴는 바로 그가 힘장수로 소문난 쇠달이임을 알아보았다.

텁석부리가 말에서 내려선 장문휴와 왕종군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누가 왕종군인가?》

왕종군이 한걸음 나서며 대꾸했다.

《제올시다.》

텁석부리의 뒤에 선 젊은이가 왕종군을 가리켰다.

《두령님, 저 사람이 맞소이다.》

자기를 가리키는 젊은이가 지난해 찾아왔던 쇠달이의 심부름군임을 알아본 왕종군이 벌씬 웃었다.

그제서야 쇠달이 왕종군의 손을 부여잡았다.

《이거 정말 반갑소. 그렇지 않아도 그대를 찾아가 만나려했댔소.》

《나를?!…》

영문을 몰라하는 왕종군이에게서 장문휴에게로 눈길을 옮기던 쇠달이 몹시 놀라는것이였다.

그 눈길과 부딪친 장문휴도 놀라와했다.

분명 어디에선가 본것 같은데 꼭 찍어 생각나지 않을뿐이였다.

이윽고 왕종군이 쇠달이에게 장문휴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령, 이 어른은 새로 부임된 안원부도독어른이시오. 뭘 더 숨기겠소. 도독어른께서 여기에 온것은 <한풀이네>를 귀순시키기 위해서요. 도독어른께선 두령과 무술로 자웅을 겨루되 두령이 지면 귀순하여 도독어른의 부하가 되고 그대가 이기면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주시겠다오. 그래 어떻게 하겠소?》

쇠달은 와락 칼을 뽑아드는 부하들에게 일렀다.

《그러지 말아.》

장문휴를 다시한번 흝어본 쇠달이 앞을 가리켰다.

《나하고 갈데가 있소.》

장문휴는 성큼 앞장에서 걷는 쇠달이를 군말없이 따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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