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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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왕종군을 도독영으로 데려온 장문휴는(물론 그 마을에 글방의 주인을 다른 사람으로 보내준것은 더 말할것이 없고) 그 즉시 그를 안원부의 부도독으로 천거하는 상주문을 썼다.

이튿날, 그 상주문을 가진 전령이 동모산으로 떠나는 동시에 장문휴는 왕종군과 함께 각 군진들을 돌아보는 길에 나섰다.

빠른 말을 타고 천리장성으로부터 바다가의 수군진까지 빠짐없이 돌아보니 그만하면 군심도 좋고 병쟁기며 군량, 소금 그리고 마초도 넉넉한것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좀더 욕심을 내고싶은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장성을 료동성이나 안시성의 성벽처럼 굳게 만들고 모든 수군진들에 새 병선들을 나누어주고싶은 그것이였다.

그러나 아직은 참아야 했다.

외적의 있을수 있는 침입을 짓부신 다음 실컷 그 일을 내밀어도 될것이였다.

열흘가량 왕종군과 함께 군진들을 돌아보고 귀로에 오른 장문휴의 마음은 대단히 흡족하였다.

그만하면 군진들의 싸움준비도 잘되여있고 현실속에서 왕종군이 인재임을 확인하였으니 범이 날개를 얻은듯싶었다.

정말이지 왕종군은 나무랄데가 없었다.

부닥치는 정황에 따르는 분석과 판단, 방비책 등에서 견해와 주장이 거의다 일치하였고 어떤 때는 그의 조언이 보다 현실에서 부합되기도 하였다.

흠이라면 그에게 무예와 배짱이 식견에 따라서지 못하는것인데 탓할게 못되였다.

당초에 왕종군을 어느 성이나 진을 맡겨줄 장수로가 아니라 모사 겸 부도독으로 쓰려 한때문이였다.

영으로 돌아오니 왕종군을 안원부 부도독으로 봉한다는 조정의 공문이 기다리고있었다.

공문을 펼쳐든 장문휴의 두눈에 기쁨의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세상에서 제일 큰 기쁨이 뜻을 같이할 벗을 얻은것이라더니 정말로 그러했다.

안원부에 와서 해놓은 일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왕종군을 얻은것보다는 크지 못할것이였다.

이제 왕종군이 열, 스무명의 인재를 찾아줄게다. 그러니 무슨 일인들 해내지 못하겠는가.

그날 저녁 왕종군과 마주앉은 장문휴는 그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한가지 일을 입에 올리였다.

《난 부임길에 안원부에 <한풀이네>라 불리우는 초적이 날뛴다는 말을 들었소. 그 초적의 두목이 보기드문 힘장수이고 무술에도 비범하다는데 난 그들을 귀순시켜 나라방비에 써먹자는거요.

부도독의 생각은 어떻소?》

그 말에 왕종군은 감탄조로 대답했다.

《거 정말 신통하오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들을 위해서도 그렇고 나라를 위해서도 얼마나 좋은 일이겠소이까.

사실 저도 도독어른을 돕자고 나서고보니 그들을 귀순시키는것이 어떨가 하고 생각했댔소이다.》

장문휴는 무릎을 치며 기뻐했다.

《옳거니, 마음이 통하면 생각도 같다니까. 그들을 어떻게 해야 쉽게 귀순시킬수 있겠소?》

왕종군은 잠시 대답이 없었다.

지난해에도 《한풀이네》두령의 부하라는 사람이 왕종군을 찾아왔었다.

그전에도 그러했듯 그는 부두령에다 군사(참모장격)로 모시겠으니 함께 손을 잡고 백성들을 못살게 구는 놈들을 답새기자는 두령의 말을 전하였다.

그러나 왕종군은 종시 응하지 않았다.

물론 관가와 부자들이 백성들을 못살게 굴고있지만 그것이 나라의 뜻도 아니며 또 나라를 위해서는 초적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때문이였다.

《도독어른은 그들을 귀순시키기 전에 그 두목이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아셔야 할줄로 아오이다.》

《그래 어떤 사람이요?》

《두목의 이름은 쇠달이라고 하오이다. 쇠달은 본래 나쁜 사람도 아니고 또 그가 초적질에 나선것도 탓할수 없소이다.

쇠달은 부자집의 땅을 부치는 농사군이였는데 농한기철에 금점판에 갔댔소이다. 그가 집에 돌아와보니 그사이 안사람이 죽어 땅에 묻힌것이 아니겠소이까.

이전부터 안사람의 미모에 탐을 내던 부자놈이 그를 릉욕했던것이오이다. 그래서 수치감에 못이겨 물에 빠져죽은것이였소이다.

이에 격분한 쇠달이 부자놈을 때려죽이고 산으로 들어가 초적의 두목이 된것이오이다.

백성들은 관속들과 부자들을 족치고 그놈들의 재물을 빼앗아 나누어주는 그를 좋아하고있소이다. 민심도 크게 얻었고 세력도 여간 아닌 그를 귀순시키자면 그만한 대가를 약속해야 하오이다.

도독어른은 그가 귀순하겠다고 한다면 무얼 주겠소이까?》

장문휴는 커다란 손바닥을 내보였다.

《이 손으로 줄수 있는건 다 주겠소. 우선 목숨을 살려줄테요.

쇠달이 지은 죄는 너무 커서 릉지처참을 한대도 부족하다 할거요.

하지만 난 목숨도 살려줄뿐아니라 그의 지난날을 말끔히 용서해주고 사람답게 살수 있도록 앞길을 열어주겠소.

그것이면 됐지 그외에 무얼 더 바라겠소?》

왕종군이 한숨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 정도로는 안될것 같소이다. 지금 그들은 자기들이 사람답게 살고있다고 여기고있을것이오이다. 자기들을 버러지처럼 여기는 관리들과 부자들에게 짓밟히는것이 아니라 도리여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묵은 원한을 푸는데야…

그러니 그 두령은 장수로 천거해주어야 하고 부하들에게도 군교쯤은…》

장문휴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무슨 소릴 하는거요? 이랬든저랬든 나라앞에 죄를 지은 사람을 어떻게 장수로 써준단 말이요? 나는 써준다 해도 조정에서 허락하지 않을거요.

사실말이지 지금같은 때만 아니였어도 난 군사를 끌고가서 그들을 싹 쓸어버리고말았을거요. 눈앞에 전란을 두고 집안싸움을 할수가 없기에 하는수없이 그들을 귀순시키자는것이요.》

왕종군은 장문휴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조정이 죄를 지은 천한 사람을 장수로 써줄리는 만무한것이다.

《내 생각엔 그들이 귀순하는 경우 두령을 진장으로 써주는것쯤은 일없을것 같소이다.》

그 말에 장문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군진의 진장은 군교들이 맡아하고있으니 군교로 등용하는것쯤은 도독의 권한에 속하는것으로서 조정에 아뢰일것이 없었다.

《그건 장담할수 있소.》

장문휴의 됨됨과 그의 능력을 굳게 믿는 왕종군은 이제 더는 쇠달이의 거처지를 숨길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관가뿐아니라 농민군도 줄곧 주시하고있은 왕종군은 쇠달이 거듭 부하들을 보내올 때 벌써 그의 처소를 알아두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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