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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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문휴가 벽력같이 소리쳤다.

《이 녀석, 그만하지 못할가?》

장문휴의 호령에 풍걸이 분을 삭일수 없어 씩씩거렸다.

《도독어른, 늙은이를 짓밟는 이런 놈은 죽어야 하오이다. 이놈의 목을 버이도록 해주시오이다. 도독어른!》

도독이라는 소리에 마을사람들은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들도 평민차림의 도독이 동모산에서 내려오며 마을들의 하정을 살피고있다는 소문을 들은터였다.

헌데 진짜로 도독어른이 나타났으니 정신이 아찔해지는 그들이였다.

그들은 황급히 땅바닥에 꿇어엎드렸다.

장문휴가 처녀의 손을 잡아일으켰다.

《그래, 너 집이 진 빚이 얼마뇨?》

겁에 질린 처녀는 몸을 떨며 떠듬거렸다.

《저… 네해전 보리고개에 건… 건너마을 부자집에서 수수쌀 한섬을 꿔… 꿔다먹었나이다. 그… 그걸 아직 갚지를 못했사옵니다.》

《한섬이라… 그동안 그 한섬이 얼마로 새끼를 쳤다더냐?》

《해마다 두곱씩해서 모두 여덟섬이라 하나이다.》

장문휴는 처녀의 말을 믿을수 없었다.

아래가 아무리 썩었기로서니 한해에 리자를 두곱씩이나 불구어댈수 있단 말인가.

장문휴는 땅바닥에 이마를 구겨박고 죽는 시늉을 하는 《명주옷》에게 다가갔다.

《네가 부자집 사환군이렷다? 일어나라.》

엉거주춤하고 일어선 《명주옷》을 쏘아보며 장문휴가 물었다.

《바른대로 실토하지 않으면 네 목이 그냥 붙어있지 못할줄 알어라. 그래 그게 사실인고?》

놈이 기여드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그렇소이다.》

장문휴는 그만 왈칵 성이 났다.

고을들이 이다지도 썩어문드러졌단 말인가. 썩어빠진 관가들이 민심을 탕치는 이런 고을들을 두고 나라에서 아무리 바른 정사에 힘쓴다 한들 무엇을 바로잡을수 있으며 이런 형편에서 외적이 쳐들어온다면 우리가 이길수 있다고 장담하겠는가.

이전에 국법을 파고든바 있어 나라의 법에도 모르지 않는 장문휴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눌렀다.

《너는 리자를 원곡의 삼분의 하나로 받으라는 나라가 정해준 법을 모르느냐? 또 리자를 받되 리자곡이 원곡과 같게 되면 그 이상은 받지 말라는 법을 모르냐 말이다.》

《명주옷》은 두눈이 떼꾼해서 허우적거렸다.

놈은 이마가 땅에 닿아라 허리를 굽히고 애원했다.

《도독어른, 소자는 참말 몰랐소이다. 알았으면 어찌 국법을 범할수 있었겠소이까.》

장문휴가 보건대 놈의 말은 사실인것 같았다.

일이 이렇게 된바에는 끝까지 파보는것이 좋지 않을가.

《너 얼른 가서 이 마을 촌장을 불러오라.》

《명주옷》은 살길을 만났다고 두주먹을 쥐고 내달렸다.

인차 놈은 키가 작고 똥똥한 촌장을 데려왔다.

《명주옷》한테서 사연을 들었던지 촌장이 굽신거리며 아뢰였다.

《도독어른, 소인도 리자를 그렇게 받는게 국법인줄 알았소이다. 우리 마을뿐아니라 온 고을이 리자를 해마다 두곱으로 받고있소이다.》

장문휴는 생각했던것보다 아래의 형편이 말이 아니라는것을 다시한번 절감하였다.

어느것부터 바로잡는것이 나라방비에 보다 절실한것일가. 바로 이런게 아닐가?!…

반안왕이 뭐라고 했던가.

백성들이 아파하거나 바라는것 이를테면 관가와 부자들이 빼앗아가진것을 좀 찾아서 되돌려주어가지고 그것으로 황소의 코를 꿰듯 백성의 마음을 사라고 하였지.

아니다. 그렇게 애들의 소꿉장난처럼 해가지고서는 민심이 땅바닥으로 기운 아래를 시급히 바로잡을수 없다.

일벌백계라고 무법불법의 이따위짓거리부터 호되게 쳐야 썩어빠진 관가들을 정신차리게 할수 있다.

뿐더러 백성들에게는 나라의 고마움을 깨닫게 할수 있다.

이렇게 될 때라야 관가와 백성의 사이뿐아니라 부자와 빈자간 그리고 귀족과 천인간의 반목질시를 없애여 그들모두를 나라방비에로 더 잘 이끌수가 있다.

내 오늘에야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것이 진정한 국력임을 알았구나.…

장문휴는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서 백성들이 의적이라 여기는 《한풀이네》를 빠른 시일안에 굴복시키는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도독영에 들어선 장문휴는 려장을 풀새 없이 판관의 립회하에 리오구를 불러들이고 그를 파직시켰다는 조정의 령을 전달하였다. 이어 인계받아야 할것들을 다 받아내고 리오구를 돌려보낸 장문휴는 판관을 그대로 류임시킨다는 조정의 조치를 알려주었다.

원래는 판관이 비여있던 부도독으로 임명되게 되여있었다.

그러나 장문휴는 자기의 오른팔과도 같은 부도독만은 아래에 내려가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쓰겠다고 하면서 그를 부도독 다음가는 판관으로 류임하게 한것이였다.

지내보면서 판관이 마음에 들면 부도독으로 써도 늦지 않을것이였다.

그 즉시 판관을 불러앉히고 안원부군사들의 형편부터 료해하였다.

그러나 판관은 장문휴가 자기에게 보낸 공문서를 받아가지고 그 령을 되받아넘겼을뿐 군진들의 실태를 장악하지 못하고있었다.

판관이 애써 일하지 않았다는것이 첫눈에 알렸다.

몹시 불쾌해진 장문휴는 도독영의 관원들을 전부 모아놓고 그 어느 때보다도 군기를 극히 엄수할것과 인차 당도하게 되여있는 경군의 군량조달 그리고 군적에 올라있는 장정들중에서 2만명을 더 징발할데 대한 령을 내리였다.

이 고비를 넘기고는 안원부의 군사만을 가지고 나라방비를 손색없이 해내겠다는것이 장문휴의 철석같은 결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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