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2 장

3

(1)

 

장문휴는 오늘도 아래형편을 료해하며 료동성으로 가고있었다.

오늘은 또 어떤것을 알게 될는지?!…

하면서도 변방의 군사일이 걱정되여 한시급히 부임지에 가고싶었다.

그게 안심치 않아 어제 또다시 두명의 호위군사에게 부안의 모든 군진들에서 군기를 엄히 세우도록 하라는 공문서를 주어 안원부 판관에게 보낸 장문휴였다.

백성을 바로 다스리는 일이 나라방비로 이어지는것이기에 다급해지는 걸음을 늦출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걸음을 한나절만 늦추어도 앞으로 열흘 아니, 한달의 세월을 얻는것으로 될수 있었기때문이였다.

장문휴가 지나치고있는 길가의 마을을 바라보며 저 마을의 형편은 또 어떨가 하고 생각하는데 호력이 말을 걸었다.

《도독어른, 한가지 물어도 되겠소이까?》

언제나 부하들을 깨우치는데 관심이 큰 장문휴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냐?》

《발해라는 말이 밝은 해가 비치는 나라라는데 그게 맞는 말이오이까?》

좀 들떠있는듯싶은 호력의 태도에 장문휴는 되물었다.

《그 말을 어데서 들었느냐?》

《어제밤 마실방에서 들었소이다.》하고 대꾸하는 사람은 호력이 아니라 풍걸이였다. 호력이와 나란히 말머리를 한 풍걸이를 뒤돌아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지내보니 풍걸이가 마음에 들었다. 례의도 알고 성격도 시원시원한게 사내다왔다.

반안왕이 준 사람이니 어련할가.

풍걸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실군들 말이 발해에서 발은 밝다라는것을 가리키고 해는 저 하늘의 해를 가리킨다고 했소이다.》

호력이 성수가 나서 풍걸이의 말을 이었다.

《그런데로부터 발해는 밝은 해가 비치는 나라 또는 밝은 해가 솟는 나라라 한다는것이오이다.》

장문휴는 발해라는 이름에 담겨진 의미를 시골사람들까지 알고있다는것이 놀라왔다.

《옳은 말이다. 발해라는 말에는 참으로 깊은 뜻이 깃들어있다. 이땅에 처음으로 나라를 세웠던 박달임금은 하늘나라임금 다시말해서 천제의 아들이시였다. 그래서 박달임금이 세운 나라를 가리켜 천자국이라고 하는거다.

고구려도 천자의 나라였다.

성무고황제께서는 고구려를 이은 우리 나라가 명실공히 천자의 나라임을 천하에 알리기 위해 발해라고 한것이다.

바로 이걸 알아야 발해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거다.》

그 말에 일행모두가 탄복해마지않았다.

이윽고 호력이 또 질문을 꺼내들었다.

《마실군들 말이 우리 발해와 신라를 가리켜 해동이라고 했소이다. 그 말도 옳은 말이오이까?》

장문휴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묵어가는 마을들에서 하루밤도 번지지 않고 마실방을 찾아다니며 배우려하는 호력이 기특하게 여겨졌다.

《그 말도 틀리는 말이 아니다. 해동이란 바로 우리 박달겨레의 강토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기에 옛적부터 고구려와 백제, 신라를 가리켜 해동성국이라 했던것이다.

그때 이웃나라들에서도 고구려나 백제, 신라에 보내는 국서에 해동삼국이란 글을 자주 썼다고 한다.》

처음부터 장문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있던 아려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경탄을 터치였다.

《어쩜, 대장군어른은 모르시는게 없을가!》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던 장문휴는 자기와 눈길을 부딪치자 얼굴을 붉히는 아려의 태도에서 그가 진심으로 탄복해하였음을 알아보았다.

참, 아까운 녀인이 길을 잘못 들었다니까…

지내볼수록 아려의 사람됨이 마음에 들었다.

일솜씨도 알뜰하고 깨끗한데다 스스로 찾아하는데 매사에 정을 담아 하는게 알리였다.

단지 남의 속심이나 엿보려하는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그런 진정을 일부러 지어보이지는 못하는 법이다. 이것은 아려의 진속이 정갈하고 곱다는것을 말해준다.

이제라도 옳은 길로 이끌어주는것이 어떨가?!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장문휴는 머리우를 쳐다보았다.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울어져있었다.

《해떨어지기 전에 묵어갈데를 찾아야겠군.》

주위를 둘러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었다. 수십호의 초가집이 있는 크지 않은 마을이였다.

마을로 접어든 장문휴는 그중 커보이는 집앞에서 말을 멈춰세웠다.

오늘은 죽물신세가 아닌 밥술이나 먹는 집에서 쉬고싶었다.

그런 집들의 민심도 알고싶었기때문이였다.

말에서 내린 장문휴는 넓은 마당 한켠에 지은 돼지우리를 들여다보는 로파에게 다가가며 말을 건넸다.

《이 집 주인이 옳겠소이다?》

돼지우리를 들여다보던 로파가 장문휴를 뜨아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헌데 왜 그러시우?》

장문휴는 두손을 마주잡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린 길을 가던 나그네인데 이 집에서 하루밤 묵어갈가 해서 그러오이다.》

장문휴의 아래우를 거듭 훑어보던 로파가 싱글 웃었다.

《몸이 너무도 웅장해서 무섬증이 났네만 다시 보니 점잖은 어른 같소. 그러니 어찌 마다하겠수.》

로파의 허락을 받은 장문휴는 즐거운 마음으로 돼지우리를 들여다보았다.

여러칸의 돼지우리의 칸마다에서 두세마리씩의 살진 중돼지들이 쿨쿨 잠을 자고있었다.

인차 장문휴는 두눈을 크게 떴다.

신통히도 돼지들은 한쪽이 아니면 량쪽의 귀가 다 없거나 반쪽짜리 귀를 가지고있었다.

머리털이 나서 이런 꼴의 돼지는 보다 처음이였다.

《주인님, 이놈들의 귀는 본래 이렇소이까?》

장문휴가 귀쪽이 다 없는 돼지를 가리켰더니 로파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원참, 세상에 귀쪽이 없는 돼지가 어데 있겠수. 저놈들한테 귀가 그 꼴인것은 다른 놈들이 뜯어먹었기때문이라우.》

장문휴는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굶주린 맹수도 제 족속의 귀쪽은 잘라먹지 않는다는데 돼지가?!…

로파가 돼지들을 휘둘러보며 말했다.

《돼지는 저희들끼리 귀를 잘라먹는 일이 드문하우다. 헌데 그 까닭을 몰랐댔수다.

그래서 돼지병을 잘 보는 사람을 찾아가 알아보았더니 그게 소금탓이라는게 아니겠수.》

《소금탓이라니요?》

《소금을 먹이지 않으면 돼지들이 서로 귀를 뜯어먹는다 그 말이오이다.》

장문휴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돼지야 사람이 먹다버리는걸 먹기마련인데 절여두었던 남새찌끼만 먹여도 어찌 소금이 부족하다 하겠소이까?》

로파는 혀를 끌끌 찼다.

《원, 이렇게도 막혔다구야. 소금이 바른 우리 고장에서는 국이나 반찬에 약처럼 조금씩 넣어먹는다우. 그러니 돼지가 먹을게 어디 있수?》

장문휴는 그 말도 믿어지지 않았다.

《안원부야 바다를 끼고있지 않소이까. 소금을 굽는 염분이 이 고장보다 많은데가 없지요. 그런데도 소금이 바르다고 하니 통 믿을수가 없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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