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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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휴가 부임지로 가고있을 때 문예는 아직도 제집에서 늦장을 부리고있었다.

기어코 흑수정벌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인 문예가 방안을 오락가락하는데 애첩 채운이 점심상을 안고 들어서며 교태를 부렸다.

《래일은 출전하신다기에 전하께서 별식이라 했던걸 차렸나이다.》

《출전? 흥!》하고 코웃음을 친 문예는 상을 굽어보았다.

도대체 무얼 차렸기에 큰소릴 칠가?!…

문예는 또한번 코웃음을 쳤다.

애첩이 기껏 차렸다는 별식은 대가리와 꼬리만 없으면 뱀장어구이라고도 할수 있는 두렁허리구이였다.

두렁허리구이는 그 맛이 뱀장어구이와 비슷했다.

채운이 은술잔에 맑은 술을 부으며 말했다.

《어서 상에 나앉으시오이다. 어서요.》

먹고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애첩의 교태가 싫지 않는 문예는 털썩 밥상앞에 주저앉았다.

《허- 어쩜 이런 때 두렁허리 생각을 다 했나?》

문예의 손에 술잔을 들려주며 채운이 노래를 부르는듯 말했다.

《랑군님께서 큰 공을 세우러 가시는데 이런 때 별식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 차리겠나이까. 혹시 랑군님께서 두렁허리구이가 별식이라고 했던 말을 잊은게 아니오이까?》

감미로운 술을 입에 쏟아부은 문예는 채운이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채운이는 이번에 새로 맞아들인 미녀였다.

채운이를 맞아들인 날 문예는 부엌데기들에게 두렁허리구이를 상에 올리라고 분부했었다.

두렁허리구이는 장안에 숙위로 가있을 때 기생집에서 맛들인 당나라 음식이였다.

남달리 녀색을 좋아하는 문예가 기생집을 찾을 때면 기생은 두렁허리구이를 내놓군 하였다.

처음 문예는 두렁허리앞에 소름이 끼쳐 도리머리를 하였다.

논과 늪 같은데서 사는 두렁허리는 생긴것부터가 징글맞고 또 칼로 찌르면 다른 물고기와 달리 시뻘건 선지피를 내뿜는 스산한것이였다.

그래서 발해에서는 돼지먹이로나 쓸뿐이였다.

세상에 먹을게 없어서 이따위 징글맞은걸 별식이라 내놓는단 말인가.

그러나 그 맛이 뱀장어구이에 못지 않고 보다는 정욕을 돋구어주는 장수보약재라는 기생의 말에 먹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을 먹으면 온몸이 화끈하게 정욕이 난다는데 구역질이 난다고 꺼리랴.

그래서 맛들인 두렁허리구이였다.

고국에 돌아와서도 계집질을 하는 날에는 꼭꼭 두렁허리구이를 빼놓지 않은 문예였다.

겪어보니 생각을 그렇게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렁허리구이가 정욕을 화끈하게 달구어주는데 효험이 있는것 같았다.

설사 효험이 없다고 해도 당나라의 계집들과 놀던 그 재미를 잊을수 없기에 그것을 먹는것이기도 하였다.

지금도 두렁허리구이를 차려놓은 당나라기생이 귀가 간지럽게 입을 나불거리며 들려주던 말이 들려오는것만 같았다.

《두렁허리는 참으로 신비한 물고기라 할수 있나이다. 처음 알에서 까나온 새끼두렁허리는 하나같이 꼭같은 암컷이기에 엄지로 자라면 모두 알을 낳소이다.

그다음 그것들이 전부 수것으로 변한다 하나이다.

그때문에 크고 굵은 두렁허리는 죄다 수컷이나이다.

암컷이 수컷으로 변하는 그 비결때문에 정욕을 북돋아준다고 하오이다.》

당나라기생의 말을 지금 새삼스럽게 되새겨보느라니 그 말이 오늘의 이 문예의 처지를 내다본 예언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자기를 내놓은 조정대신들모두는 장문휴처럼 당나라와 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였다.

아니, 오히려 그것들은 싸우기를 바라고있어. 정말 무모하다니까. 끓는 장국물에 손가락을 담가보지 못한 사람은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수 없다고 당나라의 땅이 얼마나 넓은지, 인총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걸 보지 못했으니 어리석게 놀아댄다고 문예는 생각했다.

문예가 당나라에 갔을 때 읽어본 책에는 약자는 강자를 대적할수 없다는 글귀가 있었다.

그 글귀에 비추어보니 오랜 천자국일지라도 강토가 훨씬 큰 적국은 절대로 당할수 없다는 대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걸 남먼저 깨달은자가 이런 때 입을 다물고있으면 나라가 화를 당한다.

나라가 화를 당한 다음 아무리 울며불며 후회를 해서야 무슨 소용인가.

나라가 무사하고보아야 권세도 부귀영화도 길이 보존할수 있는 법, 그를 위해서 형님의 귀에 거슬린다고 하여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이 나라 조정에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 한명만 있어도 좋겠는데…

나도 당나라에 가보지 않았더라면 미욱한 장문휴처럼 큰 나라와 싸우는것을 어렵지 않게 여겼을것이다. 참 답답하기란…

그러니 그때의 나를 암컷의 두렁허리에 비긴다면 오늘의 나야말로 수컷으로 변한 더 큰 두렁허리라 할것이다.

대세를 따라 돛을 다는게 현명한 처사인데…

《갑자기 무슨 상념에 빠지셨기에 천정만 쳐다보는것이나이까?》

채운의 밉지 않은 지청구에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보고있는 자기를 발견한 문예는 문득 말구종이 생각났다.

방문을 연 문예는 소리쳤다.

《게 누구 없느냐?》

그러기 바쁘게 심부름군아이가 뿌르르 달려왔다.

《무슨 분부이시오이까?》

《냉큼 말구종을 오란다고 일러라.》

심부름군아이는 오던 때처럼 뿌르르 달려갔다.

인차 등이 구부정한 말구종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어려서부터 대씨네 심부름을 해온 말구종은 문예와 동갑이였다.

문예와 동갑이일지라도 궂은일, 마른일로 잔뼈를 굳히다보니 얼굴도 주름살투성이이고 등마저 굽어 늙은이같았다.

하건만 상전의 분부라면 불속이라도 뛰여들만큼 공손하고 무슨 일에서나 이악하여 말구종으로 부리는 문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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