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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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문휴는 어전회의가 끝나자 황상을 찾아가 하직인사를 올리였다.

장문휴를 크게 믿는 황상은 배심좋게 만단의 싸움준비를 갖추고있다가 당나라군이 움쩍하기만 하면 드세게 답새겨 발해사람의 본때를 보여주라고 재삼 당부를 하였다.

장문휴는 다시한번 황상의 선견지명에 탄복해마지않았다.

과연 황상마마께서는 누구보다도 멀리를 그리고 폭넓게 내다보고있었구나.

지금껏 나는 이번에 내가 서야 할 자리는 기껏 흑수정벌의 길이라고만 여기였지.

우매하고 보잘것 없는 흑수의 반란무리를 평정하는 일은 이미 그 끝을 본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그래서 그 일은 전장의 가렬한 맛을 보지 못한 보통장수도 감당해낼수가 있는것이다.

그런데 황상마마께서는 이 모든걸 이미 헤아려보시고 나에게 보다 큰 공을 세울수 있는 중임을 맡겨주시였다.

나라에서 이처럼 떠밀어주는데야 그 어떤 외적인들 당해내지 못하겠는가.

피를 끓게 하는 어명을 받은 장문휴는 지체말고 래일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대궐을 나선 장문휴는 지금 당장 흑수원정군의 군장인 문예에게 몇가지 일감을 물려주고 또 반안왕도 만나 새 직무에 대한 조언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예의 집은 동모산 남문밖 반안왕부의 뒤에 있었다.

반안왕부에서 눈길을 끄는것은 넓은 마당에 버티고선 황소만 한 돌범이였다.

그 돌범은 성무고황제가 발해를 세운 그해 건국의 특등공신인 대야발에게 새 집을 지어주면서 만들게 했다고 한다.

대야발과 그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나라를 받드는 길에 범처럼 용맹하기를 바라서 만들게 했다던지.

문예의 집도 반안왕부처럼 붉은 기와집이였다.

그 집의 솟을대문앞에서 말을 멈춰세운 장문휴는 문지기에게 일렀다.

《안원부도독이 왔다고 주인어른께 여쭈어라.》

안으로 들어갔던 문지기가 대문을 활짝 열었다.

《주인님께서 만나주시겠다고 하오이다.》

타고온 말을 문지기에게 맡긴 장문휴는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대문안으로 들어섰다.

대문밖에서 보던것보다 안은 더 넓고 화려했다.

넓다란 뜨락에는 정각까지 갖춘 련못이 있는데 그 둘레는 기암들과 멋진 화초며 나무들로 꾸며져있고 그속에서 사슴들과 학이 거닐고있는것이 신선의 세상을 보는 느낌이였다.

그와 잘 어울리는 추녀높은 집들은 하나같이 궁궐을 방불케 하였다.

황상이 동생을 위해 정을 담아 지어준 집이니 그럴것이였다.

하인은 본채곁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속에 묻혀있는 별채에로 장문휴를 이끌었다.

바로 그 별채에 들어가니 방금 임아의 집에서 돌아온 문예가 례복차림으로 어떤 새를 마주하고있었다.

허공에 매달린 큼직한 조롱에 갇혀있는 새는 몸집이 꿩보다 클사하고 머리와 그아래의 등 절반과 긴꼬리는 붉고 나머지 부분은 푸르스름하였다.

장문휴가 인사를 하니 문예는 건성으로 답례를 하며 조롱속의 새에게 말을 건넸다.

《손님이 오셨다. 큰 장수이시다.》

그 목소리는 비꼬는 투였다.

했더니 조롱속의 새도 《손님이 오셨다. 큰 장수이시다.》하고 말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새의 목소리는 비꼬는 투는 아니고 맑고 굵었다.

장문휴는 곧 그 새가 말로만 들어온 앵무새라는것을 알아차렸다.

앵무새는 발해에서 나지 않는 새였다.

문예가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진귀한 앵무새를 가지고왔다는 소문을 들은바있는 장문휴였다.

이윽고 문예는 제 먼저 표범가죽을 깐 자리에 앉아 장문휴에게 그 맞은켠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였다.

한자리를 차지한 장문휴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바닥에는 돌궐에서 들여온 두툼한 양털주단을 깔았고 네면의 벽에는 꽃들과 나비를 수놓은 값진 비단이 치여있었다.

인차 예쁘장한 시비가 은은한 향내를 풍기며 차반을 안고 들어와 문예앞의 탁자에 내려놓았다.

문예의 눈짓에 시비는 나부시 절을 남기고 나가버렸다.

멋스러운 차잔을 집어든 문예는 그것을 장문휴에게 내밀었다.

《공도 당나라차를 좋아하오?》

차잔을 받아든 장문휴가 소리없는 웃음을 지었다.

《전 당나라차잎을 달여마시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숭늉은 대단히 좋아하오이다.》

문예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숭늉따위야 뭘, 난 당나라차잎을 달여마시는결 좋아하오.》

로골적으로 상대를 깔보는 문예의 태도에 기분이 거슬린 장문휴는 아무리 손님일지라도 할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숭늉을 하찮게 보면 안되오이다. 우리 겨레가 까마득한 옛적부터 조상대대로 마셔온 숭늉이야말로 얼마나 구수하고 입에도 붙는가 말이오이까. 숭늉맛을 모른다면야 어찌 고구려의 후손이라고 할수 있소이까.》

장문휴의 반격에 얼굴이 붉어진 문예였지만 그래도 주인된 체면을 차리고싶었던지 허세를 부렸다.

《당나라차잎은 세상에 소문난 명물이란 말이요. 한다하는 장수가 그런걸 알려고도 하지 않으니 그게 시골농부와 무엇이 다르오?》

생각같아서는 보다 낯 뜨겁게 달구어줄수 있는 호된 핀잔을 해주고싶었지만 귀한 시간때문에 장문휴는 찾아온 용건을 털어놓았다.

《우리 원정군의 현재실태에 대해서는 불녈에 가시면 알수 있소이다. 그런데 한가지 일만은 제가 직접 맡아했기에 직접 아뢰이러 온것이오이다. 전 누구도 모르게 말갈출신의 군사 수십명을 선발하여 이미 흑수너머로 들여보냈소이다.

그들은 그곳의 형편을 속속이 내탐하면서 발해의 대군이 진격해오면 주모자를 내놓은 사람들은 다 관대하게 용서해줄것이라는 소문을 내돌리고있소이다. 그리고 원정군이 흑수에 이르면 길안내를 하게 되여있소이다.》

문예는 귀찮다는듯 이마살을 찡그렸다.

《아아, 그까짓 우매한 족속이나 평정하는 일에 그다지도 품을 들일게 있겠소? 나에게도 생각이 있으니 그까짓 렴탐군들 말은 하지도 마오.》

장문휴는 아연해서 문예를 바라보았다.

어쩜 이럴수가 있나. 보통장수도 아닌 군장이… 이런 사람이 정녕 황상의 뜻을 받들어낼수 있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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