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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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윽고 장문휴에게로 눈길을 돌린 황상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보국대장군 장문휴가 상주하기를 흑수말갈을 정벌하는 동시에 서부변방의 군진들에 경군을 들이밀었다가 만일 당나라가 쳐들어온다면 그 즉시 반격전을 들이대자고 하였다.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번에도 임아가 남먼저 입을 열었다.

《황상마마, 지금 우리의 국력이 비상히 강해져서 천하대국이라 자처하는 당나라조차도 감히 우리와 정면으로 해볼념은 못하고 고작 한다는짓거리가 우매한 말갈따위나 써먹자고 하오이다. 그런 당나라가 무엇이 두렵다고 경군까지 들이밀어 그들에게 괴로움을 주겠소이까?》

장문휴는 속이 달아올랐다.

방금까지 마음이 통했던 저 늙은이가 왜 저 모양일가?

장문휴는 여러 대신들이 임아의 주장이 옳다는듯 고개를 끄덕거리자 큰숨을 몰아쉬며 한걸음 나섰다.

《황상마마.》하고 입을 뗀 장문휴는 마디마디 힘을 주었다.

《옛글에도 설사 외적이 죽을 고비에 빠져있을지라도 쳐들어올수 있다는것을 뼈에 새기라는 문구가 있소이다.

우리가 대적하고있는 당나라로 말한다면 지금 곤궁에 빠져있을망정 작은 나라들은 두꺼비 파리잡듯 해치울수 있는 힘이 막강한 적수이오이다.》

장문휴의 힘있는 목청이 장내를 울리였다.

《동족의 나라인 백제가 어이하여 망했소이까? 백제로 말하면 고구려 다음으로 군력이 강하여 신라쯤은 굽어보던 강국이였소이다.

그러나 말년에 신라를 우습게 보면서 나라방비를 소홀히 하다보니 나중에는 도성으로 쳐들어오는 당나라군과 신라군을 손쉽게 막아낼수 있는 서쪽의 요해지 백강의 기벌포와 동쪽의 첩첩산중의 요해지 탄현에조차 군사를 제대로 주둔시키지 않았소이다.

이래놓으니 당나라군을 끌어들인 신라에게 어찌 먹히우지 않을수 있겠소이까.》

뒤돌아서 자기를 바라보는 임아의 두눈에 노기가 가득한것을 느낀 장문휴는 주춤거렸다.

감히 어전에서 재상들을 제쳐놓고 일개 장수가 독판을 치려 하니 이게 돼먹은 처사이냐 하는 그런 눈길인것이였다.

그것을 가려본 황상이 엄한 어조로 일렀다.

《짐은 장공의 말을 끝까지 듣고싶노라.》

그래서야 장문휴가 배에 힘을 주었다.

《신 장문휴 감히 아뢰나이다. 그러기는 중원에 있었던 오나라도 마찬가지였소이다. 후한 말기 손권이 장강이남에 웅거하고 조조와 패권을 다툴 때 손권은 장강의 요해처에 최정예의 대군을 항시 주둔시켰소이다. 그때문에 조조가 수십만대군을 거느리고 달려들었지만 능히 자기 강토를 보전했으며 나아가서는 오나라를 세울수 있었던것이오이다.

허나 손호의 대에 이르러 오나라는 안일해이해져 사마씨의 진나라가 자기를 노리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성대라 하였소이다.

오나라를 호시탐탐 노리고있는 사마씨의 진나라는 이미 류비가 세운 촉나라를 먹어치운 조씨의 위나라를 멸망시키고 일떠선 나라였소이다.

영정의 진나라처럼 중원천하를 먹어치우려고 하는 사마씨의 진나라가 자기를 넘보고있는데도 발편잠을 잤던탓에 강대했던 오나라가 쉽게 먹히우고말았소이다.

그때 손호가 조상들처럼 넓고 험한 장강에 정예군을 항시 주둔시키고 적을 경계하였더라면 나라를 길이 보전했을것이나이다.》

아예 뒤로 돌아서버린 임아가 장문휴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장공은 탑전에서 무엄하다고 생각되질 않는가. 엉?》하고 꾸짖고싶었지만 이미 황상의 분부가 있었던지라 씩씩거릴뿐이였다.

《황상마마, 천하에 강국이란 따로 없는줄 아오이다. 자나깨나 군력을 중시하고 나라방비에 절실한 요해처들에 언제나 정예군을 주둔시키고 반드시 외적이 쳐들어온다고 생각하고 끝없이 싸울 준비를 갖추는 나라가 바로 강국이라고 생각하오이다.

흑수정벌과 함께 경군을 서쪽의 군진들에 들이밀었다가 당나라가 움쩍한다면 즉시 맞받아나가 놈들의 소굴을 아예 죽탕쳐버림으로써 다시는 그것들이 우리 발해를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하오이다. 황상마마께서는 우리의 강토가 전장으로 되는것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되오이다.》

황상의 주먹이 룡상의 팔걸이를 쾅!- 하고 내리쳤다.

그 소리에 놀란 문무백관이 숨을 죽이고 황상을 쳐다보았다.

장대한 몸을 천천히 일으킨 황상의 눈길이 장문휴에게 가있었다.

《그대의 진언 과시 장하도다. 강토가 크고 인총이 많아서도 대국이 아니요 군사수가 많고 장수가 많아서도 강대국이 아니다. 작은 나라도 그대의 진언대로 자나깨나 나라방비에 힘쓴다면 강대국이 될수 있다.》

그 말에 장문휴는 목이 꽉 메여올랐다.

나라에서 이렇듯 믿어주는데 내 어찌 몸을 내대지 않겠는가. 적의 소굴을 들이치라는 나라의 령이 떨어진다면 이 장문휴 제일선참으로 달려나가 고구려조상들의 묵은 원한까지 깡그리 갚고야말테다.

엄한 눈길로 장내를 둘러보는 황상의 목소리도 엄해졌다.

《듣자하니 당나라가 끝끝내 사신을 급파하여 흑수말갈에다 흑수주도독부란걸 내오고 말갈것들로 흑수군을 무었다고 한다. 이를 어찌 내버려둘수 있겠는가.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주먹이 어떠한가를 천하가 알도록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짐은 이번에 우리를 해치려드는것들의 말로가 어떠한가를 똑똑히 보여주자는것이다.》

천천히 거닐던 황상이 룡상앞에 뚝 버티고섰다. 그러는 그의 두눈에서 시퍼런 광채가 뿜어져나왔다. 그 눈빛에 장내는 얼어붙는듯싶었다.

황상의 목소리는 저으기 낮았어도 그 위엄은 천하를 진감시킬만큼 무거웠다.

《어명에 불복하는자 그가 누군들 목을 치리라.

문예, 임아는 듣거라. 그대들을 흑수정벌군의 군장, 부군장으로 봉하노니 지체없이 불녈에 진을 친 원정군에 내려가 중군과 좌군 그리고 우군의 3군을 통솔하고 흑수를 정벌하되 반란의 진범인들은 목을 버이라. 흑수주도독부란것을 흔적도 없이 쳐없애고 흑수군을 없애라. 그리고 마지못해 끌려다니던자들은 용서해주며 사람들의 신망이 있는자들을 추장으로 내세워 다시는 소란스럽지 않도록 하라.》

황상의 눈길이 장문휴에게서 그루를 박고있었다.

장문휴에게는 장차 나라의 군권을 맡길만 하다. 어쩌면 그의 생각이나와 꼭같을가.

황상은 흑수말갈을 정벌하는 원정군을 무을 때 벌써 반안왕과 마주앉아 당나라것들이 어떤 계책을 쓰려할것인가를 가지고 의논하였다.

그때 도달한 결론이 당나라가 흑수말갈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켜놓고 발해군의 주력이 그곳으로 진격했을 때 불의에 전혀 딴 곳인 서부변방을 들이치는 성동격서의 계략을 쓸것이라는 그것이였다.

그런데로부터 황상은 적이 쓰려하는 성동격서의 계략을 그와 꼭같은 계책으로 짓부셔버리기로 하였다.

적의 잔꾀에 넘어간듯 경군의 주력을 흑수가까이로 들이밀면 반드시 우리의 움직임이 당나라에 알려질것이다.

그래서 발해의 맹장이라고 적국에까지 그 이름이 알려진 장문휴에게 5군을 맡긴것이였다.

늘 전장에서 발해군을 통솔하여 승전을 이루어온 장문휴를 흑수정벌에 내세우면 적들은 필경 발해의 주력이 그쪽으로 쏠렸을것이라 생각할것은 뻔했다.

그런 다음 흑수정벌을 들이대는 동시에 경군의 절반을 장문휴가 거느리고 재빨리 서부변방으로 가게 한다면 그런줄을 알리 없는 적군이 우리의 지경을 넘어올것이 아닌가.

나는 이미 이 점을 타산하여 서부변방에 더 많은 병력을 주둔시켰다.

물론 당나라도 이것을 모르는바가 아니다.

하지만 기어이 이 땅을 먹으려고 검질기게 접어드는 그들로서는 성동격서의 계략으로 발해의 경군을 저 멀리 북방으로 유인해놓은 이 기회를 놓치려 안할것이다.

이렇듯 당나라의 기도를 꿰뚫어보고있는 황상은 당나라군을 저들이 파놓은 함정에 몰아넣고 일격에 족칠 결심이였다.

황상의 생각은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더 멀리를 내다보고있었다.

설사 교활한 당나라가 무슨 낌새를 채고 제가 파놓은 함정에 기여들지 않는다 해도 발해로서는 싸우지 않고 적국을 이기였다는것을 온 세상에 시위할수가 있으니 이런걸 가리켜 통쾌하다고 하질 않겠는가.

아마도 열에 아홉은 적이 그 함정에 기여들지 않을것이다.

왜냐하면 장안에 발을 들여놓기 바쁘게 나의 태자가 한방망이 먹였기때문이다.

만일 당나라가 흑수말갈의 반란을 기화로 군사를 움직인다면 그것으로 화친도 깨여질것이며 발해의 대군이 반격을 들이댈것이라는 우리의 의사를 알리였으니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놈이라면 만전을 갖추고 기다리는 함정으로 기여들지 못할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따름이고 사람의 생각이란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법이라 오직 시간만이 그 결과를 나타낼것이 아닌가.

그런데 장문휴가 적들의 잔꾀를 꿰뚫어보고 성동격서를 성동격서로 짓부시자는 상주문을 올리였으니 이렇듯 안목이 넓은 인재가 이 나라에 몇이나 되겠는가.

장문휴는 당나라의 그 어떤 장수들과도 능히 대적하여 이길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황상은 어제 태자가 보내여온 당나라임금 리륭기의 열세번째아들 영왕이 안동도호로 내려갈수 있다는 소식을 받았었다.

그 소식에 황상은 아무리 병서를 통달했다는 영왕이라 할지라도 장문휴를 절대로 당하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미 서부변방을 장문휴에게 맡기기로 결심을 했던 황상은 장문휴와 영왕의 대결이자 발해와 당나라의 대결이며 이 대결전에서 통장훈을 부를수 있다는 배심으로 즉시 반안왕과 의논하고 군사에도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안원부도독을 떼버리기로 락착을 지었던것이다.

황상의 목소리가 장내를 우렁우렁 울리였다.

《탐오를 일삼던 안원부도독 리오구를 파직시키노라.》

황상의 미더운 눈길이 장문휴를 어루쓸고있었다.

《보국대장군 장문휴를 안원부도독으로 봉하노라.》

발해에서는 지방을 크게 여러 부로 나누고 거기에 도독을 파견하여 부를 다스리게 하였다.

도독에게는 부안의 백성뿐아니라 지방군을 통솔할수 있는 군권도 부여되여있었다.

장문휴는 가슴이 뜨거웠다.

어쩜 황상마마는 저리도 명철하실가?!…

상주문을 올릴 때 장문휴는 자기가 안원부로 조동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무슨 일에서나 빛을 볼수 있게 하자면 그 일을 생각해낸 발기자에게 맡겨주는것보다 더 좋은 조치는 없는것이다.

안원부가 어떤 고장인가.

료수가의 장성을 가지고있는 안원부는 나라의 서부변방을 이룬 곳으로서 서쪽으로는 거란과 서남으로는 바다를 통해 당나라와 접해있었다.

황상의 령이 장문휴의 흉벽을 쳤다.

《장문휴에게 흑수원정군에서 전군과 후군을 떼주겠노라. 공은 당나라가 한치의 땅도 짓밟지 못하도록 방비책을 세울것이다.》

허리에 찬 보검자루에 손을 얹은 황상이 엄엄한 눈길로 신하들을 한명한명 둘러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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