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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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민가들이 늘어선 거리에 말을 들이댄 장문휴에게는 무술을 배운다며 거리가 좁다하게 뛰여다니던 어린시절이 자못 감회롭게 안겨왔다.

어린시절의 자취가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거리를 빨리 지나치고싶지 않은 마음에 말고삐를 늦추었더니 주인의 그 마음을 엿보기라도 한듯 백마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였다.

이 거리에 부강해지는 나라의 모습이 어려있었다.

나날이 초가집은 줄어들고 그 자리들에 보다 덩지가 큰 기와집들이 일떠서고있다. 뿐더러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차림새도 좋아지고있으며 그보다 활력이 넘치는것이 마음에 들었다.

해마다 인구가 늘어나니 거리는 넓어만 진다.

그래 이것이 나라가 부강해짐을 보여주는것이 아니란 말인가.

장문휴는 주자감시절에 읽은바있는 책의 한구절을 그려보았다.

《나라를 부강케 하려거든 나라방비에 힘을 쓰라. 나라가 굳건해지면 밭갈이하는 땅이 늘어나고 나아가서 인구도 불어나게 될것이니 이것이 곧 부강이라는것이다.》

그 구절을 뇌이느라니 기운이 솟구쳤다.

그래서 내 이 손에 장검을 든게 아닌가. 서슬푸른 장검우에 이 거리의 번영도 생사도 달려있거니 내 평생 이 검을 내려놓지 않으리라. 만약 우리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라도 건드리는자가 있다면 나의 장검이 천백배로 원쑤를 갚고야말것이다, 아무렴!

허리를 쭉 펴며 장문휴는 눈길을 들었다.

어느새 백마는 동모산을 감도는 오루하의 기슭을 따라 길게 펼쳐진 옛 거리로 들어서고있었다. 그 거리에서 새롭게 안겨오는것은 한창 아름다운 꽃들을 피우는 무궁화나무였다.

붉은 보라색의 고운 꽃이 만발한 무궁화나무로 하여 거리는 화려해보였다.

예로부터 해동사람치고 아침에 피였다가 저녁에 지는 무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것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오래도록 빛갈고운 꽃으로 거리와 마을을 단장해주는 무궁화!

바로 그러하기에 박달겨레의 성실하고 근면한 모습을 그 꽃에서 찾아보는것이 아니겠는가.

무궁화가 만발한 거리의 한켠 마을에 아름드리 참배나무가 눈길을 끄는 기와집이 있었다. 장문휴가 나서자란 집이였다.

두그루의 아름드리 참배나무는 장문휴의 아버지가 참배의 고장이라는 락유고을에서 떠옮겨온것이다.

여기 동모산에서 북으로 불과 이삼백리밖에 안되는 고장인 락유고을은 옛적의 부여때부터 해동제일의 참배의 명산지로 소문난 고장이다.

참배나무를 심은 그날 아버지는 어린 장문휴에게 이 나무가 아름드리 큰 나무로 자라서 참배가 주렁주렁 달릴 때 너는 반드시 나라에 없어서는 안되는 큰 인재가 되여 남들이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일감들을 척척 맡아해제껴야 한다고 말했었다.

장문휴에게는 그때의 아버지목소리가 들려오는것만 같아 얼굴이 뜨거워졌다.

이제는 저 나무들이 다 자라서 해마다 주먹만 한 참배가 주렁주렁 달리였다.

《그런데 나는 나라에 없어서는 안되는 인재가 되였는가?》하고 입속으로 반문하느라니 고개가 저어졌다. 명색은 보통사람들이 까마득하게 올려다보는 대장군이건만 아직은 나라앞에 이렇다할 큰 공은 세우지 못했어.…

그러나 명백하게 자랑하고싶은것은 누구나 감당해내기 어려운 나라방비의 중임을 맡아가지고 기어이 해낼수 있다는 그것이였다. 그런 자신심을 가질수 있은것은 당초에 목숨도 바치겠다는 결심을 품고 이 길에 나섰기때문이다.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관뚜껑을 덮을 때 내려진다고 하였다.

그러니 아직은 돌아가신 부모님앞에 떳떳이 살았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어쨌든 숨이 붙어있는 한 이 길에서 사리사욕따위로 발목을 잡히지 않을것이라는 그것만은 장담하고싶었다.

《난 그렇게 살것이다.》

이렇게 속다짐한 장문휴는 참배나무가 큰 그늘을 지운 대문밖의 넓은 마당으로 들어섰다.

가지가 휘여지도록 참배가 주렁주렁한 배나무아래에 말을 멈춰세운 장문휴는 장난이 세찼던 아이적의 동심이 살아나 가슴이 울렁거렸다.

날마다 대장이랍시고 이 나무아래에 동네아이들을 모아놓고 무술을 배워주느라 벅적 끓어댔던 장문휴였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장문휴의 아들도 어려서 이 나무아래에서 마을아이들의 대장이라며 밭은 무술을 내였다.

그 아들이 이제는 어엿한 총각으로 자라 주자감을 다닌다.

몇해후에는 두벌자식까지 태여날것이고 그러면 그녀석도 이 나무아래에서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그런 광경을 펼치려고 할것이다.

말에서 내린 장문휴는 한길씩이나 미하게 자란 참배나무의 아름드리밑둥을 어루만지였다.

했더니 마치도 아버지의 장알배긴 손바닥을 만지는듯싶었다.

아버지는 터실터실한 손바닥으로 동네아이들의 대장이 되여 무술을 닦던 어린 아들을 대견하게 여겨 등을 쓰다듬어주군 하였다.

아버지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내 등을 시원하게 쓰다듬어줄 때마다 나에게 나라를 받드는 길에서 가문을 빛내이라고 하셨지.

가문을 빛내이는것이자 나라를 빛내이는것으로 되는것이니까.

이 장문휴 그런 큰 자욱은 남기지 못한다 해도 나라를 지키는 길에 한몸을 바쳤다는 말이야 어찌 남기지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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