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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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스레 산천을 달구어대는 땡별아래 동모산으로 말을 달리는 장문휴를 수십명의 기마군사들이 호위하고있었다.

서쪽에 오루하라고 부르는 강(목단강의 상류로서 오늘의 대석하)을 천연해자로 삼고 그리 높지는 않아도 웅건한 멋이 돋보이는 세 봉우리가 합쳐져 이루어진 삼형제산(오늘의 성산자산)의 허리에 반달모양으로 쌓은 산성이 발해의 궁궐이 있는 동모산이다.

궁궐이 자리잡은 이 산성밖의 거리에 여러 관청들과 벼슬아치들의 고대광실들이 큼직큼직 터를 차지했다.

그 한켠에 경군(중앙군)의 본영도 있었다.

백성들은 오루하를 낀 저편 거리들에서 산다.

발해의 궁궐은 동모산에만 있는것이 아니다.

건국이후 동모산이 강대한 나라의 궁성으로는 너무도 비좁다는것을 안 조정에서는 그곳에서 동쪽으로 20여리 떨어진 들판에 오동성을 쌓고 거기에도 궁궐을 지었다.

이렇게 동모산의 산성과 오동성의 평지성을 사이에 두고 터를 넓힌 발해의 도읍은 강대국의 체통에 어울리는 사방 수십리의 큰 도읍이였다.

그러나 발해는 물론 이웃나라들도 이 큰 도읍을 가리켜 한마디로 동모산이라고 불렀다.

장문휴와 그 일행을 태운 수십필의 군마들은 오루하의 기슭으로 나란히 닦은 큰길을 따라 오동성이 가까와질수록 더 힘차게 달렸다.

선두에서 장문휴가 탄 백마의 뒤를 바싹 따르는 가라말에는 호력이라 불리우는 전령이 타고있었다.

마침내 오동성의 남문앞에 이른 군마들은 갑자기 앞발을 쳐들며 오흥- 하고 울어댔다.

기수들이 급히 말을 멈춰세우 장문휴를 따라 일제히 말고삐를 끄당겼기때문이였다.

외지에 나가있다가 돌아올 때면 언제나 그러했듯 장문휴는 오동성과 그 맞은켠의 동모산을 경건한 눈길로 번갈아보았다.

이어 말에서 가볍게 뛰여내린 그는 그 두개의 성을 끼고 자잡은 도의 전경을 정찬 마음으로 눈여기였다.

뒤따라 말에서 내려선 호력이 장문휴를 의아해하는 눈길로 쳐다보며 물었다.

《대장군어른, 무슨 일이 생겼소이까?》

천천히 호력이에게 고개를 돌리는 장문휴의 눈에 먼저 뜨인것은 그가 쓴 투구에 꽂혀있는 한쌍의 할계라고 하는 날새의 깃털이였다.

할계는 천하에서 오로지 백두산일대에만 깃들어사는 꿩만 한 새인데 검푸른 털과 갈색의 털로 덮여있다.

천하의 날짐승중에서 할계만큼 굳세고 뭉친 힘이 세찬 새는 없을것이다.

저희 무리의 어느 한마리라도 적수에게 해를 당하면 설사 그게 사나운 승냥이나 독수리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한데 뭉쳐 달려들어서는 기어코 싸워이기고야만다.

하기에 예로부터 박달겨레는 할계를 용맹한 무사에게 비겨왔다.

때문에 고구려의 군사들은 할계깃을 정히 건사해두었다가 전장에 나갈 때면 그것을 투구에 꽂고 원쑤칠 마음을 굳히였던것이다.

그러니 발해의 군사들이 조상의 그 유풍을 어찌 잇지 않을수 있겠는가.

그때문에 원정군의 군사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너도나도 집에서 간수해오던 할계깃을 가지고나온것이였다.

장문휴는 호력의 투구에 쌍으로 꽂혀있는 할계의 깃털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도 동모산태생이지? 그래 그동안 멀리에 나가있다가 동모산에 돌아오니 기분이 어떠냐?》

호력이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기웃거렸다.

《거야 뭐… 뭐라고 할가, 태를 묻은 땅인데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소이까.》

장문휴는 미간을 찌프렸다.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열여덟살이면 어디 적은 나이인가. 이녀석이 나이에 비해서는 생각이 부족하군.…

지난해 봄 한 늙은이가 열일곱살치고는 제법 큰 키에 상씨름군같이 어깨가 쩍 버그러진 총각을 데리고 장문휴를 찾아왔었다.

그 총각이 로인의 손자인 호력이였다.

로인은 장문휴에게 이렇게 여쭈었다.

《소인의 가문은 대대로 나라의 군진을 지켜온 무인의 집이오이다. 소인도 일찌기 성무고황제를 따라 외적을 쳐몰아내는 싸움에서 적을 버이였고 이 애 아비는 그만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하였소이다. 그래서 전 이 애의 이름을 범같이 용맹한 군사가 되여 아비의 원쑤, 나라의 원쑤를 한껏 갚으라는 뜻에서 호력이라고 지었소이다.

조상들이 이룩한 상무의 기풍을 이어가자면 이 애같은 젊은것들이 군사가 되여야 하질 않겠소이까. 그래서 소인은 전장들에서 발해사람의 기강을 떨친 어른께 이 아이를 맡기고싶어 찾아왔소이다.》

이날 로인의 마음에 감동된 장문휴는 호력이를 전령으로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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