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장

3

 

발해태자 계루왕이 고국을 위해 힘쓰고있을 때 장문휴가 벌려놓은 사냥시합은 절정을 가까이하고있었다.

와- 와-

산판이 떠나갈듯 기세를 올리는 군사들에 의해서 사방에서 쫓겨나온 승냥이들이 크게 무리를 이루고 갈팡질팡하였다.

장문휴에게는 공포감으로 꼬리를 사타구니에 처박고 날카로운 이발을 드러내놓은 승냥이들이 당나라것들의 사촉을 받고 반란을 꾀하는 수말갈의 좀스러운 무리로 보이였다.

다시는 그것들이 대가리를 쳐들수 없도록 꽉 짓뭉개놓고말테다.

주먹을 틀어쥔 장문휴는 수쪽으로 돌아섰다.

발해의 강토에서 말갈인의 태반은 동북방의 불지역과 호실지역 그리고 수너머에 살고있는데 그들중 머리수가 제일 많은 무리가 흑수말갈이였다.

이를 잘 아는 당나라이기에 몇해전 발해 몰래 저희를 찾아온 수말갈의 추장들에게 많은 재물과 높은 벼슬을 안겨주면서 극성스레 우대해주었다.

이렇게 말갈인들을 끌어당긴 당나라는 수말갈이 널려사는 사방 천여리의 땅을 발해에서 썩 베여낼뿐아니라 발해를 들이치도록 내몰 흉계로 수부에 기미주까지 내오려는것이였다.

어리석고 배은망덕한 수말갈의 추장들은 바로 이 틈에 발해에서 뚝 떨어져나와가지고 말갈의 나라를 세우려는 망상으로 당나라를 등에 업은것이다.

이를 결단코 용서할수 없기에 발해조정에서는 올봄에 수말갈의 반란을 진압할 원정군을 뭇고 수로 통하는 길목인 여기 불땅에 진을 치게 한것이다.

은 서강(송화강)과 동강(우쑤리강)을 서쪽과 동쪽에 그리고 북으로는 수를 경계로 사방 수백리의 평야로 이루어진 고장이다.

무연한 평야의 도처에 강과 개울이 거미줄처럼 뻗어있고 습지가 많은 이곳의 수림에는 들짐승들이 우글거리고 땅도 비옥하여 농사도 잘되였다.

이 고장에서 주로 곡식을 심으며 살아가는 우리 겨레가 도처에 성을 쌓고 추녀높은 집이 즐비한 마을을 일떠세웠다면 말갈인들은 산골짝에다 움막을 짓고 수렵에 종사했다.

사람은 수렵만으로는 유족하게 살수 없다.

사람이 유족하게 살자면 쌀도 남새도 있어야 하고 약이며 천이며 기물같은것도 넉넉해야 하는것이다.

이런 재물은 수렵밖에 모르는 말갈족에게는 그림의 떡이였다.

그러나 무지몽매한 말갈인들도 한식솔로 여겨주는 박달겨레이기에 그의 털가죽이나 들짐승고기를 문명의 산물과 바꾸어가도록 해주었다.

그것이 어찌 은혜가 아니란 말인가.

그런데도 쩍하면 망동을 일삼는 말갈족속이였다.

여기 불에서도 말갈족이 반란을 일으킨적이 있었다. 그때가 성무고황제시기였다.

은혜를 원쑤로 갚으려는 그것들의 망동에 발해에서는 결단코 징벌을 단행하였다.

그때 태자이던 대무예가 5군을 거느리고 불녈원정을 치르었다.

원정군을 거느린 대무예는 반란의 주범을 내놓은 나머지 말갈사람들은 용서해주겠다는 령을 내리였다.

이로써 원정군이 이르는 곳마다에서 말갈인들을 발해의 백성으로서 따뜻이 대해주니 그에 감화된 반란군은 물먹은 진흙담마냥 무너져버리고 서로가 앞을 다투어 투항해왔다.

단지 역적의 괴수가 끌고다니는 악질들만이 한사코 저항해나섰다.

그때 군교로 출전했던 장문휴는 뛰여난 무술로 역적의 괴수를 버이고 그 공으로 장수로 천거된것이였다.

군교였던 그때가 엊그제같은데 오늘은 수정벌의 5군을 통솔하는 대장군의 지위에 오른것이다.

따지고보면 장문휴는 일개 군졸로부터 장수로 출세한 쉽지 않은 행운아였다. 고구려때 그의 가문은 여러명의 장수를 배출한 무관집이였다.

상무를 중시하던 고구려에서는 무술의 인재들을 귀히 써주었고 그 덕으로 장문휴의 조상들은 나라의 도읍인 평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수 있었다.

당나라의 침입으로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했을 때 그의 조상들은 솔선 칼을 들고나섰다.

하지만 그들모두는 나라를 건지지 못하고 전장에서 쓰러지고말았다.

그때 코홀리개였던 장문휴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등에 업혀 동모산으로 들어왔다.

그후 성무고황제의 시위군사가 된 아버지는 당나라침략군을 쳐몰아내는 싸움에서 여러차례나 황상의 신변을 지켜냈다.

드디여 고구려를 이은 발해를 세운 성무고황제는 다년간 자신의 신변을 지킨 그의 공을 헤아려 개국공신으로 내세워주었다.

아버지는 장문휴가 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인재가 되기를 바랐다.

장문휴의 아버지는 무술은 괜찮았지만 학식이 부족한탓에 장수로는 천거되지 못하였었다.

그것이 한으로 된 아버지는 아들만은 학식을 갖춘 큰 인물이 되길 바래서 글 문자가 들어간 문휴라는 이름을 지어준것이였다.

아버지의 각별한 관심속에 장문휴는 어려서부터 무술과 함께 글을 배웠고 커서는 벼슬하는 집의 자식들만 다니는 주자감(발해의 중앙교육기관)에 들어가 보다 깊은 학문을 닦을수 있었다.

주자감시절 장문휴가 파고든 학문은 동서고금의 병법이였다.

그가 아이적부터 남달리 알고싶었던것은 말공부와 같은 공자나 맹자의 학설이 아니라 실지 나라방비에서 써먹을수 있는 명장들의 싸움법이였다.

황상이 내준 대군을 거느리고 막강한 군력을 떨쳐가지고 그 어떤 외적도 이 나라 발해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자는것이 그의 꿈인것이였다.

우선은 고금동서 명장들의 전법을 죄다 통달하자.

이런 야심으로 주자감시절의 장문휴는 늘 병서에 취해있었다.

장문휴가 주자감을 마치자 아버지는 동모산을 지키는 경군에 들어가 군졸살이부터 하라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힘겨운 군졸살이를 겪어보아야 군심을 알수 있고 그래야 앞으로 군심 헤아릴줄 아는 장수로 될수 있다는것이 아버지의 지론이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지론이 정녕 옳은것 같았다.

주자감을 나와 곧장 벼슬길이나 더라면 싸움길에 앞서 군심부터 알아보는 습관을 붙이지 못했을것이였다.

호령질로 군사를 다스리는 장수는 싸움에서 패하기 쉽고 지략으로 군사를 이끄는 장수는 적을 이길수도 있고 질수도 있다.

허나 군사들의 마음까지 얻은 장수는 백번 싸워 백번 다 적을 이길수 있는 법이다.

바로 이 리치를 군졸살이를 겪을 때 깨달은 장문휴였다.

그 리치를 언제나 가슴에 묻고있기에 오늘 이 류다른 사냥시합도 펼쳐놓을수 있었던것이다.

이 사냥시합에서 특별히 많은 승냥이를 잡은 군졸은 군교로 등용할것이며 군교들은 한등급 올려줄것이였다.

그래 이것도 군심을 앙양시키는 비방이 아니란 말인가.

이것은 사냥시합으로 무술인재들을 등용한 고구려의 유풍을 이어가는것이기도 하다.

군심이 앙양된 군사를 당할자 없다.

이제 사냥시합으로 열이 오른 군사를 거느리고 수로 진격하면 그길로 반란의 무리는 풍지박산나고말것이다.

하다면 우리의 원정을 언제 시작해야 맞춤하겠는가.

아무 일에서나 득을 크게 이루려면 첫걸음을 떼는 시기를 잘 택해야 한다.

생사가 오고가는 싸움은 더욱 그러하다.

수말갈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킨 당나라로서는 그 무리를 발해에로 내몰기 위하여 반드시 음모의 능수들을 그곳으로 보냈을것이나 그 음모군들의 움직임은 우리의 눈과 귀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당나라에 숙위로 가는 황자들을 따라가 장안에 깊숙이 배기질 않았는가. 그것도 부족하여 장사군들의 일행으까지 따라가 숨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그 길에 마음먹고 나선 계루왕이 있으니 당나라가 아무리 귀신처럼 흉계를 꾸민대도 드러나기마련이다.

이제 당나라의 음모군들이 제 소굴에서 기여나올 때 황상께서 진격령을 내릴것이다.

우리의 이번 진격은 저 멀리 북쪽의 바다(오호쯔크해)에 이르는 광활한 북방의 강토가 영원한 우리 나라 발해의 강토임을 다시한번 만천하에 알리게 될것이다.…

《대장군어른.》

지금껏 장문휴를 조심히 따르던 애젊은 전령의 부름소리였다.

그 소리에 눈길을 들어 전령이 가리키는 앞을 바라보니 희한한 광경이 안겨오는것이였다.

기이하게도 천고의 밀림은 꿈같이도 끝나버리고 개울을 낀 넓은 들판이 펼쳐졌는데 바로 거기에 굉장히 큰 승냥이무리가 오골오골 몰켜서 울부짖고있었다.

재빛승냥이, 검은승냥이, 누런승냥이, 흰승냥이…

이렇게 많은 승냥이는 보다 처음이였다.

창검을 꼬나든 군사들이 그놈들을 노려보며 한걸음한걸음 조여들수록 승냥이들은 길길이 날뛰며 아우성쳤다.

죽음이 박두한 이런 정황에서 승냥이들이 단말마의 악을 쓸건 뻔했다.

군사들이 한명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재빨리 등에 진 동개에서 활을 뽑아든 장문휴는 여느 놈들보다 몸집이 두곱이나 되는 대단히 큰 늑대를 겨누어 화살을 날리였다.

하늘을 나는 작은 새도 쏘아떨구는 명궁술을 지닌 장문휴의 솜씨는 갈데 없었다. 통에 살을 받은 늑대는 -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쳤다.

《활을 쏘라!-》

장문휴의 웨침소리에 활을 벗어든 군사들이 너도나도 시위줄을 당겼다. 삽시에 화살이 비발치듯 하였다.

장문휴는 한바탕 검술도 시위하고싶었지만 제 자랑같아 뒤로 물러서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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