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회)

삼국사에 이르기를 …고구려의 후손들이 태백산(백두산)아래에 나라를 세우고 발해라 하였다.

…발해군이 바다를 건너가 당나라의 등주를 공격하였다.》

                                                                                (《삼국유사》권제1 기이 제2《발해》72페지)

 

제 1 장

1

 

발해가 일떠선지 아직 30년도 못된 인안7년(발해의 년호, 726년) 여름이다.

광활한 령토를 가진 발해의 동북땅에 푸르른 밀림이 설레이고있었다. 아직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나 미쳐보지 못한 태고연한 밀림이였다.

한여름의 덕에 한껏 잎새 무성해진 참나무며 이깔나무와 같은 거목들이 하늘을 꽉 가리운 밀림의 바다는 볼수록 장관이였다.

나무 웃초리를 어루핥으며 무변광대한 밀림에로 바람이 기세차게 불고있었다.

쑤아-

머나먼 남쪽에서부터 불어왔을 후더운 마파람이 여기 발해의 삼강벌에 펼쳐진 천고의 밀림을 힘차게 누비며 거센 바람소리를 일으켰다.

저기 동쪽의 지평선우로 두둥실 솟구쳐오른 둥근 해덩어리가 이글이글 뜨거운 열기를 사방으로 내뿜는데 그에 화답하는듯 밀림의 여기저기에서 주라소리들이 길게 울리고 이어 군사들의 함성이 메아리쳐왔다.

부웅-

와- 와-

쪼각하늘마저도 바이 찾아보기 힘든 어둑침침한 밀림속에서 발해의 수만대군이 일대 격전이라도 치르는듯 맹돌격을 하고있었다.

정녕 이 나라 강토를 범한 흉포한 외적을 무찌르는 싸움이 벌어진것인지…

갑옷과 투구를 차리고 억센 손에 병쟁기를 틀어쥔 군사들이 참빗질을 하는양 숲속을 샅샅이 털며 돌진하는데 그 갑작스러운 사람사태앞에 기겁한 산짐승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생야단이 났다.

이상한 일은 군사들마다 노루며 사슴이며 메돼지, 산토끼들에게는 뒤로든 옆으로든 빠져나가도록 길을 틔워주는것이다.

군사들은 오로지 승냥이무리만을 몰아내느라고 눈에 달이 떠있었다.

어떤 축들은 나무우로 황급히 날아오르는 시꺼먼 까마귀를 향해 화살을 퍼붓는다.

승냥이나 늑대는 말할것도 없고 날새인 경우에도 흉측한 까마귀만을 잡아야 한다는 군장의 령을 받고 벌어진 사냥인것으로 하여 수수천년 굳잠에 묻혀있던 밀림이 이렇듯 발칵 뒤집힌것이다.

성급한 축들은 겁에 질려 쫓기우던 승냥이를 때이르게 서슬푸른 창검으로 꿰찔러가지고서는 죽은 놈을 등에 지고 동료들을 따르느라 비지땀을 뿌렸다.

좌군, 우군, 중군 그리고 후군과 전군의 5개 부대들이 참가한 이번의 사냥시합에서는 잡은 승냥이의 마리수로써 승부를 가르고 상을 내리기로 되여있다.

그래서 5군의 부대들이 저마끔 밀림의 바다를 큼직큼직 갈라내여 승냥이몰이로 열을 올리는것이다.

5군을 통솔하는 대장군 장문휴가 벌려놓은 이 류별난 사냥시합이 미구에 북방에다 흉악스러운 칼을 박으려고 날뛰는 흑수말갈의 반란무리를 격멸하는 일대 격전으로 이어지리라는것을 군사들모두가 알고있었다.

이때문에 보다 용기백배해진 마음으로 밀림을 터는 군사들이였다.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쫓겨난 승냥이들이 울부짖으며 황급히 앞으로 내뛰였다.

허나 그 앞쪽에서도 일대 포위진으로 마주향해 조여드는 군사들의 함성이 메아리치고있었다.

승냥이무리를 몰아가는 군사들속에서 5군을 호령하는 대장군 장문휴도 창을 휘두르고있었다.

언제 벌써 쏘아잡았는지 그의 등에는 두마리의 독수리가 노끈에 매여있다.

보건대 장문휴는 누구나 첫대면에 벌써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정녕 장군다운 위엄이 당당했다.

보통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에 다부지고 뼈대도 어찌나 굵은지 그가 큰 걸음을 옮길 때면 땅이 꺼질것만 같았다.

기력이 넘쳐나는 무게있는 체격에 잘 어울리는 널직한 이마에서는 지혜가 엿보이고 시꺼먼 눈섭밑의 두눈에서는 그 눈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들게 하기도 하고 기가 죽어버리게도 하는 엄엄한 정기를 뿜고있었다.

장군다운 위풍이 당당한 그가 남달리 뛰여난 무예를 지닌것은 너무도 응당하였다.

장문휴가 쏜살같이 준마를 내달리며 재치있게 창검술을 펼쳐보일 때면 사람들은 한결같이 무적의 장수라며 감탄해마지않았다.

또 그가 커다란 지도를 앞에 놓고 적을 족칠 묘책을 궁냥해낼 때면 오랜 장수들까지도 고개를 숙이였다.

장문휴는 군사에만 밝은것이 아니고 옛 성현들의 글에도 통달하고있었다.

타고난 총명에다 지칠줄 모르는 정열로 모든 학문을 파고들었으니 문무를 겸비할수밖에 없었고 결국 나이 마흔고개에 수만대군을 통솔하는 보국대장군(발해에서 품계가 제일 높은 무관벼슬)으로까지 된것이다.

박달나무와도 같이 든든한 손목에 힘을 꾹 주고 음침한 웅뎅이속에서 단잠을 자던 송아지만 한 재빛승냥이를 창대로 뚱기쳐낸 장문휴는 흡족한 기분에 소리없는 웃음을 지었다.

몇달전 수만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도읍인 동모산을 떠나 천수백리의 여기 북방의 불녈땅에 진을 칠 때에는 이렇듯 큰 사냥시합을 벌리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었다.

황상의 어명이 내려지면 당나라의 사촉하에 조상이 물려준 강토를 발해에서 떼여내려는 저 흑수(흑룡강)쪽에 사는 흑수말갈의 반란무리를 단숨에 짓뭉개버릴 만단의 싸움준비를 갖추고있는지도 몇달, 더는 세월을 무료하게 보낼수 없기에 군사들의 사기도 높일겸 이 고장 백성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있는 승냥이무리를 박멸하려는 의도에서 전례없이 큰 규모의 사냥시합을 벌린것이였다.

요즘 장문휴는 흑수말갈이란 말만 들어도 기분이 잡쳐졌다.

하긴 발해사람치고 그렇지 않을 사람이 어데 있겠는가.

말을 바로한다면 말갈족은 까마득한 옛적부터 태백산(백두산)을 떠인 광활한 강토에 강대한 나라를 일떠세우고 문명을 떨쳐온 박달겨레가 아니였다면 생존 그자체마저 어려웠을것이였다.

머리수도 보잘것 없고 그나마 삼삼오오 뿔뿔이 흩어져 이곳저곳 떠돌며 수렵으로 힘겨웁게 목숨이나 부지하던 그들이 동방의 강대국으로 천하를 굽어보는 박달겨레의 손길이 미치여서야 마침내 부락을 이루고 번창할수 있은것이다.

그 은혜를 갚겠다며 고구려때에는 외적을 쳐부시는 싸움에 군사를 내여 참전했던 말갈족이였다. 그리고 당나라침략군을 몰아내고 발해를 건국할 때도 다소나마 기여를 했던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말갈족에서 세력이 으뜸인 흑수말갈이 배은망덕하게도 당나라것들과 손을 잡고 저를 길러준 나라에 반기를 든것이다.

《륙실할 놈의 족속들!…》

치솟는 분기로 하여 철퇴같은 주먹을 꾹 뭉쳐쥔 장문휴는 흑수말갈이 둥지를 틀고있는 북쪽을 노려보았다.

이윽고 장문휴는 남쪽으로 눈길을 돌리였다.

당나라의 도읍 장안을 그려보는 장문휴의 얼굴에는 근심이 어려들었다.

장안에 가있는 태자의 건강은 어떠한지…

뜻대로 일은 되여가고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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