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1 회)

제 2 편

(26)

(1)

 

이튿날 설경성은 개경에 있는 제자들을 모두 불러들이였다.

멍석을 펴놓은 뜨락에 앉아 력동이로부터 그동안의 향도의 형편을 듣고난 설경성은 꽤 두툼한 종이묶음을 내놓았다.

이국에서 병치료를 하며 새롭게 터득해낸 비방들을 적은것이였다.

소갈에는 두릅나무껍질도 좋고 또 콩팥이 나빠서 눈에 검은 꽃무늬가 보이는데는 숙지황과 단국화가 괜찮으며 협통(담석증에 해당되는 병)뿐아니라 석림에도 율무를 달여서 늘 마시면 좋다는것도 새로 얻어낸 비방들이였다.

귀향길에 수집한 비방들도 적혀있었다.

그것들중에 신비로운 비방들이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것은 오리나무껍질가루가 오징어뼈가루보다 피멎이에도 특효있고 설사를 멈춘다는것, 늙은이들이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뽕나무재물로 늘 머리를 감으면 아이들처럼 눈이 밝아지며 쇠붙이에 베였을 때 밤가루를 바르면 상처도 곪지 않고 잘 아문다는것 그리고 흙물을 앙금앉혀 마시면 버섯중독을 풀며 리질에 지렁이를 끓인 물이 좋다는것 등이였다.

종이묶음을 력동이에게 들려준 설경성은 이 비방들도 향도의 모두에게 알려주라고 하였다.

그날 저녁 설경성은 첨의찬성사 홍자번을 찾아갔다.

한시급히 설경성을 만나보고싶어했던 홍자번은 너무 기뻐 눈물까지 흘리였다.

설경성을 자기 방으로 이끈 홍자번은 자리에 앉기 바쁘게 부르짖었다.

《이젠 됐네, 자네가 왔으니 조인규나 렴승익이 더는 기를 펴지 못할거네.》

조인규, 렴승익이라는 소리에 설경성은 이가 갈렸다.

그들이 저희 세력의 패권을 위해 자기를 해치려 하였으니 두눈에 흙이 들어간대도 어찌 그 원쑤를 잊겠는가.

그동안 조인규는 밀직사의 두번째 자리인 지밀직사사로 그냥 류임되여있었지만 렴승익은 첨의부에서 찬성사 다음의 첨의참리로 뛰여올랐다.

《자네가 후비라이의 목숨을 거머쥐고 우리 고려에 유익한 일들을 하자 그에 얼마나 질겁했던지 그것들이 기가 죽어 머리를 쳐들지 못했네. 정말 통쾌하단 말일세.》

홍자번의 말은 사실 그대로였다.

설경성이 의술로 임금의 총애를 받게 된 첫날부터 조인규네는 그를 해칠 기회를 노리기는 했어도 내놓고 탐욕을 부리지 못했다.

그것들의 거두인 강윤소까지도 설경성의 눈밖에 나서 조정에서 밀려나는판인데… 게다가 설경성이 후비라이를 살려놓으니 아예 어제날과 결별한듯 고려를 위해 애쓰는척 하였다.

설경성이 긴숨을 내쉬며 웃음을 지었다.

이 몇해 설경성은 스스로 깨달은것이 있었으니 어이하여 임금이 친원세력을 그냥 내버려두고있는가 하는 까닭이였다.

건국이래 이 땅을 침범한 거란이든 몽골이든 그 어떤 대적도 모조리 쳐물리친 고려인데 오늘의 임금이라고 해서 외적에게 순종할리는 없었다.

다만 오랜 전란으로 모두가 지친 그 점을 고려하여 잠시 친원세력을 지켜볼뿐이였다.

이제 기운이 회복되면 임금부터가 빼앗긴 강토를 되찾는 싸움을 벌리자고 할것이고 그와 더불어 친원세력에게 가차없이 벌을 내릴것이라고 설경성은 생각하고있었다.

이런 생각으로 설경성이 입을 열었다.

《지금당장 조인규네를 몰아내고싶어하는 자네 마음을 내 모르는바 아닐세. 죄는 지은대로 간다고 그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을 땐 꼭 준엄한 대가가 차례질것인즉 우린 제할바를 하면 될거네.》

밤깊도록 설경성은 앞으로 자신이 하려 하는 일들에 대해서 홍자번의 조언도 듣고 그에게도 조언을 주었다.

다음날부터 상약국과 태의감은 물론 제위보며 혜민국 같은 의술과 관련된 관청들을 일일이 돌아보며 실태를 료해한 설경성은 무능한자들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의술이 높은 의원들을 천거하는 상주문을 올리였다.

그와 함께 태의감과 혜민국에 내온 의생당들에서는 조석견과 력동이 의술을 강의하는 조치도 취했다.

이어 김석에게는 원나라에서 가지고온 대풍자를 탐라의 문둥병자들에게 가져다주라는 분부를 내리였다.

이렇게 의술과 관련한 일들을 바로잡으면서 설경성은 자기를 해치려던 조인규와 렴승익을 조정에서 몰아내고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국사에 어찌 사사로운 감정을 끌어들인단 말인가.

국사를 처리함에 있어서 공적인 립장에 서면 일이 잘 펴나가지만 사적인 립장에 서면 랑패를 보기마련이다.

그러니 한걸음 물러서서 그들을 진정으로 대해주면 제 잘못을 후회할게 아닌가.

그러나 끝까지 제 잘못을 숨기고 원나라에 국익을 팔아먹으려 한다면 그땐 내 몸이 그대로 검이 되여 목을 칠테다.

이렇게 생각한 설경성은 이어 장수들을 료해하는 일에 달라붙었다.

한편 첨의찬성사 홍자번과 달리 요즘 삼사의 두번째 자리인 좌사로 전직된 조인규는 설경성의 활약에 몹시 불안해하였다.

이러다 우리가 망하는게 아니야?

생각할수록 홍자번의 친구인 설경성이 임금의 총애속에 일약 군부총랑으로 출세한것이 기가 막혔다.

조인규에게는 설경성이 고래와도 같이 여겨졌다.

상대가 어슷비슷해야 돌팔매질도 하고 물어뜯는 험담도 할수 있는 법이다.

고래와도 같은 존재를 건드렸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할것이라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는것이 상책이다.

이렇게 생각한 조인규는 부하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고 제 맡은 일에 전심하라는 령을 내리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