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51 회)

제 13 장

해뜰무렵

 

(5)

 

장례식을 마친 며칠후 량세봉이 피살당했다는 보고를 받은 일본통화령사관분관과 관동군사령부의 고위인물들이 수백명의 군경을 달고 군용차를 타고 행수하자로 달려들었다.

왜놈들은 독립군이 철수한 행수하자마을에서 조선사람들을 강변에 끌어다놓고 량세봉의 시신을 내놓으라고 강요하였다.

끌려나온 사람들은 량세봉의 묘지가 어디 있는지를 모른다고 하나같이 뻗치였다.

이렇게 되자 일본장교놈들이 오래동안 조선독립군을 물심량면으로 지원하여온 행수하자 촌장의 가슴에 총부리를 들이대고 량세봉의 시체를 내놓지 않으면 네놈뿐아니라 여기 모인 마을사람들 전부를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였다.

일본군경놈들은 기관총을 마을사람들에게 겨누고 사격태세를 취하였다.

이렇게 되여 체포당한 마을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할수없이 촌장이 사실대로 말하였다.

일본군경놈들은 량세봉의 묘지를 찾아내여 시신을 꺼낸 후 마을에 들고와서 사람들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 농민에게 작두로 량세봉의 머리를 자르라고 명령하였다.

왜놈의 요구에 농민은 거센 목소리로 반발하였다.

《나는 조선사람이다! 조선사람이 어찌 자기 총사령의 머리를 자를수 있단 말이야! 나는 그렇게 할수 없다!》

간악한 왜놈들은 그 자리에서 농민에게 다섯발의 총탄을 쏘아 무참히 살해하였다.

놈들은 제놈들의 손으로 량세봉의 머리를 잘라 통화령사관분관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거리의 한곳에 량세봉의 머리를 장대에 매달아놓고 조선사람들을 불러내여 보라고 선전하였다.

행수하자마을 사람들은 악독한 왜놈들이 물러가자 량세봉의 시신을 다시 산성기슭에 정히 안장하였다.

이 비통한 소식이 동변도의 각 현에 널리 전해졌다.

조선사람들은 물론 그의 명성을 잘 알고있던 중국사람들도 커다란 비분에 휩싸였다. 특히 량세봉과 따뜻한 우애의 정을 나누었던 사람들은 불굴의 애국용장 량세봉의 이름을 목놓아부르며 통곡하면서 천추에 용서 못할 왜놈들과 중국의 반역자들의 죄악을 단죄하였다.

베이징에서 발간된 《흑백반월간》잡지에는 이렇게 비통한 심정을 피력하였다.

《그는 조선독립을 위하여 싸우면서 여러해동안 국민을 불러일으킨 조선독립군의 걸출한 지도자였다. 지금 그의 서거는 조선독립운동에 커다란 손실을 주었다.》

동북인민혁명군 1군의 지휘원 양정우는 량세봉의 소식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1군 지휘부성원들을 다 참가시켜 추도회를 열고 자기가 직접 지은 추도시를 비통하게 랑독하였다.

청원현 깊은 막바지 산골에 숨어있던 가족들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강연희가 량세봉의 전령과 함께 찾아갔던것이다.

윤재순은 왜놈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자기들을 찾고있었으나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왔다. 량원봉, 량시봉도 함께 왔다.

량세봉의 어머니 김씨도 아들의 손목이라도 잡아봐야겠다며 따라나섰다. 그러나 아들의 참살소식에 접한 순간 애통하게도 커다란 충격에 실명이 되여버려 산 하나를 넘고나서 되돌아섰다.

윤재순은 머리없는 시신이라도 다시 보겠다며 묘를 파내고 집가까이에로 모셔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마을늙은이들이 왜놈들의 포악이 너무도 심하니 땅이 좋은 그곳에 그냥 두었다가 조선독립이 된 다음에 옮겨가라고 하나같이 만류하였다.

사실 가족들이 깊이 숨어서 여기저기로 처소를 옮겨가며 사는 형편이라 시신을 옮겨갈 형편도 못되였다.

량세봉의 희생은 조선독립군의 커다란 손실이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조선독립군은 급속히 약화되였다.

그의 유지를 받들어 독립군의 전체 장병들이 백두산에로 향하는 걸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인허가 량세봉의 뒤를 이어 조선독립군에 대한 지휘권을 장악하였으나 적들에게 계속 밀리였으며 그는 끝내 일본놈들에게 체포되였다.

적들이 그를 전향시키려고 별의별짓을 다 했으나 고인허는 끝까지 지조를 지켰다.

평생 고루한 민족주의울타리에 속박되여 반공적인 리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으나 견결한 반일투사로서의 지조를 지킨 고인허는 일제에 의해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속성군관학교 교장도 부대를 수습하려 애썼으나 그 역시 왜적들과의 격전을 치르다가 전사하였다.

3방면군 사령이던 장명도도 1937년에 부대를 이끌고 왜적들과 접전하다가 장렬하게 희생되였다.

조선독립군의 마지막부대로서 왜적과 끝까지 싸운것은 2방면군 사령 최윤구가 인솔한 부대였다.

최윤구는 량세봉의 유지를 지켜 끝까지 조선인민혁명군과의 련합작전을 벌려나갔으며 마침내 반일의 기치, 독립의 기치를 끝까지 지킨 300여명의 장병을 이끌고 조선인민혁명군을 찾아떠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량세봉의 뜻대로 항일의 맥을 끝까지 이어오다가 공산주의대오에 들어선 그들을 화전에서 따뜻이 맞아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전체 장병들을 조선인민혁명군에 편입시켜주시고 최윤구를 조선인민혁명군의 지휘성원으로 임명하시였다.

최윤구는 여러차례의 전투를 지휘하다가 항일전장터에서 장렬하게 희생되였다.

량세봉을 끝까지 보좌하여왔던 참모장은 나이가 많고 병이 심하여 양정우의 권고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자기 아들 두명을 자기대신 조선인민혁명군에 입대시켜 일제와의 싸움을 대를 이어 계속하게 하였다.

강연희도 조선인민혁명군에 편입되여 끝까지 항일전선에 서있었으며 그 영광스러운 대오에서 마침내 해방의 날을 맞이하였다.

그들은 위훈과 수난으로 엮어진 독립군의 마지막대원들로서 조선인민혁명군에 합류함으로써 조선의병대의 맥을 이어온 조선독립군은 력사에 자기의 빛을 잃지 않게 되였고 태양의 위대한 품속에서 력사의 변증법대로 자기 발전의 찬란한 궤도에 오르게 되였다.

1986년 9월 평양교외의 신미리에 애국렬사릉이 건립되였을 때 량세봉의 유해도 안치되였다.

돌사진으로 부각된 량세봉이 오늘도 피어린 일진풍운이 휘몰아치던 이국의 산악에서 기어이 살아 안기고싶어하던 사랑하는 조국땅이 위대한 수령님들의 손길아래 락원으로 변천되여가는 모습을 기쁨속에 바라보는듯싶다.

파란만장으로 엮어진 혈전의 자욱이 스며있는 남만의 왕청문에도 1995년 조국해방 50돐을 맞으며 량세봉의 반신상이 세워졌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중반기까지 독립운동의 자랑찬 탑을 쌓아올렸던 열렬한 애국자이며 독립전의 용장이였던 조선독립군 총사령 량세봉은 《항일명장 량세봉》이라고 새긴 화강석축대우에 근엄하게 앉아 자기와 동료들의 선혈이 스민 옛 격전터를 사려깊은 눈으로 바라보고있다.

그 눈빛에는 이 땅을 노리는 원쑤들과는 타협하지 말고 무자비하게 싸워야 하며 민족의 존엄과 안녕은 자기 힘, 자기 손으로 지켜야 한다는 력사의 불변의 진리와 간곡한 당부가 어려있는듯싶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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