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50 회)

제 13 장

해뜰무렵

 

(4)

 

한편 강연희와 부관은 재빨리 나무를 얻고 수수대를 칡넝쿨로 얽어 들것을 만들었다.

그들은 의식을 잃은 량세봉을 조선독립군 총관으로 활동하고있는 행수하자마을의 조선인촌장집으로 옮겨갔다.

추격전에서 돌아온 나어린 경위대원들이 엉엉 소리내여 울며 량세봉을 에워싸고 갔다.

강연희는 두 대원을 부대에 보내 군의관을 데려오게 하였다.

소식을 들은 사령부에서 양하산참모장과 고인허가 군의관을 두세명 데리고 달려왔다.

그들은 어유등불을 여러개 켜놓고 응급처치를 하였다.

새벽녘이 되여 량세봉이 눈을 떴다.

그는 자기를 눈물을 머금고 지켜보는 강연희와 최윤구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숨을 헐떡거리며 부탁하였다.

《문을 열어주오.》

한 대원이 덤벼치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상현달이 늘어뜨리는 푸릿한 빛이 비쳐들었다.

《백두산이… 어느쪽이요?》

《예?… 백두산말입니까?》

강연희가 뜻밖의 물음에 어리둥절해있다가 문밖을 둘러보며 급하게 대답하였다.

《저기, 저쪽입니다!》

강연희가 대원들에게 부탁하였다.

《총사령님을 문가까이로 옮겨주세요. 조심히…

조심히…》

량세봉은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강연희의 손길을 따라 문밖을 내다보았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이 비껴들었다.

(이제 저 별이 바래지면 해뜰무렵이겠지.

그래, 해가 솟구말구. 해뜰무렵이야.)

량세봉은 검푸른 하늘에 그리움에 젖은 눈길을 보내고있다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김일성동지의 모습이 삼삼히 떠올랐다.

열과 정이 어린 모습! 패기와 열정으로 빛발치는 모습! 담력과 슬기가 넘친 모습!

《아저씨, 왜 그러고계십니까? 일어나십시오.

어서 일어나십시오.

아저씨는 그렇게 맥을 놓고 누워계셔서는 안됩니다.

일어나십시오.…》

그이께서 안타깝게 웨치시는것 같다. 오라고,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오라고 애타게 손을 저어주시는것 같다.

량세봉은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아, 김대장!… 내 성주한테서 아저씨라는 정든 부름을 더는 듣지 못하겠구만!

하지만 김대장! 난 김대장이 아저씨라 불러주는것만 해도 고맙구 감사하구… 행복하네.

아, 아!… 김대장, 나를 용서해주게.

내 지금껏 눈을 뜨지 못했던탓으로 떠오른 해님도 보지 못하다가 비쳐든 해발에 눈을 번쩍 뜨니 명이 진했구려…

성주! 나는 가네!

내 구천에 오르면 아버님 찾아뵙구 김대장 얘길 해주겠네.

아드님께서 내 나라 하늘에 김일성장군이 되여 솟구쳐올랐다구, 조선은 이제는 김일성장군을 태양으로 길이길이 모시게 될것이라구.

성주! 부탁하네!…)

량세봉은 다시 눈을 떴다.

여전히 머리맡에는 강연희와 최윤구가 자기 손목을 잡고 눈물을 달고 내려다본다.

《음- 원통하구나.… 조국이 그리워!… 음-》

량세봉이 신음소리를 내지르고는 일어나앉으려고 거구의 몸을 뒤채이였다.

《오빠, 누워계세요. 움직이면 안돼요.》

강연희가 량세봉의 손목을 꼭 잡은채 울먹거리였다.

량세봉이 기력을 다 모아 힘들게 마지막부탁을 남기였다.

《내 명령을 듣소.》

《예, 말씀하십시오.》

최윤구와 양하산이 얼른 대답하였다.

김장군을 찾아가게. 최사령만 가지 말구 우리 대원들을 다 데리고 가게.》

《알았습니다.》

《독립군이 항일기치를 내리지 않고 싸워서 이기고 조국으로 가는 길은 백두산으로 가는 한길뿐일세.

내가 좀 일찌기 결심을 내려야 하는건데, 난 일생토록 방황하였네. 당신들은 더는 나처럼 방황해서는 안되네.》

량세봉은 다짐을 바라며 절절하게 부탁하였다.

최윤구가 더운 눈물을 량세봉의 이마우에 후두둑 떨구며 맹세를 다지였다.

《알았습니다. 명령대로 백두산으로 가겠습니다.

다 데리고 가겠습니다.》

량세봉은 최윤구의 맹약에 만면에 희미한 미소를 짓는데 그것이 이어 그대로 굳어졌다.

《오빠! 가지 마세요! 이렇게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렇게 가시면 안됩니다.

오빠! 오빠! 김대장이 기다리구 있는데… 우리 함께 김대장을 찾아가자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강연희가 량세봉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통곡을 터뜨렸다.

최윤구와 고인허 그리고 경위대원들이 총사령의 희생이 너무도 분하고 애통해서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소리내여 울었다.

이렇게 량세봉은 아직도 정력에 넘치는 젊은 나이에 평생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역의 하늘아래서 애국의 피가 끓던 심장의 고동을 멈추었다.

그의 시신이 산성아래에 있는 김도선이라는 조선사람집으로 옮겨졌다.

오금수와 경위대원들은 날이 밝아서야 왕명번을 찾아냈다.

그놈은 간밤에 제놈이 흉탄을 날린 수수밭근처의 개울창에 엎드려 개구리처럼 사지를 쭉 뻗고 숨을 죽이고있다가 한 경위대원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왕가놈을 잡았다!-》

그놈의 살찐 목덜미를 움켜쥐고 상통을 되알지게 한대 줴먹인 나어린 경위대원이 크게 부르짖자 대원들이 일시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온몸에 흙탕을 뒤집어쓰고 겁에 질려 소눈깔만 한 두눈만 데룩거리고있는 왕명번에게 달려들어 상통에 주먹을 날리고 발로 그놈의 구유통같은 몸통을 짓밟아 완전히 죽탕을 만들어버렸다.

오금수경위대장이 대원들과 함께 그놈을 끌고 행수하자마을로 돌아왔다.

마을사람들은 량총사령이 잘못되였다는 비통한 소식에 억이 막혀 눈물을 쏟으며 왕명번에게 달려들었다. 왕명번을 드디여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뛰여온 최윤구가 겨우 사람들을 떼낸 다음 량세봉을 눕힌 농가마당에 들어섰다.

량세봉의 시신두리에 모여있던 독립군지휘관들은 최윤구가 반주검이 된 왕명번을 끌고 나타나자 총사령과의 영결의식에 앞서 량세봉의 령전에서 천인공노할 배신자 왕명번을 처형할데 대하여 결정하였다.

참모부의 결정이 전달된 후 마당앞에 말뚝을 세우고 왕가놈을 끌어낼 때 경위대의 두취소대장이 주먹으로 눈물이 쏟아지는 눈지방을 연신 닦고있다가 최윤구의 앞에 와서 간절히 청원하였다.

《그놈에 대한 징벌을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저희들이 그 배신자놈을 처단하겠습니다.》

두취의 곁에는 경위대원 두명이 나란히 서서 최윤구에게로 눈길을 박고있었다. 그들도 다 두취처럼 경위대에 소속되여있는 중국사람들이였다.

최윤구는 자기가 나서서 배신자의 가슴에 총탄을 날리고싶었으나 그들의 절통한 심정이 헤아려져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렇게 하시오!》

세사람은 량세봉이 특별히 사랑해주던 대원들이였다.

그들은 다 부모들을 왜놈들에게 잃고 산중을 헤매다가 량세봉의 눈에 띄여 항일전에 나섰다.

량세봉은 그들의 처지와 불행에 동정을 금치 못하며 정을 기울여 끌끌한 대원으로 키워 슬하에 두어왔다.

두취는 량세봉의 인간적향기에 푹 취하여 조선이 독립되면 꼭 량세봉의 고향에 가서 량세봉을 아버지처럼, 형님처럼 모시고 살아가겠노라고 굳이 언약까지 했었다.

두취는 왕명번에게 다가가 아래로 늘어져 건들거리는 그놈의 상통을 주먹으로 괴여 버쩍 쳐들고나서 맵짜게 호령하였다.

《야! 이 중국의 반역자야! 저 통곡소리 듣느냐, 이놈! 대갈통 들고 봐라! 죽어도 네놈이 어떤 만고죄악을 저질렀는지 알고 죽어라!

네놈은 중국사람들모두가 자기 자식처럼, 자기 친형처럼, 자기 장수처럼 그지없이 사랑하고 아끼고 존경하던 중화민족의 은인을 해치였다.

중화민족에게 의리도 도덕도 량심도 없다는 수치와 치욕을 새겨주고 천대만대 용서받지 못할 죄를 남겨놓았다.

이놈아, 총사령님이 어떤분이냐?! 당취오 24만대군이 왜놈들 불질에 도망쳐버린 이 남만에서 홀로 남아 왜놈을 족쳐오신분이다.

총사령님 총에 죽어버린 쪽발이들이 조선만 덮친 놈들이냐. 그놈들이 여기 중국에 와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못된짓을 하고있느냐. 그런데 네놈이 이 남만에서 중국사람들을 대신하여 그 왜놈들을 쳐부시고있는분을 배신했단 말이다! 이 천하무도한 역적놈아!

네놈때문에 우리 중국사람들의 얼굴에 치욕이 찍혀지지 않았느냐.

우리가 조선사람들앞에서 어떻게 머리 든단 말이냐. 네놈에게 내린 극형은 우리 4억중국사람들이 함께 내린 징벌이다. 우리 중화민족은 왕가 네놈을 대를 두고 저주하며 조선사람들에게 용서를 빌게 될거다.

그러니 네놈은 백번도 죽어 마땅한 놈이고 죽어도 우리 중국사람들의 손에 죽어야 할 놈이다.

이 개 돼지보다 못한 인간망종아, 중화민족이 내리는 저주를 받아라! 사격준비!》

두취는 이렇게 상처입고 울부짖는 호랑이처럼 피에 젖은 목소리로 왕명번을 단죄하였다.

구령을 치고난 두취는 자기도 절컥 장탄을 하고 총을 들어올렸다. 그의 곁에서 비분에 찬 눈총을 왕명번의 상통에 쏘아박고있던 두 대원도 총을 어깨에 들어올렸다.

《목표, 왕가놈의 대갈통! 쐇!》

구령이 떨어지자 세발의 총탄이 반역자의 대갈통을 뚫었다.

《목표, 왕가놈의 가슴! 쐇!》

두취가 악에 치받쳐 련속 구령을 치자 또 세발의 총탄이 왕명번의 심장을 꿰뚫었다.

역적의 가슴팍에서 선지피가 뿜어져나왔다.

《목표, 왕가놈의 배때기! 쐇!》

세발의 총탄이 배신자의 복부를 관통하였다.

배신자를 처형하고 난 두취는 두 대원을 거느리고 량세봉의 령전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무릎을 꿇고 엎드려 비통하게 부르짖었다.

《총사령님! 총사령님!

저 돼지같은 놈의 목숨 하나로 어찌 이 한을 다 풀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총사령님! 저희들을 믿어주십시오.

중국사람들속에 왕가놈과 아동양같은 배신자는 한줌도 안됩니다. 모두가 총사령님을 존경하며 영원히 잊지 않을것이며 자자손손 남만의 영웅으로, 항일명장으로 칭송해가며 잊지 않을것입니다.

그리고 총사령님이 안겨주신 이 총을 놓지 않고 조선사람들과 어깨겯고 왜적을 족치겠습니다.

총사령님!- 량총사령님!- 저희들을 믿어주십시오!》

두취는 이렇게 목메여 아뢰다가 목이 잠겨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으며 방바닥을 주먹으로 쳤다.

피맺힌 곡성은 땅을 울리고 하늘을 흔들며 그치지 않았다.

1주일동안 조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조선독립군 지휘관들과 대원들, 조선혁명당의 중앙본부 성원들 그리고 총사령의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에서 조선독립군 관계자들이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독립군 참모부에서는 총사령 장례식을 위하여 행수하자기슭에 독립군부대들을 집결시켜 철통같은 경비진을 치게 하고 왜놈들이 시신을 모독하지 못하게 산성기슭에 평토장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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