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31 회)

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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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양에 와서는 보고 듣는것마다가 새롭고 놀라왔다. 많은것이 정말일가 하고 잘 믿어지지 않았다.

어느날 아침이였다.

식사를 하고난 사향은 그날 일정에 있는대로 참관을 떠날 차비를 하면서 안내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런데 혜정이가 아니라 최성훈이 불쑥 나타났다.

《밤사이 불편한데는 없었습니까?》

늘 봐야 차림이 단정하고 인상이 밝은 그는 먼저 인사를 하고는 안부를 물었다.

《최선생이 어떻게 이렇게 일찍…》

사향은 뜻밖이여서 약간 의아스러워했다. 최성훈은 나이는 자기보다 아래고 젊지만 한 나라 성의 부국장이면 한다하는 국가관리인데 틀이나 격식같은것을 차리지 않고 만날 때마다 소탈하게 대해주었다. 사향은 그것이 여간 감사하지 않았다. 이날 아침도 그의 꾸밈없는 인사에 《잠도 잘 자고 식사랑 많이 했습니다. 불편한 점두 없구요.》라고 대답했다. 하면서도 혜정이대신 그가 나타난것이 궁금하였다.

《혜정이는 어데 갔는가요?》

《혜정동문 오늘 아침 비행장에 나갔습니다.》

《비행장에요? 무슨 손님들이 또 오는가요?》

사향은 묻지 않을걸 묻는다는 자책을 느끼면서도 혹시 혜정이 이제부터는 자기곁에서 떨어지는것이 아닐가 하는 서운한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혜정동문 동생마중을 나갔습니다.》

《동생마중이요? 동생이 외국에서 살고있는가요?》

《그런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완쾌되여 오늘 돌아온답니다.》

《동생이 무슨 병을 앓았게요?》

사향은 혜정의 가정에 그런 그늘이 있는줄도 모르고 지낸것이 미안스러워 최성훈에게 한걸음 다가서기까지 하였다.

《병을 앓은것은 없고…》

최성훈은 방금전과는 달리 퍽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혜정동무에게 막내동생이 있는데 인민군대에서 복무하고있습니다. 녀성해안포병이지요.

사향선생이 알고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인민군대에 감나무중대라고 불리우는 녀성해안포병중대가 있답니다.》

《감나무중대를 내가 왜 몰라요? 김정일국방위원장님께서 찾아가시여 이름지어주시고 녀병사들이 해풍에 얼굴이 튼다고 약크림까지 보내주셨다는 중대가 맞지요?》

《예. 맞습니다.!》

최성훈은 놀라운 눈길로 사향을 마주보았다.

《미국땅에서도 소문이 짜하답니다.

그 중대에서 혜정의 동생이 군사복무를 한단 말이예요?》

《그렇습니다. 그런 중대에서 복무하던 혜정동무의 동생이 군사임무수행중에 한쪽눈을 다쳤답니다.

이 사실을 아신 김정일장군님께서 몹시 가슴아파하시며 치료대책을 세워주셨답니다.》

김정일국방위원장님께서 말입니까?!》

《예. 그이께서는 이 세상에서 눈을 제일 잘 고친다는 병원을 알아보고 거기에 보내서라도 꼭 고쳐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석달가까이 치료를 받고 완치되여 돌아온답니다.》

《병사의 눈을 고쳐주려고 그를 다른 나라에까지 보낸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김정일국방위원장님과 혜정씨의 가정하고는 친척간이든지 무슨 연고관계가 있는가요?》

사향은 최성훈이 하는 말이 도저히 자기로서는 리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물음까지 한것이다.

《혜정동무나 그의 동생은 랑림산골의 평범한 벌목공의 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인민군군인들 누구나가 다 장군님의 전사이고 친혈육, 친자식이나 같습니다. 인민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장군님식솔이라고 하는것이지요.》

최성훈은 례사롭게 말했으나 사향이에게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날 사향은 최성훈이와 함께 참관을 하면서도 한 평범한 녀병사, 안내를 맡은 혜정의 친동생이 다른 나라에까지 가서 눈을 고치고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몇번이나 혼자서 머리를 기웃거렸다.

랑림산골벌목공의 딸이 무슨 돈이 많아 비행기를 타고다니며 눈을 고치고 온단 말인가. 사향이 살고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더 말할것도 없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돈이 없으면 병을 고치기는 고사하고 병원에 가서 진찰 한번 받아보기 힘들다. 돈없는 사람은 병나면 죽어야 하는것이다.

더우기 나라를 지키는 군대는 훈련을 하고 싸움을 하다가 몸에 부상을 당할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수도 있다.

그런데 한 나라의 최고령도자가 평범한 보통병사에게 그런 놀라운 배려까지 돌려주신단 말인가!

사향이로서는 난생처음 알게 되는 일이였다.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 가서도 들어본적 없는 사실에 접하고보니 도무지 믿게 되지 않았던것이다.

참관을 끝내고 저녁에 호텔에 돌아와보니 혜정이가 휴계실에 앉아있었다.

《언니, 돌아왔어요? 미안해요. 오늘 함께 다니지 못해서…》

사향이가 나타나자 혜정은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오며 몹시 반가와하였다. 아마 기다리고있었던 모양이다.

얼굴이 예전처럼 밝았다. 그렇지만 그 맑고 초롱초통하던 눈이 붉어지고 눈등이 좀 부석부석하였다. 무슨 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혹시 완쾌되여 돌아온다던 최성훈의 말과는 반대로 동생이 다친 눈을 그대로 가지고온것이 아닐가.

《비행장에 나갔던 일은 어떻게 됐지요?》

사향은 조심스레 이렇게 물으면서도 그의 아픈 상처를 다쳐놓지 않나해서 눈치를 살폈다.

《내가 비행장에 나갔다는걸 언니가 어떻게 알아요?》

혜정이 여전히 웃으며 사향의 팔까지 꼈다.

《왜 몰라? 최선생이 말해주었어요. 그래 동생이 돌아왔나요? 눈은 정말 고쳤어요?》

혜정은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은 않고 들고온 손가방을 열었다. 그안에서 하얀 모조지봉투에 들어있는 사진 두장을 꺼냈다.

《내 동생 혜영이예요.》

사향은 얼결에 손을 내밀어 한장을 먼저 잡았다. 군복을 입은 단아한 처녀가 사향을 정답게 마주보았다. 맑은 살결이며 어깨우에로 올라가게 가쯘하게 자른 함치르르한 머리카락, 당실한 코마루와 어글어글한 두눈, 귀가 약간 처질사한 입술은 신통히 제 언니 혜정이를 닮았다.

혜정이보다는 애돼보이지만 군복을 입어서 그런지 오돌차면서도 무척 진중한 기품이 느껴졌다.

《이 사진이 우리 혜영이가 부상당했을 때 찍은것이고 그 사진이 이번에 눈을 고친 다음 찍은거예요.》

사향은 다른 사진까지 마저 받아보았다. 그 고운 군인처녀의 한쪽눈이 험상궂게 되여있었다.

(혜정이가 반대로 말하는것이 아닐가? 고운 두눈을 가진 사진이 부상당하기 전에 찍은것이고 그 험상궂은 눈을 가진 사진이 치료를 받은후에 찍은것이 아닐가? 목숨을 건진것만도 다행스러운 일이겠는데 이렇게 아무 흔적도 없이 고쳐놓을수 있을가?)

사향이 어정쩡해서 그저 두 사진을 자꾸 번갈아보았다.

그러는데 혜정이 웃으면서도 손수건으로는 연방 눈굽을 찍으며 입을 열었다.

《언니, 우리 장군님의 사랑에 어떻게 하면 보답할가요. 글쎄장군님께서 하늘에 올라가 별을 따와도 좋고 돈이 억만금 들어도 좋으니 감나무중대 녀병사의 눈을 꼭 예전처럼 고쳐주어야 한다고 몇번이나 말씀하셨답니다. 그러시면서 눈을 고치고 돌아오면 사진을 찍어보내라고, 이제 그 중대를 또 현지지도하실 때 꼭 다시 만나보겠다고 이르셨답니다.》

혜정은 참지 못하고 사향의 한쪽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아마 혜정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동생을 만나는 시각부터 너무도 고맙고 격정이 커서 계속 이렇게 눈물을 흘렸을것이다. 그래서 눈이 부엇으리라.

세상에 이런 희한한 일도 있는가.

할아버지, 아버지가 떠나간 고국에는 쉽게 믿기 어려운 이런 일만 가득차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너무도 모르고 살아왔고 은근히 경원시하며 찬서리발을 가슴에 안고있었으니 이 무슨 죄되는 일인가.

혜정의 등을 어루쓸며 사향이도 그의 머리우에 뜨거운것을 쏟았다.…

그런 혜정이가 오늘도 나타날것이다.

친동생처럼 사랑스러우면서 매사에 빈틈이 없는 그에게 내 가슴속에 품고있는 의문표들을 하나씩하나씩 없애기 위해서라도 많은것을 알아보고 부탁하리라.

정말 이 나라는 내가 평양에 와서 보고 느끼는 그대로일가. 리면에 서방세계가 그처럼 요란스럽게 떠드는 그 무슨 《석연하지 못한것》들이 깊숙이 숨겨져있지 않을가?

아니야! 이 나라는 확실히 다른 나라들과 다른것 같다.

령도자는 인민을 친혈육, 친자식처럼 여기며 품어주고 보살펴주고 사랑해주고있다. 인민은 령도자를 하늘처럼, 태양처럼 신뢰하고 받들며 친어버이로 모시고 따르고있지 않는가. 가정주부들이 알아야 할 록두지짐을 지지는 방법까지 손수 가르쳐주시며 인민들을 잘 먹이고 무병장수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니 세상천지를 둘러보아도 이런 일이야 있을법한것인가!

이 나라는 아직 썩 잘사는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잘산다고 허세를 부리며 부를 탕진하고 황금을 만능으로 여기며 뜻을 이루려는 사람이 없는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소박하고 수수하다. 권세와 돈, 직업이나 신앙같은것에 따라 처지가 다르고 차별을 받고 사는것 같지 않다. 모두의 얼굴은 밝고 희망과 신심에 넘쳐있다. 지향이 명백하고 목표가 뚜렷하다.

나라의 재부속에 자기의 몫도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 확신이 큰것 같다. 그래서 나라를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하는것 같다. 있다고 거들먹거리고 없다고 머리를 숙여 굽신거리거나 구차스럽게 손을 내밀고 동냥하는 로인들이나 아이들도 없는것 같다.

미국이나 서방세계에서처럼 거리의 뒤골목에 욱실거리는 실업자, 거지, 매춘부, 강도, 거간군, 술주정뱅이, 마약중독자, 몽유병환자 같은것은 찾아볼래야 찾아볼수 없는것 같다.

이런 나라를 나의 선친들은 왜 그리도 쉽게 버리고 떠났을가. 아니, 쉽게야 떠나지 않았겠지. 그때는 제 나라가 힘이 약하여 강자에게 먹히우는것이 숙명이라고 여겼겠지. 사람들을 몰살시킨다는 원자탄바람에 할아버지가 제정신이 아니였다고 언젠가 아버지가 말해주지 않았는가. 히로시마나 나가사끼의 수십만 생명체들을 눈깜짝할 사이에 한줌 재로 만든 미국이라는 나라가 휘두른 원자탄마귀때문에 이역만리 타향에서 사람의 존엄이나 가치같은것은 다 잃고 살았다고 했지. 그때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처럼 제 나라를 믿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킬 생각을 했더라면 선친들, 우리 가정의 운명도 달라지지 않았을가.

조국을 버리고 떠난 수치와 죄책감만 없어도 그 후손이 제 선친들의 고국에 와서 품고온 사진조차 제대로 내보이지 못하고 이렇게 바재이는 일이야 없지 않을가.

그래도 이 나라는 나를 따뜻이 대해주고있다. 탓하지 않고 차별없이 대해주고있다. 그래서 요즈음은 이렇게 마음이 편하고 모든것이 달다.

혜정이와 같은 좋은 안내를 만나 마음속에 꽁꽁 싸안고온 함통을 열고있다. 아직 활짝 열어젖히지는 못했지만 조금이라도 열고 한가지씩 조심스럽게 알아두고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해가 떠오른것 같다. 한줄기의 해살이 엷은 창가림을 한 창문을 거쳐 방안을 불그스레 물들였다. 밖에서는 잠을 깬 새들이 정원수의 가지에 앉아 부지런히 울어댄다. 아니, 이 나라에서는 새들을 운다고 표현하는것이 정확치 않은것 같다. 즐겁고 마음편해서 웃어댄다고 해야 할것 같다. 어째선지 이런 생각이 떠올라 사향은 혼자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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