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마지막회)

제 5 장

11

 

1948년 2월 8일.

마침내 정규무력건설을 선포하는 력사의 그날이 왔다. 립춘이 갓 지났으니 계절로 보면 봄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러나 물러가는 겨울의 여파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대기는 찼다. 동녘하늘에 떠오른 태양의 찬란한 빛발이 광장에 정렬한 열병대오에 쏟아져내렸다.

종대들마다에서 긴장한 숨결들이 내뿜는 입김이 안개발처럼 떠돌며 해빛속에 녹아들었다.

광장주변에는 수많은 군중이 진을 치고 둘러섰다. 오늘의 열병식을 환영하려고 떨쳐나선 사람들이였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주석단성원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구내에는 엄숙한 정적이 깃들었다. 김명화와 함께 계시던 김정숙동지께서는 주석단정면에 모신 장군님의 초상화를 경건한 마음으로 우러러보시였다. 이날을 앞당겨오기 위해 그이께서 기울이신 헌신의 자욱을 헤아리시였다. 군대건설은 많은 경우 남모르게 진행되였다. 녀사께서만이 거기에 바치신 장군님의 고심과 수고를 낱낱이 알고계시였다.

깊은 회고에 잠기셨던 녀사께서는 밝고 정중하게 모신 저 초상화를 림정하가 그렸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시였다.

《녀사님, 오랜 세월 품어온 소망을 드디여 이루게 되였습니다.》

열병식장에 모실 장군님의 초상화를 그릴데 대한 과업을 받고 기쁨에 넘쳐부르짖던 그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셨다. 장군님의 초상화를 그리는것은 미술학원시절부터 그가 품어온 소망이였다. 그런것만큼 지나온 창작생활을 총화하는 마음으로 있는 충정과 재능을 다했다. 그는 지금 열병대오에 서있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광장 어디선가에서 초상화를 우러르며 남다른 심정에 잠겨있을것이다.

오전 10시.

폭풍같은 환호속에 김일성동지께서 주석단에 나오시였다. 뒤이어 김책을 비롯한 당과 정권기관, 사회단체의 책임일군들이 나왔다.

《아니, 저 녀자가 정신옥이 아닌가?!》

곁에 섰던 김명화가 사뭇 놀란 어조로 속삭였다. 주석단성원들속에 정신옥이 있었던것이다.

녀사께서도 거리가 어지간히 멀었지만 검은색외투를 입은 그의 모습을 알아보시였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빙긋이 웃으며 김명화를 돌아보시였다. 김명화는 의혹과 불만이 엇섞인 낯빛이였다.

《원 세상에… 오늘을 위해서 아글타글 애를 써온 당자는 객석에 있는데 저 녀자가 주석단에 올랐으니 이런 뒤바뀜이 어데 있겠나?》

녀사께서는 김명화에게 말씀하시였다.

《정신옥선생은 오늘의 주석단에 응당히 올라야 합니다. 중앙녀맹 대표로서만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의 건군위업에 큰 기여를 하고있습니다. 일제군경에게서 빼앗았던 총도 30여자루나 바쳤고 최근 조선녀성잡지에 좋은 글을 썼습니다. 명화동진 그 글을 읽어 봤어요?》

《보지 못했네.》

《꼭 읽어보세요. 사랑하는 아들딸들과 남편들의 어깨우에 총을 메우라!는 호소는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그 글은 어머니들과 안해들을 건군위업에로 크게 고무할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지난날에야 그가 정숙동무의 속을 얼마나 태웠나…》

김명화의 마지막말마디에는 절절한 여운이 울리였다.

주석단에서는 개회사에 뒤이어 김일성동지께서 연단에 나서시였다. 무한한 폭과 깊이가 느껴지는 그이의 독특하신 음성이 구내에 울려퍼지였다.

《조선인민군 군관, 하사, 전사 여러 동무들!

친애하는 동포 여러분!》

그이께서는 연설에서 나라의 민주주의완전자주독립을 위하여, 인민의 행복한 생활을 수호하기 위하여 정규군을 건설하게 되였다고 지적하신 다음 전체 인민의 이름으로 정규군건설을 세계에 선포하시면서 조선민족의 운명은 오직 조선인민자신에 의하여 해결되여야 하며 미제국주의자들과 그의 침략도구인 《유엔림시조선위원단》에 의하여 조선문제가 해결될수는 절대로 없다는것을 다시한번 단호히 성명한다고 엄숙히 선언하셨다.

녀사께서는 장군님 말씀의 마디마디가 세차게 흉벽에 울려오는듯 한 느낌을 받으시였다. 외세의 간섭을 물리치고 민족의 운명을 우리 인민자신의 힘으로 개척하려는 불굴의 의지가 연설의 구절마다에 어려있었다.

쏘미량군이 38도선을 사이에 두고 북과 남에 남아있는 오늘의 조건에서 민족의 자주성과 존엄을 그처럼 당당히 주장하는것은 장군님께서만이 하실수 있는 일대용단이다. 강력한 무장력을 건설하였기에 이제 우리는 대국들의 압력을 물리치고 자신이 선택한 길로 떳떳이 나아갈것이다. 김일성장군님께서 반일인민유격대의 조직을 선포하신 1932년 4월 25일, 력사의 그날이 오늘로 이어지고있다. 오랜 세월 간고한 혈전의 장정을 거쳐 조국의 해방을 안아온 항일빨찌산은 마침내 정규군으로 강화되여 오늘에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영예롭게 지켜갈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격조높은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모두다 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더욱 높은 민족적긍지를 가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립을 위하여,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앞으로 나아갑시다.》

군민이 한마음으로 터치는 만세의 함성이 광장을 뒤흔들었다. 그 함성은 처음으로 인민의 진정한 정규무력을 가진 기쁨과 긍지의 폭발이였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을 앞당겨오는 력사의 서곡이였다.

장군님께서 길지 않은 연설을 마치시자 열병행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나팔소리에 뒤이어 장중한 취주악선률이 광장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김일성장군의 노래》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그 노래를 들으시자 눈굽이 더워나며 가슴속에 이름할수 없는 흥분과 감개가 차오르시였다. 《김일성장군의 노래》창작과정이 돌이켜지며 눈앞에 김책과 리찬, 김원균의 얼굴이 그려지시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며 울고웃는 인민의 각이한 군상들이 밟혀오기도 하시였다. 그렇다, 저 노래는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이 나라 인민의 고결한 칭송의 송가인것이다. 또한 저 노래는 우리의 군대가 영세토록 심장으로 높이 부르며 멸적의 기상을 떨쳐갈 백전백승의 송가이다. 저 노래가 울리는 우리 군대의 앞길에는 언제나 승리만이 있을것이다.

우렁차게 울리는 취주악에 맞추어 열병종대들이 주석단앞으로 뻗은 직선통로에 들어섰다. 어느새 태양은 높이 떴다. 가닥가닥 쏟아지는 해발이 숲을 이룬 총창들에 어리였다. 경위대와 여러 군사학교의 학생종대들이 펄펄 군기를 날리며 주석단앞을 지나갔다.

《차렷! 우로 봤!》

장군님께서는 미소어린 표정으로 손을 높이 들어 답례를 보내시였다. 녀사께서는 그들중에서 원명철과 김홍구를 알아보시였다. 장하고 름름한 모습에 대견함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불현듯 평양학원 개원식날의 기억이 떠오르시였다. 꼽아보면 고작 2년전이였지만 아득한 옛일처럼 생각되시였다. 소박하게 분렬행진을 하던 그날의 수백명 학생대오와 새 군복을 떨쳐입고 끝없이 나아가는 오늘의 대오가 너무도 현격한 대조를 이루기때문일것이다.

보병종대들이 주석단앞에 나타났다.

보병종대의 앞에는 최용진이 섰다. 용진은 이미 그 군부대의 부대장으로 임명되였다. 우렁찬 구령과 함께 장검을 뽑아 허공을 후리며 장군님께 경례를 드리는 그의 감격과 감회는 형언할길이 없을것이다. 눈물을 모른다는 그였지만 이 순간은 눈시울을 적실것이다.

장군님을 우러러 터치는 만세의 함성은 하늘을 진감했다. 하나와 같이 힘차게 내딛는 대오의 발걸음은 대지를 진동했다. 하늘과 땅이 하나로 어울려 뒤흔들렸다.

보병종대들에 이어 포병종대들이 뒤따랐다. 포신을 추켜든 여러 구경의 포들은 금시라도 원쑤를 향해 멸적의 포화를 뿜을듯싶었다. 장쾌하고 장엄했다.

곁에서 흐느낌소리가 들렸다.

녀사께서 돌아보시니 김명화가 울고있었다. 오늘을 보지 못하고 오래전에 혁명의 길에서 생을 마친 남편과 시아우들을 생각할것이다. 수많이 희생된 잊지 못할 전우들을 생각할것이다.

《정숙동무, 생각나나? 우리가 무송현 양목정자부근의 수림속에서 헤여지던 때를…》

눈물속에 웃고있는 김명화의 말은 뜻밖이시였다. 어찌하여 하많은 추억중에서 그때를 되새기는것일가?

김명화는 목메인 어조로 계속했다.

《우리 군대의 빛나는 붉은 오각별모표들을 보니 새삼스레 그때가 생각나누만.》

기억이 생생하였다.

헤여지기가 너무도 섭섭하여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처창즈유격근거지에서 작식대원을 할 때부터 김정숙동지와 여러해동안 함께 생활하였다. 간고한 시련의 그 나날에 오가는 정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작별하게 되였다. 1937년 봄이였다. 4사 부대에서 재봉대원을 보내주실것을 사령관동지께 제기하여왔다.

장군님께서는 김명화에게 그 부대로 갈것을 명령하시였던것이다. 김정숙동지의 곁을 떠나야 하는 김명화는 작별의 서운함이 가슴을 허비였다.

이튿날 아침 김명화가 부대를 떠날 때였다. 행장을 갖추던 그는 자기의 군모에서 붉은 오각별이 여느때없이 빛나는것을 보았다. 전에는 붉은 천을 오려붙인것이였는데 퇴색해버렸던것이다. 그 누구에게 묻지 않고도 전날 밤 김정숙동지께서 밤을 지새우며 정성다해 모표를 수놓아주셨다는것을 알았다. 그는 작별의 순간에 김정숙동지의 손을 포개여잡고 말했다.

《내 다른 부대에 가서도 정숙동무가 보고싶으면 이 군모의 모표를 보겠어요.》

김정숙동지께서는 눈을 슴벅이며 말없이 웃어보이시였다.

붉은 오각별모표는 조선인민혁명군을 상징하고있었다. 항일빨찌산들의 군모에서 빛나던 붉은 오각별이 열병대오의 군모들에서 빛나는것을 보니 자연히 생각이 깊어졌다.

김명화는 그윽한 시선으로 녀사를 바라보았다. 장군님의 뜻을 따라서 김정숙동지께서 오늘을 앞당겨오기 위해 얼마나 애쓰셨는가를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있다. 어느 신문 한귀에도 소개된 일이 없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산에서 싸울 때 언제나 장군님의 해발이 되자고 하시였다. 태양의 열과 빛을 우주공간으로 날라가는 해발이 없이야 어떻게 별들이 빛날수 있으랴. 그 해발을 가닥가닥 받아안기에 열병대오의 저 붉은 오각별들은 그처럼 찬연히 빛나는것이다.

어느새 열병식이 끝났다.

환영을 나왔던 군중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주석단에서 내려온 정신옥은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김정숙동지께서는 김명화와 헤여진 후 조용히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기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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